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도 250만 여명의 외국인 이주민 가운데 무슬림 인구가 3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들을 이웃으로 맞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들의 삶과 사상,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별히 올해 4월 2일부터 30일간 지속되는 이슬람의 절기 라마단을 맞아, 이슬람 전문가 김종일 교수의 칼럼 <밖에서 보는 이슬람>이 새롭게 연재된다. <편집자>
밖에서 보는 이슬람 (1)
올해도 어김없이 전 이슬람 세계의 단식 절기인 ‘라마단(Ramadan)’이 4월 2일부터 시작해서 총 30일간 지속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전 세계의 이슬람권으로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슬람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조금 부족했다. 이는 이슬람권 선교는 우리나라 밖의 타 문화권 선교라는 생각이 많았으며, 적지 않은 교회는 당장 시급한 국내 목회 사역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250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민족국가(multinational state)로 들어섰으며, 이제 30여만 명의 무슬림이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 교회는 해외뿐만 아니라 이들 국내 무슬림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과 책임의 거룩한 부담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 없이는 지혜롭고 올바른 복음 전파가 어렵게 되었다. 이에 이슬람 세계의 ‘라마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나누면서 국내를 포함해서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무슬림들을 향해서도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함께 하나로 일하기를 원한다.
라마단이 가진 의미
무슬림들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의 달을 가장 거룩한 달로 생각한다. 아랍어에서 유래된 ‘라마단’은 이슬람의 ‘히지레’ 달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의미한다. 이슬람교에 따르면, 라마단 월중에서도 특별히 스물일곱(27) 번째 밤[1]은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알라’로부터 첫 계시를 받던 때이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이 날을 ‘권능’의 밤[2]으로 부르면서 라마단 기간 총 30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날로 지키고 있다.[3] 대부분의 무슬림은 이날을 알라의 축복과 보상이 가장 많은 밤으로 믿으면서 모스크에 모여 예배드리며 밤을 새워 기도하며 지낸다.[4]
침도 삼켜서는 안 되는 라마단 단식
이슬람 세계에서 라마단 월이 시작되면 전 세계 모든 무슬림은 한 달 내내 하루 중 일출 시각에서부터 일몰 시각까지 의무적으로 음식을 금하면서 가장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모든 음식, 음료, 흡연 등을 금한다. 또한 폭력(싸움과 전쟁), 분노, 시기, 탐욕 등도 삼가야 하는 등 철저히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한다. 심지어 침조차 삼켜서는 안 되며, 부부관계도 금한다.
이 라마단 월 기간에 지키는 단식은 신앙고백, 예배, 구제, 성지순례와 더불어 모든 무슬림이 지켜야 하는 5대 의무 중 하나이며, 무슬림에게 인내와 자제력을 길러주며 소외된 주위의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목적이 있다. 이 라마단 기간 중 단식 시간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그 이유는 이슬람력이 달의 모양에 따라 하루 중 단식의 시작과 끝 시간이 계산되기 때문이다. 단, 모든 무슬림이 단식을 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면서도 예외적으로 전쟁 중인 군인, 여행자, 어린이와 노약자, 환자,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 월경 중인 여성 등은 단식 의무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이 끝나고 나서 채우지 못한 라마단의 단식 일수를 반드시 채우도록 하고 있다.[5]
이슬람 세계의 라마단 풍경
1. 단식과 영적 생활
한 달이나 지속되는 이 기간에 무슬림들은 단지 음식을 먹지 않는 금욕만이 아니라, 예배와 꾸란 낭송 등의 영적 생활에도 신경을 쓴다. 평소에는 예배에 열심을 내지 않았던 사람조차도 이 기간이 되면 빠짐없이 예배에 참석하려고 한다. 이 기간 모든 무슬림에게 꾸란 일독이 장려되기도 하며, 저녁 예배 시간 이후에는 모스크에 모여 꾸란 낭송회를 하는데 이때 많은 무슬림이 함께 모여 꾸란을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 기간에는 거리마다 색종이나 깃발 혹은 모스크 모양의 리본을 달거나 집집이 빛나는 색등을 걸기도 한다.
