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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무신론적 기독교

사진: G&SEE.org

눈먼 기독교(42)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기독교가 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기독교가 있다. 성경을 믿지 않는 기독교가 있다. 한 마디로, 무신론자들이 하는 말과 똑같은 말을 하면서 자신들의 종교가 기독교라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바로 자유주의 기독교다. 무신론자의 대표 격인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현세(現世)의 여자에게 아이를 낳게 하는 신, 더 이상 일도 하지 말고 단지 다가오는 세계 몰락의 조짐을 주시하라고 권고하는 현자(賢者), 죄 없는 자를 대신 제물로 바치는 정의(正法), 제자들에게 자기의 피를 마시라고 명령하는 어떤 사람, 기적의 돌발을 희구하는 기도, 한 신에게 저지른 죄가 다른 신에 의해 속죄된다는 사실, 죽음으로 시작되는 피안(彼岸)에 대한 공포, 십자가의 의미나 불명예를 전혀 모르는 시대에 있어서의 상징으로서의 십자가의 형태, 이러한 모든 것은 마치 과거 태고의 무덤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들을 얼마나 떨게 하는가! 이러한 것이 아직도 믿어지고 있다고 믿어야 할 것인가?[1]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목사였다는 것이 무색하리만큼 니체는 뼛속까지 무신론자였다. 그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해 거부했고, 한편으로 정확히 알았기에 싫어했다. 그 자신이 ‘망치로 철학하는 자’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존 진리와 가치관을 부숴 버리고 새로운 체계를 세우고자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에게 있어 기존 진리와 가치관은 곧 기독교다. 그는 사실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찾았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각종 질병으로 고생했는데, 시력 악화, 편두통성 발작, 매독, 이질, 노이로제, 약물 중독은 이미 잘 알려진 그의 병명들이다. 이 정도면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라도 부모님이 믿는 하나님을 찾았을 법한데 니체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니체가 하나님을 찾았어야 했던 이유가 또 있는데, 아마도 이것이 더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상당 기간 누이 동생인 엘리자베스와 근친상간을 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숙모에게 들키기도 했는데, 니체는 이 사실을 자신의 책 『나의 누이와 나』라는 책에서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죄책감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결코 하나님 앞에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하나님을 부정하고 성경을 무시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런데 무신론자인 니체가 주장하는 내용이 자유주의 신앙을 가진 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엄밀히 말해서, 기독교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의 관점에서 무신론과 다를 바 없다.

네덜란드의 프로테스탄트 교회 목사인 클라스 헨드릭스는 『존재하지 않는 신을 믿는다는 것』이라는[2]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이라는 관념은 믿지만, 신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 일을 조사한 위원회는 헨드릭스 목사의 관점이 교단 내 다른 자유주의 목회자들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3] 즉,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체가 아닌 관념으로서의 신을 믿는 목사답게 책 제목이 ‘in God’이 아니라 ‘in a God’ 이다. 자유주의 기독교는 확실히 무신론적 기독교며, 비성경적 기독교인 것이다. 이 사람은 무신론자다. 그런데 목사다. 이런 일이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치 교수와 문동환 목사, “성경의 역사성을 믿을 수 없다

성경의 기적을 거부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성경의 역사성까지 거부한다. 사회인류학자로서 국가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에드먼드 리치 교수는[4] 성경은 성(聖)스러운 이야기일 뿐이지 역사적 이야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경에 나타나 있는 이야기는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예배 의례 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지 원래 가치가 있어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허구로 된 신화는 그 존재를 믿고 있는 자들에게는 ‘진리’가 될 수 있으나 그것이 곧 ‘진짜’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리치의 주장이다. 성경은 마치 소설처럼 허구지만, 그 의미가 성스럽다는 점에서 신화가 된다는 것이다.

고전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트로이 전쟁이 역사적 사건이었다고는 믿지 않는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묘사되어 있는 그러한 사회들도 역사적으로 실재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아킬레스, 헥토르, 아가멤논 등과 같은 인물들이 피와 살을 가진 진정한 인간이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울과 다윗은 아킬레스, 헥토르, 아가멤논과 같은 시대의 인간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서의 역사성에 관한 한 나는 극단적 회의주의자다.[5]

리치 교수는 성경의 내용이 신화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부족해, 성경이 다른 신화의 ‘구조적 변형’이라고 말한다. 구조적 변형이라는 말은 쉽게 말하면 베껴 만든 가짜라는 뜻이다. 구약의 아브라함 기사, 모세 기사 그리고 신약의 예수 기사 모두가 이집트 신화의 차용(借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아기를 갖지 못할 처지에서 아기를 갖고, 모세는 죽어야 할 상황에서 살아나고, 예수는 처녀에게서 태어나고 또 죽은 후 살아난다. 이 모든 것이 신화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모순’인데, 이 모순으로서의 성경적 신화는 이집트의 오시리스-이시스-호루스 신화의[6] 아류(亞流)일 뿐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자신의 이성과 지성을 과도하게 신봉한 합리주의자의 모습이 여기 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에드먼드 리치 교수에 비해, 한국에서 잘 알려진 문동환 교수는[7] 성경의 역사성을 믿지 않은 학자로서 친형인 문익환 교수와 더불어 민중신학적[8] 사상 위에 한평생 조국의 민주화와 약자들의 삶을 위해 살아온 목사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위대한 삶의 족적에도 불구하고, 문 목사는 성경 특히 모세오경의[9] 역사성을 온전히 믿지 않는 자유주의 신학을 견지(堅持)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그의 책을 통해 그의 성경관을 살펴보자.

