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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대가가 지불돼야 할 사랑

사진: Unsplash의 Greg Rosenke

결국, 가방을 훔친 S는 결국 입건 되었다.

가방도 찾았고, 없어진 것도 없으니, 야단맞고, 다시는 도둑질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잘못을 빌고, 용서하면 다 덮어질 줄 알았는데 교회의 리더가 신고한 것이다.

‘굳이? 입건까지?’ 나는 말리고 싶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되나요?” 사실 나는 따져 묻고 싶었다.

‘믿지 않은 가난한 시에라리온 사람들도 봐주고 넘어갔는데, 꼭 신고하고 경찰에 넘겨야 하겠어요?’라고.

“이미 나는 용서했어요. 그 아이가 잡히기도 전에. 그가 누구든 용서했어요. 하지만 도둑질하면 벌을 받아야지요. 잘못한 것에 대해 대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용서이고 사랑입니다.”

덮는 것만이 용서가 아니고, 품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고, 훈육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용서와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가난한 선교지에서 만큼은 예외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대가 없이 그저 받을 수 있는 건 십자가의 은혜밖에 없다. 우리에게 대가 없이 주기 위해 예수님이 대가를 지불하셨다. 결국. 세상 모든 것에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절도는 이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문제다.

교회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선교사님께서 가슴에 묻어 두고 말씀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도둑질하고 배반하고 거짓말하고 뒤통수친 교인들이 왜 없었겠는가?

S 사건은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수천수만 가지 종류의 죄들로 덮여있는 악의 소굴과도 같은 곳이다. 사탄의 권세에 잡혀있는 이상 누구나가 다 죄인이다. 예수 십자가 구원 없이는 예외가 없다. 매일 매일 십자가에 죽지 않으면 바울도 죄인 중의 괴수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십자가 보혈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나는 아이들한테만큼은 내가 해결해 주고 싶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착하고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열심을 내었다. 그리고 그 열심이 나의 기대와 달랐을 때는 실망하고 좌절하고 화를 냈다. 십자가를 바라보게 해야 했는데 나의 행위와 사랑을 바라보게 했다.

나의 도움, 나의 관심을 더 기대하게 했다. 세상 이보다 더한 교만이 어디 있겠는가? 잘못했으면 용서와 함께 대가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선교사님의 선처로 구속된 지 사흘 만에 S는 돌아왔다.

S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새벽기도에 나왔고, 교회 청소를 했고, 예배 때 춤을 추면서 찬양했다. 교인들 역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S를 대했다. 사흘 전의 그 난리가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나에게 또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의심. ‘말을 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줬을 텐데, 왜?’라는 원망. ‘마요네즈 바른 빵에 소시지까지 넣어줘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긍휼.

‘언제까지 방황하면서 살아야 하나 학교에 보내야 하지 않나?’라는 걱정. ‘후원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 등.

이 모든 감정이 뒤범벅되어 아이를 대하다 보니,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복잡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한 예수님의 사랑을 아는 것이라는 것을.

그 사랑은 먼저 그 사랑을 받은 자를 통해 흘러가야 하는데, 언제나 나의 감정, 나의 계획, 나의 열심, 나의 긍휼에 통로가 막혀 늘 삐걱대고 있다.

나의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나 역시 예수님의 사랑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잘못에도 대가를 지불해야 하듯이, 사랑도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보여주셨다.

S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나의 모습이었다. 도둑질하고, 거짓말하고, 사랑을 받을 줄도, 줄 줄도 모르는, 천하의 고아였던 나의 모습을 S를 통해 봤다.

예수님 십자가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수많은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과 물질과 마음을 깨트려 나를 섬겼고 사랑해 주었다.

누군가의 대가 지불로 나는 예수님의 사랑을 알았고, 배웠고, 사랑할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S를 위해 지불해야 할 사랑의 대가는 무엇일까? 먼저는 내가 예수님을 더 알아야겠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더 채워져야겠다. 예수님께 더 많은 자리를, 아니 모든 자리를 내어드려야겠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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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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