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과 함께 사는 이야기(8)
‘이드 엘 피트르’…
이는 라마단 금식을 무사히 마쳤음을 공식화하는 또 하나의 무슬림 휴일이자 축제다. 그러나 시작은 있는데, 이 날의 출발점은 애매하다. 이 명절은 특정일이나 요일로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라마단이 끝나고 메카의 밤하늘에 깜깜하게 달이 보이지 않으면 시작한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라마단이 마치는 것도 끝나는 날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며칠 전부터 달을 관측한다. 또 라마단이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다가 마지막 날 달이 보이지 않으면, 라마단 달의 마침과 동시에 ‘이드 엘 피트르‘ 명절이 시작됨을 공표한다.
지난번 기고문에 이 피트르 명절을 보낼 우리 새 가족들을 아버지께 올려드리는 기도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새 가족들은 지난주 명절 기간 동안 모여서 함께 말씀 통독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 말씀의 부요함 안에 천국을 누리게 하신 주님을 찬양한다!
이 명절이 시작되는 날, 무슬림들은 모스크 기도회에서 그들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자카트’(구빈세, 희사(喜捨))를 내기도 한다. 자카트는 자기 수입의 2% 정도를 내는데 돈 뿐만이 아니라 양이나, 염소, 곡물 등으로도 내야 한다. 무함마드 시대에는 무함마드가 관리하는 ‘돈의 집’에 자카트를 내게 했다. 무함마드는 이 돈으로 이슬람 군대 재정과 빈민 구제와 건설 계획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였다. 오늘날에도 이슬람 군대 지원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과 모스크를 짓는 일과 새로 무슬림이 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기독교인은 헌금을 하나님께 드릴 때에 억지로 하지 않고 감사함으로 드린다. 자발적으로 기쁨으로 어떤 종류의 헌금이든지 기꺼이 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무슬림에게 ‘자카트’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무슬림들은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천국에 갈 수 있는 조건이다. 자카트를 내면 몇 배의 보상을 알라가 해준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고(코란 2:261), 이를 행하지 않으면 배교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떳떳하게 요구 할 수도 있다.(한국일보, 이주화 이맘 칼럼, 2021.1.20.)
X국에서 길을 지나가다 보면 어디에서나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대체로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이지만, 검정색 옷으로만 입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여인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검정색 옷으로만 입은 것으로 봐서 이 여인들은 아마도 과부일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나를 도와주면 알라가 너에게 복을 내릴 것이다”
라고 계속 반복하면서 손을 내민다. 이렇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작은 돈이라도 줘야 되는지? 안 줘야 되는지? 갈등하곤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길에서 그들을 만날 때, 멈추어 서서 지갑을 꺼내고 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그냥 지나칠 때도 있는 나를 보게 하셨다. 나의 게으름과 가난한 사람을 가벼이 생각했음을 주님 앞에 회개하고,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주머니에 잔돈을 준비해서 다니기로 했다. 그렇더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주게 되면 너무 많아지기도 하고, 그들에게도 좋지 않기에 대체로 지나치지만, 마음을 주시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게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해요” 하면서 작은 돈이지만 건넨다.
돈을 건네받기 전까지 “나를 도와주면 알라가 너에게 복을 내릴 것이다” 말하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던 사람은 돈을 받음과 동시에 당당한 표정으로 바뀌어 내 앞을 지나간다. 그런 표정에 내가 더 당황해서 ‘어! 이건 뭐지? 내가 잘 못 본건가?’ 하곤 했다.
또 여러해 전에 우리 집 근처에서 자주 보는 한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인데 동네 슈퍼마켓이나 세탁소에서 심부름을 하고 있는 아이였다. 나이보다 키도 작고 외소해서 그 아이를 보면 우유를 한 팩씩 주곤 했다. 처음에는 고맙다며 인사를 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 갔다. 어느 날은 우유가 없어서 쥬스를 주었더니 인상을 쓰며 “우유 아니야?”하고 반문하면서 받았다. 그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황당함이 생겼다.
이슬람 국가에서 살면서 가끔 그들의 너무나 당당함에 놀랄 때가 있다.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나면 그들에 대한 오해가 덜 생기게 되는데 바로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카트’ 문화다. 부자나 나눌 것이 있는 사람이 ‘자카트’를 내거나, 길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면 그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인해 도와주는 사람이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이 도움을 주는 사람을 천국에 가도록 돕는 것이 된다. 그래서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렇게 좀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마 5:42) 우리에게 거저주신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해서 우리도 댓가 없이 그 받은 사랑을 거저 주라고 하신다.
기도 | 고마우신 하나님 아버지, 아무 조건 없이 우리들을 사랑해 주시고 택하여 주시고 감히 창조주를 아버지라 부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수 있는 믿음을 주시고 천국 백성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무슬림들은 다른 사람들을 돈으로, 물질로 도와주면서도 천국에 가지 못할까봐서 도와주어야만 합니다. 도와 줄 자유도 없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늘 우리 곁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내가 천국에 가기 위해서 돕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인 것이 감사해서 나누는 기쁨과 행복을 그들에게도 알게 해주시기 원합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도 감사한 마음, 나누는 사람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자유의 날이 그들에게도 속히 오게 해주십시오.
우리에게 무서워하는 종의 영이 아니라, 진리와 자유의 성령으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 안의 구속함이 그들에게도 있게 해주시기 원합니다. 우리 새가족들을 ‘이드 엘 피띠르’ 명절 기간 동안 말씀의 은혜로 들어가게 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복음기도신문]
김믿음(북아프리카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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