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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내 곁에 없었던 아버지의 죽음이 슬픈 이유

사진: Jeffrey Hamilton on Unsplash

내 마음의 요새에는 묵직한 자물쇠로 단단히 잠긴, ‘아버지 문제’라고 이름 붙은 방이 하나 있다. 202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용기를 내어 그 방 자물쇠를 열었다. 그리고 거미줄을 헤치고 유령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와 나는 친한 적이 없다. 내 부모는 내가 다섯 살 때 이혼했다. 그 후 십 년간 나는 아주 산발적으로 아버지를 본 게 다이다. 그다음 이십 년 동안 우리는 딱 세 번 전화 통화를 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언제나 나였고, 아버지는 항상 내가 원하던 것보다 빨리 전화를 끊었다. 

외아들로서 나는 항상 “아버지 문제”를 인생의 많은 문제 중 하나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이 슬픔과 씨름하면서 배운 세 가지를 통해서 나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소망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내 경험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마땅히 슬퍼야 할 것을 슬퍼하라.

솔직히 아버지가 죽었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아버지와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었다. 사실상 그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평상시대로 사는 게 더 쉬울 것이다. 게다가 나는 이십 년 넘게 아버지 없이 살아온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왜 갑자기 지금 와서 슬퍼해야 하나? 

그러나 또 한편으로 나는 단 한 번도 이 땅에서 나를 사랑하는 아버지를 가진 적 없다는 사실이 주는 슬픔에 압도되었다. 나는 항상 희망을 품고 있었다. 언젠가는 아버지가 돌아와서 나와 관계를 맺고 또 손주들을 안게 될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인해 이제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아버지와 나 사이의 관계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게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지금껏 내가 경험한 다른 애도와 비교할 때 훨씬 더 복잡하다.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2. 용서를 배우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용서가 성경의 명령임을 안다. 하지만 상처받았을 때 원한을 품지 않기란 쉽지 않다.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기보다 용서하기로 선택한 것이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용서를 소홀히 하고 원한을 품는 것은 아버지가 내 삶에 가져다준 상처가 내 반응을 통제하도록 허용하는 일이다. 

용서를 베풀려면 범죄자와 자신을 동일시해야 한다고 팀 켈러가 말했다. 나와 아버지의 관계라는 방정식에서 내 상처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나는 훨씬 더 쉽게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가질 수 있다. 아버지는 해병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전쟁 중에 그는 군인들이 “빨리 총쏘기”를 하면서 서로를 죽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 노출된 화학전 약제 때문에 평생 건강 문제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셨다. 베트남에서 돌아왔을 때 그를 맞은 건 거의 텅텅 비어버린 집이었다. 그가 당연히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그의 재산을 거의 다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가 자기 나름의 부족한 방식으로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망가진 탓에 그는 어른이 된 아들과 관계를 맺을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가진 아버지 문제가 학대가 아니라 방치라는 점에 나는 감사한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의 고군분투에 공감한다고 해서, 아버지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용서하려면, “복수를 추구하는 대신 빚을 내 것으로 만듦으로 가해자를 아예 의무에서 면제해야” 한다고 켈러는 말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버지가 단 한 번도 내게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계속 원한을 품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신 나는 기꺼이 아버지의 “빚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비록 그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나는 그의 실패를 깨끗하게 청산한다. 그리고 그 실패 때문에 더 이상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3. 하나님을 아버지로 받아들이라.

하나님이 아버지라는 성경적 교리는 성경 전체에 걸쳐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살면서 이 교리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갖기 전까지 아버지가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하나님, 나의 아버지라는 의미가 내게는 제대로 다가오지 않았다. 

졸업식에 아버지가 온 적이 없다. 결혼식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도 할아버지가 피우는 축하 시가는 없었다. 아니, 카드 한 장 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남긴 유산도 없다. 사망 당시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몸에 걸친 코트 한 벌이 전부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자녀들로 인해 하나님을 아버지로 인식하는 마음이 커졌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그들을 정말로 사랑한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 땅의 아버지는 내게 불가능하다. 그러함에도 내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는 사랑스러운 아빠가 된다는 것의 의미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씩 배워간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안다. 요한복음 1:12이다.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우리의 아버지는 “자비로우신 아버지시요, 온갖 위로를 주시는 하나님이시요”(고후 1:3).

이건 내가 오랫동안 믿고 있던 진리지만, 그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탕자의 비유(눅 15:11-32)에 나오는 아버지의 성품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이 진리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작은아들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그를 단지 받아들이기만 한 게 아니다.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20절). 따뜻하고 다정한 아버지의 이미지이다. 용서하고 축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아버지이다. 그는 아들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아들을 향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실로 놀랍고 압도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하나님의 자녀인 나를 지금도 하늘 아버지는 두 팔 벌려 받아주신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들아…,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31절).

나는 이제 내 인생의 특별한 순간들, 졸업식, 결혼식, 그리고 아이들의 탄생을 돌이켜볼 때면 내 아버지를 본다.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자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시는 아버지를 본다. 그는 항상 나와 함께하셨다. 나는 왕의 자녀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내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원제: How I Grieved the Death of an Absent Father 

플레처 랭(Fletcher Lang) |플레처 랭(MDiv, DMin,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은 https://www.coahsomerville.org/의 목사이자 Boston Center for Biblical Counseling의 설립자이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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