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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사진: 고정희 선교사 제공

‘나는 왜 기독교가 1%도 안 되는 일본에서 크리스천 가정에 태어났을까?’ 일본 땅에서 크리스천 가정으로 3대 째 살고 있는 다섯 남매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고백에 서글픔이 느껴진다.

그저 크리스천 친구 하나 원하는 것, 어느 누구에게 크리스천 친구가 되고 싶은 것.

일요일에는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

예수가 없는 이 땅에서 표현하지 못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그럼에도 표현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쓸쓸하고 힘듦이라.

계속되는 아웃리치팀들과 마주 하다보니, 믿음의 여정들을 함께 마음껏 표현하는 선교의 발길들이 부러웠나보다. 다섯 남매 중 막내가 최근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친한 친구가 있었더란다. 가까이에 살다보니 서로 집을 오고가는 사이였단다. 어느 날 그 친구의 부모가 기독교 집안의 친구하고는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아직까지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막내의 이야기였지만 남매들은 자신들의 일인 듯 공감을 한다. 그렇게 다섯 남매는 서로에게 크리스천 친구가 되었다. 예배 팀이 되어 찬양을 올리는 다섯 남매를 보고 있노라니 이 땅과 싸우는 전우들 같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세상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요 15:18)

일본 땅에 반년 넘게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죽음을 싸고 있는 통일교 이야기이다. 기독교가 1%도 안 되는 이 땅은 통일교와 기독교를 구별해서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가끔 식사 교제를 하는 일본 할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우리가 전하는 예수가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그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사회 이슈 문제의 한 가운데 잘못된 지식으로 아는 예수가 있다.

게다가 마을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신당, 신사에 가서 기도를 올리는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예수를 믿는 크리스천이 아이러니하면서 특이하게 생각되어지는 것 같다. 실은 미워하는 것.

자~ 이새의 뿌리에서 한 싹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것에 지혜와 총명이, 모략과 권능이, 지식과 주님을 경외함이 가득하다. 주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 뗀 아이가 살모사의 굴에 손을 넣을지라도 서로 해치거나 상하는 일이 없다. 물이 바다를 채우듯, 주님을 아는 지식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사 11장)

오사카 옆 도시, 고베에 있는 산에 다녀왔다. 등산으로 정상까지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비가 오고 날이 좋지 않아 자동차로 꼬불꼬불 한참을 올라 산 위에 갔다. 산 정상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호수와 빙그레 둘러싼 나무들로 가득한 숲이 경치가 좋아 많은 발길들이 찾고 있다. 그리고 숲 길을 따라 한적하게 조금만 오르면 십자가 묘지가 즐비하게 있는 곳이 있다. 발길들이 여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1549년 일본 땅에 선교의 문이 열리면서 이 땅에서 죽음을 맞은 외국인 크리스천 묘지이다. 일본문화답게 산 속이지만 묘지와 환경이 정갈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갈 때마다 여러 난관에 부딪히기에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잘 보존된 곳을 좀 더 쉽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정돈된 길을 따라 하늘과 맞닿은 십자가 오솔길을 걷노라니 이 땅에서 싸우다 간 믿음의 전우들을 만나는 감사함이, 그리고 고마움이 향기가 되어, 날이 개어 햇살 내린 공기가 참 달다.

아~사랑이어라.

이 세상 한 구석에서 살다가 묻힌 하나님 나라의 전우들이다. 영광스런 십자가 오솔길이여! 이 땅에 주님을 아는 지식이 어찌 이리 가득할까.

발 길이 멈춘 곳은 큰 돌 판에 한글로 새겨진 ‘스크랜튼’ 이름 앞이었다.

‘나는 오직 병들고 버림받은 조선인들 곁에 있겠습니다.’

의사이면서 목사였지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버리고 일제 시대 조선을 그대로 안았던 삶, 그 때의 조선인들은 스크랜튼을 만나고 비로서 내가 사람인 것을 알았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의 여인들을 무작정 사랑하기로 작정했던 이화학당을 만든 그 어머니 메리 스크랜튼은 한국 양화진에, 아들 윌리엄 스크랜튼은 그렇게 고베 산 위에 묻혀 있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삼상 17:45)

이 세상 한 구석에 살고 있는 전우들이여! 우리는 이미 승리는 어린 다윗의 것임을 알고 있다. 싸움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담대히 골리앗 앞에 나아가자.

한국 크리스천들이 이 땅에 사는 우리(조선)학교 아이들을 만나고 갔다. 급식에 아이들하고 선생님들, 엄마들 먹으라고 한국 김장김치를 이~ 만큼이나 보내왔다.

이렇게 사랑을 더한다.

왜 잘 해주냐고 묻는다.

우리는 크리스천입니다.

거룩한 시온 산에는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주님을 아는 지식이 가득함이더라.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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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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