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31)
처음 교회에 부임할 때 서울 송파구 방이동 아파트에 세들어 살았다.
교회에 출근할 때 빨리 가려면 대여섯 번은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무척이나 고단한 하루하루였다.
어느 날 일찍 교회에 갈 일이 있어서 노량진에 아침 6시 경에 닿았다. 버스를 환승하려 기다리는데 어떤 분이 급하게 버스에 오르느라 신발이 버스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달려가 신발을 주워 드리고 보니 반포3동에서 밤에 오셔서 기도하시고 새벽예배 드리고 가시는 우리 교회 권사님이셨다.
그때 와락 존경심이 우러나며 우리 교회는 이런 권사님들의 기도로 지켜지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사항을 알게 하기 위해 하나님이 이 설정을 하신 것 같았다.
교회에는 늘 철야하고 새벽기도까지 마치고야 집에 가시는 분들이 몇십 명, 어떤 때는 40명도 넘었다. 이 기도대원들을 이끄시는 기도대장이 바로 목사님 사모님이셨다. 모두 집에서 안 주무시고 교회에 와서 기도하다 잠깐 눈 붙이셨다 하시면서 교회에 기도 불을 붙이고 이어가시는 분들이셨다.
송 사모님은 신학생들 여럿을 늘 밥해 먹이고 학비 걱정해 주며 섬기셨다. 그 당시 신학생들은 늘 배를 곯고 차비나 학비를 염려해야 하는 때였다.
어려운 집 심방 가실 때는 심방 차 트렁크에 쌀을 늘 준비해서 가져가시곤 했다.
한번은 목사님 댁에 일이 있어 갔는데 온 집안을 뒤지고 계셨다. 손녀 돌 반지 하나 남은 것 하나님께 드리려고 잘 두었는데 안 보인다고 하셨다. 빨리 드렸어야 했는데 게으름 펴서 잘못했다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시면서 찾고 계셨다.
“그때 빨리 그것도 드렸어야 하는 겨. 내가 잘못했지.”하시는 어린애 같은 순전한 믿음을 보고 나는 가슴이 뜨끔할 정도로 사모님의 다 바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기도대원들이 겨울에는 추우니까 이불과 방석이 기도하는 곳 한구석에 늘 쌓여 있었다. 나는 이 귀함을 모르고 좀 세탁을 잘해서 가져다 놓으시면 좋을 텐데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하디귀한 일인데 이 풋내기 전도사는 그 귀중함을 몰라보았다. 그때는 특별기도라는 것이 없었다. 항상 기도하는 분들이 많았으니까.
박원길 원로장로님은 신학생들의 배고픔을 늘 같이하셨기에 돌아가실 때, 전사한 아들 연금 모으신 것을 자손들도 어려운데 안 주시고, 신학생을 위해 장학금으로 남기셨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목사님을 독대하여 이 기금을 헌금하셨다. 꼭 목사님 되시려는 분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하셨다.
그렇게 고단하던 어느 날 집에서 물끄러미 문 쪽을 바라보는데 내 깊은 속에 불편함이 있었다. 너무 짜증나도록 힘든데 교회는 몰라주는 것 같았다.
말씀 한 구절이 확 들어왔다.
예쁘게 인쇄된 말씀 카드였는데 문에 붙여 놓은 성구가 내 마음을 울렸다.
“너는 지금 대접을 하고 싶어서 속상한 거냐? 대접을 받지 못해서 속이 불편한 거냐?”
아! 나는 대접하러 이 교회에 왔으면서 사역 초반인데 벌써 피곤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찡그리고 있구나, 벌떡 일어나서 주님께 회개 기도를 드렸다. 못난 생각하며 감사를 잊은 것에 대해서.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시며 철야기도로 교회를 지키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 사건 이후로 황금률 말씀은 나를 자주 일으켜 세워 준다.
“나는 이 교회에 대접하러 온 것이지 대접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
또한 고단한 이 한몸을 주님께 의탁해야지 누구에게 기대면 안된다는 것도 철칙으로 배웠다.
내 목회의 철칙을 몇 가지 세웠다.
첫째 내 몸을 오직 주님께만 의탁할 것.
요한복음 2:24-25 말씀이 나 붙들어 주었다.
둘째 칭찬에 둔감할 것.
누가복음 6:26 말씀은 나의 시금석이다. 나를 칭찬하는 사람에게 기울어지는 내 몸을 바로 세우게 했다. 누가 칭찬하면 오히려 더 경성하게 되는 말씀이다.
셋째 청출어람이다.
내가 이제까지 배운 것은 남김없이 다 줄 뿐 아니라 나보다 더 신앙과 인격이 출중한 주님의 사람들이 나오도록 신앙의 기초를 든든히 놓아주겠다였다.
주님은 제자들이 주님을 능가해서 세계를 누비는 기초를 놓아주셨다.
우리 교회에 와보니 동부이촌동이 그 당시 서울의 잘나가는 동네였다. 교회에서도 돈 얘기가 중심이었다.
“아,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나는 골로 가겠구나.”하는 것을 즉시 알았다.
나도 ‘돈돈’하게 생긴 것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주님, 이 교회에서 받는 생활비 모두를 내 입 풀칠 외에는 다 이 교인들을 위해서 쓰겠습니다. 교회 사임 시에는 빈손이 되겠습니다.”
이 기도를 하고 나니 나도 돈에 대해서 자유해졌다.
그리고 나는 나이 육십에 사임할 때 퇴직금으로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통장은 빵이었다. 할렐루야! <계속> [복음기도신문]
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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