2. 이프따르와 싸후르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의 하루 단식은 모스크의 ‘아잔’ 소리와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끝이 나는데, 이 단식을 푸는 첫 음식 혹은 시간을 가리켜 ‘이프따르’라고 부른다. 모든 무슬림은 하루 중 단식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이프따르 음식을 미리 차려 놓고 하루 단식의 끝을 알리는 ‘아잔’ 소리를 기다린다. 하루 내내 전혀 먹지 못한 대부분의 무슬림은 이프따르 음식을 가능하면 집에서 먹으려 한다. 이를 위해 하루의 일몰 시각이 가까이 오면, 직장이나 일터에서 많은 무슬림이 거의 같은 시간에 귀갓길에 오른다. 일분일초라도 ‘이프따르’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찍 귀가하려고 질주하지만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귀가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매일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
물론, 이 기간에는 비공식적으로 일몰 시각 훨씬 전에 살짝 퇴근하는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이 적지 않지만 서로 눈감아 주는 것은 불문율로 되어 있다. 라마단 기간 하루의 이프따르가 끝날 때쯤에 거리에 나가보면 언제 교통 마비가 있었냐는 듯이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있는데, 그 이유는 거의 모두가 자기 집에서 가족과 함께 이프따르 음식을 먹고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도시의 거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다. 거리에는 전차나 버스도 보이지 않고 긴급한 용무의 차량만 보일 뿐이다.
하루 중 이프따르 식사가 끝난 뒤에는 다시 시끌벅적한 축제가 시작된다. 하루 동안의 허기진 배를 채운 무슬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산책하기도 하고, 친척과 이웃집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자정이 지나도 거리는 조용해지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하루 중 단식이 끝나면서 먹는 음식을 아랍어로 이프따르라고 한다면, 하루 중 단식을 시작하기 바로 전에 먹는 음식을 ‘싸후르’라고 부른다. 새벽이 되면 ‘메싸하라띠(Mesaharati)’라 불리는 사람들이 일출 전 마지막 싸후르 음식을 먹기 위해 일어나라고 동네 골목마다 북을 치며 다니는 전통은 이미 오랫동안 라마단 기간의 진풍경이 되었다. [복음기도신문]
[1] 무슬림 대부분은 라마단 기간 중 제27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이슬람 학자들은 제21일, 제23일, 제27일 혹은 제29일 밤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2] 이 날을 가리켜 아랍어에서 운명 혹은 권능의 뜻을 가진 ‘까드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 말 번역에서 ‘권능’의 밤으로 부르고 있지만, ‘운명’의 밤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참조]
[3]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의하면, 이 ‘운명’의 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운명의 밤에 읽는 꾸란의 ‘까디르(운명)’ 장은 꾸란 전체를 읽는 것 같은 가치를 가지며, 이날 밤은 한 달 내내 매일 밤 기도하고 예배하며 보내는 것도 더 가치가 있다”.
[4] 진실로 우리(하나님)는 권능(운명)의 밤에 계시(꾸란)를 내렸나니, 권능(운명)의 밤이 무엇인지 그대에게 알려주리라. 권능(운명)의 밤은 천 개월보다 더 좋으니 이 밤에 천사들과 가브리엘 천사가 주님의 명령을 받아 강림하여 아침 동녘까지 머무르며 평안하소서 라고 인사하더라(꾸란 97:1~5).
[5] 사람을 위한 복음으로 그리고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라마단 달에 꾸란이 계시되었나니 그달에 임하는 너희 모두는 단식을 하라 그러나 병중이거나 여행 중일 경우는 다른 날로 대체하면 되니라. 하나님은 너희로 하여금 고충을 원 치 않으시니 그 일정을 채우고 너희로 하여금 편의를 원하시니라. 그러므로 너희에게 복음을 주신 하나님께 경배하며 감사하라(꾸란 2:185).
김종일 |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M. Div.) 졸업, 전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현, 터키어권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M-NET KOREA, 일명 ‘열무김치’)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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