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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우리가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신학교를 돕겠습니다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선교지에서 ‘돈’은 참 묘한 존재이다. 누군가 하나님 앞에 헌신을 하였는데 그 쓰임새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긴급한 상황에서 절실한 필요를 채우기도 하고 미래의 일꾼을 세우기도 한다. 선교비가 잘 사용된 경우이다. 반대로 선교비가 의존성을 높이고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때로 교회 개척을 위한 지원이 오히려 교회 개척의 동력을 상실시키는 경우도 있다. 외부 선교비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경우이다.

오늘 이위쪼 교회 지도자들과 만나서 돈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년부터 신학교를 위하여 매년 7천받을 헌금하기로 했습니다.”

이위쪼 교회가 신학교를 위하여 특별 작정헌금을 하기로 했다. 그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매년 7천받(약 210불)은 작은 액수가 아니다. 그들의 헌신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였다. 이런 헌신이 있기까지 여러 스토리가 있다.

디뜨느 목회자는 이번에 목회자훈련 과정을 졸업했다. 그가 섬기는 이위쪼 교회는 태국에서 가장 오지라고 할 수 있는 딱(Tak)도의 타송양(Thasongyang) 군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필자는 약 20년전에 처음으로 그 교회를 방문했다. 그 교회가 전도처에서 조직교회가 되는 행사였다. 당시 도로가 없어서 마지막 3시간은 걸어서 갔다. 험한 길이었다. 마을 집들 가운데 양철이나 슬레이트 지붕은 거의 없었다. 나뭇잎이나 짚 또는 너와 지붕들이었다. 화전 농사가 대부분인데, 매년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자립하는 교회가 세워진 것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거의 잊혀진 교회이다.

담임인 디뜨느 목회자가 4년 전 목회자훈련원에 와서 훈련을 받게 되어 필지가 다시 방문하게 됐다. 이제는 마을까지 길이 놓여서 차량으로 갈 수 있었다. 생활환경이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좋아졌다. 집들은 모두 슬레이트나 개량된 지붕이었다. 마을안의 몇 집에는 차량들도 보였다.

“이젠 이곳도 살 만합니다.”

디뜨느 목회자의 말 속에 자족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회당은 나무를 이용하여 제법 규모 있게 건축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1월 훈련원에 와서 교제할 때, 교회당을 새로 건축하기로 했다고 한다. 교회당이 사용할 만한데, 왜 다시 건축하는가 의아했다.

“교회당은 현재 사용할 만한데, 미래를 위하여 5년 전에 땅을 구입했으며, 이후 건축을 위한 재정을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2022년 1월에 지방회 지도자가 그에게 와서 50만받 건축비가 있을 것 같은데 관심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하였다. 만약 건축을 빨리 한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교회로 갈 것이라고 했다. 교회로 돌아가 의논하니 교회에서는 좋다고 하여서 빨리 건축을 하기로 하였다. 재정이 오지 않았지만 땅 정지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작년 3월에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교회당 건물을 정리하였다.

그런데 외국의 후원교회 상황이 변하여 후원이 어렵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인들은 마음이 상하였다. 교회당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었는데, 차라리 그냥 사용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 뒤로 다시 상황이 변하여 작년 11월에 50만 받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추가로 도움을 받을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1월 26일 기공예배를 드렸고, 11월에 헌당예배를 드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목회자들과 같이 들으면서 그들에게 의견들을 물었다. 어떤 이는 축복이라고 한 경우도 있다. 어떤 목회자는 도움 받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교인들이 건축한 경우이다. 이위쪼 목회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시 질문했다.

“우리는 사실 5년이나 6년 뒤에까지 하면 스스로 건축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땅을 스스로 구입하였고 25만받 정도의 건축헌금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50만받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니 놓치기가 아까웠습니다.”

“다 지원을 받으면 부끄러운 일이니 최소 30%정도는 우리가 하고 나머지는 도움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교인들도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중간에 후원 취소라는 소식도 있었지만 결국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움을 받았으니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신학교를 위하여 매년 5천받 이상을 후원하면 어떨까요?”

나는 그에게 직접적으로 도전을 하였다. 그는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졸업식을 앞 둔 행사에서 목회자 대표인 “뚜루” 목회자가 교직원과 전체 학생 앞에서 광고를 한다.

“앞으로 매년 신학교를 위하여 5천받 이상 헌금을 할 이위쪼 교회의 디뜨느 목회자입니다.”

전체 앞에서 광고를 해 버린 것이다. 디뜨느 목회자에게 교회지도자와 의논을 하면 좋겠고 나도 한번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번에 그 교회를 방문하였다. 전체 7시간 정도 거리이지만 이 만남에 기대가 커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에 지도자들과 만났다. 교회가 올해 건축 이후 내년부터 신학교를 위하여 매년 7천받을 헌금하기로 했다. 성도 80여명의 이위쪼 교회는 최근 교회 헌금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2018년에는 전체 헌금이 10만받 정도였는데, 작년 2022년에는 26만받(약8천불)이다. 그 가운데 십일조는 20만받으로 3년 전부터 옥수수 재배로 현금이 제법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가난한 오지이지만 나름 십일조를 잘 하고 있다.

카렌 총회안의 237개의 조직교회 가운데 신학교를 위하여 매년 5천받 이상을 정기적으로 헌금을 하는 교회는 두세 곳 밖에 없다. 나머지는 1200받 정도나 쌀을 보낸다. 물론 이것도 귀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외부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이위쪼 교회가 매년 7천받을 정기적으로 한다면 가장 많이 하는 교회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두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도움을 받고 난 뒤 그 은혜를 외부를 위해 사용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가난한 교회이지만 총회의 일에 풍성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총회안의 교회가 이위쪼 교회처럼 헌신한다면 신학교는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선교지에서 ‘돈’은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움직인다. 단지 물질로서 사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돈은 방향성을 결정하는 힘이 있다. 도움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움 후의 방향이다. 도움 받는 것이 일종의 정책이나 경향이 되어버린다면 의존성은 증가한다. 본래 헌금 목적과는 방향과 다른 경우이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를 원하여 지원을 하였는데, 더 의존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위쪼 교회는 단순하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결국 큰 헌신을 결정했다. 가난한 교회도 총회를 위하여 도울 수 있는 본이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선교하는 교회에 참여하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그 소망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 3월 목회자훈련원 졸업생들의 선교후원회를 조직할 때 그 교회 담임인 디뜨느 목회자도 매년 1000받을 선교비로 작정하였기 때문이다. 가난한 교회의 귀한 헌신은 또한 나의 선교방향을 돌아보게 한다. 그것은 나를 위하여서도 좋은 본이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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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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