구약의 원역사라고 불리는 신화들은 창세기 2-11장에 걸쳐 기록되어 있다. 이 신화들은 당시 메소포타미아에 유포되고 있는 인류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신화들 가운데서 선정한 것들로, J기자는 이 신화들을 사용하여 그의 역사 이해의 신학적 틀로 삼았다.[10] 그러나 이 출애굽기에 있는 이야기는 역사 그대로의 기록이 아니라 주로 J기자가 그들이 전수받은 출애굽에 관한 설화들을 정리해서 기록한 문서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J기자가 이 설화들을 기록한 것은 통일왕국, 특히 솔로몬 왕 때라고 주장한다.[11]

문 목사는 창세기와 출애굽기로 대표되는 모세오경이 당시에 퍼져 있던 설화 또는 신화의 편집물에 불과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성경을 인간의 다른 고전(古典) 정도로만 취급하는 것이다. 당연히 에덴동산 이야기도 그에게는 의미를 주는 신화일 뿐이다. 그는 성경비평 학자들이 신봉하는 4대 문서설을[12]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성경관은 결국 성경의 원저자가 하나님이 아닌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는 기독교의 근본을 부정하는 최악의 사상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이라는[13] 성경 말씀은 도대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라. 성경이 하나님에게서 온 계시의 책이 아니라면,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모두 헛것이며, 무의미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문 목사 같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하나님 주권에 의한 세상의 구원이 아닌 인간의 노력에 의한 세상의 구원을 주장하는 진보신학에 자연스럽게 빠지는 것이다.

성경의 무오성(무류성)을 믿는 것은 결코 신앙에 대한 맹목적인 태도가 아니다. 예수 자신이 모세의 글을 수차례 인용했다. 자유주의자들은 구약성경의 역사성을 인정하지 않는데, 만약 자유주의자들의 말이 맞다면, 예수까지도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모두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구원 계시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시작이다.


[1]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삼중당, 116쪽

[2] 원제 Believing in a God Who Does not Exist

[3]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2010년 4월호, 12쪽

[4] Sir Edmund (Ronald) Leach, 영국의 대학자로서 수학과 공학을 전공했으나 말리노프스키의 영향을 받아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학파의 리더다.

[5] 에드먼드 리치, 『성서의 구조인류학』, 한길사, 62쪽

[6] 오시리스가 여동생 이시스와 결혼하자 이시스를 사모하던 남동생 세트는 교묘한 말로 형 오시리스를 속인 후 죽여 관에 넣어 나일 강에 던졌다. 이 관은 지중해안의 비블로스까지 흘러갔다. 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이시스는 관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맸는데, 결국 비블로스의 궁전 기둥이 된 나무속에 관이 있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가지고 이집트로 돌아온다. 그리고 세트에게 찢겨진 시체의 각 부분을 찾아내어 오시리스를 부활시켰다.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아들인 호루스는 후에 세트와 싸워 그를 무찔렀고, 오시리스는 사후세계의 왕이 되어 그곳을 다스린다.

[7] 1921년 중국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민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고, 조선신학교(현, 한국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주화 운동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렀으며, 잠시 정치계에 몸담기도 했다.

[8] 1960-80년대 안병훈, 서남동, 안병무 등에 의해 보급된 한국형 해방(진보)신학이다. 민중을 무지몽매한 계몽이나 사회봉사의 대상이 아닌, 역사의 주체와 사회의 실체로 보는 게 특징이다. 현재는 1990년대 민주화 이후 정체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가 썼다고 믿는 것이 정통 기독교의 성경관이다(물론 신명기 마지막 장에 나오는 모세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모세 자신이 쓴 것이 아니다).

[10] 문동환, 『바벨탑과 떠돌이』, 삼인, 30쪽

[11] 앞의 책 29쪽

[12] 성경비평 학자들이 말하는 성경의 4대 문서는 다음과 같다. ⑴ J문서(야훼문서): 모세 이전부터 하나님의 이름을 야훼(Juhovah, 여호와)라 부른 것과 이 문서가 유다(Judah) 지역에서 기록된 것으로 추측하여 첫 글자 J를 땄다. ⑵ E문서(엘로힘문서): 출애굽기 3장에 나오는 시내산 계시 이전에 하나님을 주로 엘로힘(Elohim)이라 부른 것과 이 문서가 북왕국 에브라임(Ephraim)에서 기록된 것으로 추측하여 첫 글자 E를 땄다. (3) D문서(신명기문서): 유다 요시아 왕 시절에 발견된 율법서가 현재 신명기(Deuteronomy)의 중심부가 됐다는 추측으로 첫 글자 D를 땄다. ⑷ P문서(제사장문서): 모세오경 전체의 골격을 이루는 제사장 의례(Priest Code)가 별도로 존재했음을 추측하여 첫 글자 P를 땄다.

[13] 디모데후서 3장 16절 앞부분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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