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기독교(39)
2008년 여름 총 4회에 걸쳐 “신의 길, 인간의 길”이라는 SBS 스페셜이 방송됐다. 이 방송은 예수가 신이 아니고 단지 신적으로 숭배되는 인간일 뿐이라는 취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예수는 원래 인간인데 기독교가 그것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 방송에서 사용된 핵심 자료가 바로 『예수는 신화다』라는[1] 책이다.
관련 학계에서 별로 존재감(?)이 없는 학자들인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가[2] 함께 쓴 이 책은 그 첫 장부터 도마복음 같은 영지주의 책들을 주로 인용한다. 이 책은 예수가 인류의 구원자이자 인간이 된 신으로서 12월 25일에[3] 처녀에게서 태어난 것, 결혼식 때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킨 것, 열두 명의 제자를 거느린 것, 세상의 죄를 대신 지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해서 사도들 앞에 나타난 후 하늘로 올라가 심판의 날을 기다린 것 등이 모두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신화에 그 원형(元型)이 이미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오시리스와 디오니소스가 실존 인물일 수 없듯이 예수 역시 실존 인물이 아니라 신화의 짜깁기에 불과한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김용옥은 이 책을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것은 20세기 문헌학의 획기적인 대발견이라고 불리는 나그 함마디 영지주의 문서의 연구 성과와 그동안 우리에게 무시되어 왔던 지중해 주변의 토착 문명의 신화적 세계관의 복잡한 연계 구조에 관한 새로운 인식의 성과를 반영한, 단순한 가설 이상의 치밀한 문헌적 근거가 있는 논증이었습니다.[4]
고대 신화 가운데 몇 장면이 예수의 생애 중에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예수가 실존인물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자들이나 그것이 ‘치밀한 문헌적 근거가 있는 논증’이라고 평가하는 자는 어찌 됐든 예수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만 온통 마음이 가 있으므로 그 논리의 결함에 대해서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프리크와 갠디 그리고 김용옥은 예수의 역사성에 대해 이미 학계에서一그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자들조차一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을 만큼 완전히 인정한 상태라는 것을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 사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언행을 문자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조차도 예수의 역사성에 대해서는 의심 없이 받아 들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헬라 작가인 탈루스가 남긴 1세기 역사 기록물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사건이 기록돼 있다. 그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렸을 때 해가 빛을 잃고 어두워졌는데 아마도 일식현상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앙적 관점이 아닌 과학적 관점으로 그 사건을 해석한 것이다. 참고로 플레곤이라는 헬라 작가는 202회 올림피아드의 네 번째 해인 A.D. 33년에 커다란 일식현상이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날에는 낮 12시부터 밤이 되어 하늘에 별이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5]
이외에 요세푸스와 타키투스의 저작물[6] 속에서도 세상 역사 속에서의 예수의 존재는 입증되고 있다. 증거가 이렇게 명백하건만 예수의 존재가 근거 없는 환상이라고 주장하는 호기(豪氣)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자유주의자들이 성경의 예수를 부정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아예 예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세상 속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그들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1] 원제 The Jesus Mysteries.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 공저, 미지북스
[2] 티모시 프리크의 학문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의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라(www.timothyfrekc.com). 자기 웹사이트에서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면서 ‘코미디언 철학자(Stand-up Philosopher)’로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로버트 프라이스는 또 어떤 인물인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웹사이트를 뒤져 보니 조니콜몬 신학교(Johnnie Colemon Theological Seminary)의 성서학 교수로 되어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이 정체불명의 신학교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보편적 기초(Universal Foundation for Better Living)라는 황당한 교단에 소속된 신학교로, 교단의 공식 웹사이트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이 교단에 소속된 교회의 숫자는 총 15개다(WWW.ufbl.org). SBS는 이런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믿고 있는 종교의 창시자에 대해 ‘신화적 인물’을 운운하였을까? 전 세계에는 신학 명문대학이 있고, 세계 교회의 일원인 여러 정통 교단이 있다. 그런데 SBS는 스스로 코미디언임을 자처하는 사람과 삼류라고도 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신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의 말이 진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줬다. 一김상근(연세대 신과대 교수), 「국민일보」, 2008년 7월 16일
[3] 성경은 예수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증명하지 않는다. 이 날짜는 4세기 중엽 36대 교황 리베리오가 정한 것이다. 예수는 목자가 밤을 들판에서 지낼 때 태어났다. 이것은 예수가 추운 겨울에 태어난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4] 김용옥,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 인도로 가는 길』, 통나무, 516쪽
[5] 이국진, 『예수는 있다』, 국제제자훈련원, 225쪽에서 수정, 발췌, 인용
[6] (1) 비그리스도교 증거 자료 중에서 예수 당대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증언한 역사적 기록으로, 학자들은 주저 없이 요세푸스의 책을 꼽는다. 요세푸스는 예수와 동시대를 산 제사장 가문 출신의 바리새인이다.(중략) 요세푸스는 로마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유대고대사』(Antiquities of the Jews)와 『유대전쟁사』(The Jewish War) 두 권을 집필한다. 이 중 93년경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대고대사』에서 두 번에 걸쳐 예수를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요세푸스는 이 책에서 “야고보라 불리는 소위 그리스도라는 예수의 동생이 62년 돌에 맞아 죽었다”라고 짤막하게 언급한다. (중략) 요세푸스는 예수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 즈음에, 굳이 그를 사람으로 부른다면, 예수라고 하는 현자 한 사람이 살았다. 예수는 놀라운 일을 행했으며, 그의 진리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선생이 되었다. 그는 많은 유대인과 헬라인들 사이에 명성이 높았다. 그는 바로 메시아(그리스도)였다. 빌라도는 우리 유대인 중 고위층 사람들이 예수를 비난한 소리를 듣고 그를 십자가에 처형하도록 명령했으나, 처음부터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예수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다. 예수가 죽은 지 사흘째 되는 날, 그는 다시 살아나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것은 하느님의 예언자들이 이미 예언했던 바, 예수에 대한 많은 불가사의한 일들 중의 하나였다. 오늘날에도 그를 따라 이름을 불인 족속, 즉 그리스도인이라는 족속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다.” – 정승우,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책세상, 58-59쪽 (2) 타키투스는 로마의 원로원 출신으로 아시아 지역의 총독을 역임했다. 그는 기원후 115-117년사이에 쓴 『연대기』(Annals)(15, 44, 3)에서, 64년 네로 황제가 로마의 화재를 기독교인 탓으로 돌렸다고 짤막하게 언급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명칭을 그리스도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그는 티베리우스 통치 시절 본디오 빌라도 총독의 십자가형 언도로 처형되었다. 이 부패한 미신은 잠시 동안 억눌려 있었지만 후일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신앙이 처음 시작된 유대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혐오스러운 것과 흉악한 것들이 밀려 들어와 횡행하고 있는 로마에도 세력을 뻗쳤다.”一 앞의 책 60쪽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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