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으로 확산…”주변국과 관계 정상화해도 밀매 계속될 것”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이 돼 온 마약 ‘캡타곤’이 주변국을 통해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이 마약 제조·밀매 문제를 자국의 고립 탈피를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내전 후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받던 시리아는 최근 강진 등을 계기로 국제무대 복귀를 노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뉴라인스연구소의 카롤린 로즈 선임 연구원은 11일 CNN 방송에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캡타곤을 주변국과 화해를 위한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리아가 자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면 마약 제조·밀매를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주변국에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면서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관계 정상화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페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캡타곤은 ‘IS 마약’ 또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마약’으로도 불린다.
중독성이 매우 강한 이 마약은 두려움과 피로감을 줄여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전투에 나서는 소속 대원에게 복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캡타곤은 최근 중동은 물론 아시아·유럽까지 유통되고 있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캡타곤 밀매와 관련한 시리아 인사들을 제재하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마약 밀매로 지금까지 570억 달러(약 75조3천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밀매 규모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9월 사우디 세관은 리야드에서 4천700만 정의 캡타곤을 적발했다. 이는 사우디에서 발견된 마약류 중 최대 규모였다.
브루킹스연구소 반다 펠밥-브라운 연구원은 “시리아의 마약 밀수출은 친이란 민병대·헤즈볼라 등과 연관이 있으며, 정상적인 무역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8일 캡타곤 제조·밀수출과 관련해 6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 중에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일가친척이 2명 포함됐다.
서방은 시리아 육군 정예부대인 제4기갑사단이 시리아 내 마약 제조와 수출의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대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동생이자 시리아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인 마헤르 알아사드가 지휘한다.
전문가들은 시리아가 주변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마약 관련법 제정·단속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펠밥-브라운 연구원은 “알아사드 정권은 중요한 수입원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가장 핵심적인 밀수출 업자에게 사업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2011년 내전 발발 후 아랍연맹(AL)에서 퇴출당한 시리아는 최근 중동 국가들과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튀르키예(터키) 강진 후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이 원조에 나서면서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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