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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운명적인 만남 “배고프지 않으세요?”

▲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제가 46년 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 인생 희노애락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46년 인생이 짧다면 짧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길고긴 인생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전라도 섬입니다. 지금은 다리가 생겨서 대중교통이 잘 되어서 육지로 다니는 게 편리해졌습니다.

저는 유복하지 못한 가정의 둘째로 태어나 자라면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도시와는 다르게 시골에서는 농사일로 집안 생계를 이어갑니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넉넉하지 않지만 중매로 만나서 집을 마련하고 살림을 하나씩 장만하시며 사셨습니다. 그때의 시골 풍경은 서로 도와가며 나눠주는 그런 정든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그건 자기 땅이 있는 사람들 말이고 없는 사람은 하루 하루 품앗이를 해서 겨우 살아가는 곳도 많았습니다. 저의 집도 그런 형편이었습니다.

또 그 시절에는 각 마을마다 동네 부녀회에서 집집마다 막걸리를 팔았습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하루 일과의 시작도 막걸리로 시작하였고, 하루 일과 마무리도 막걸리로 마쳤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애주가셨습니다.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농사일과 집안일에는 소홀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께서 농사일과 집안일을 도맡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고 농사일은 도와주지 않으시니 결국 어머님이 친정집으로 가셔서 한동안 오지 않으셨습니다. 친정집에 머물면서도 어린 두 아들이 눈에 밝히셨는지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작은 아버지께서 어머님을 모시러 가셨고 설득하여서 어머님을 집에 모시고 오셨습니다.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머님께서 힘들게 살아오셨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중학교 졸업 때 인천 외삼촌께서 오셔서 농사일 해봐야 돈도 안 모아지는데 인천에 올라가 직장을 다니면 그나마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시며 인천에 가자고 권하셨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님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나마 시골에서는 많진 않아도 도움을 주는 이웃이 있지만 도시는 그런 게 없고 아버지가 또 술을 드시기에 어떤 사고가 날지 몰랐기에 그런 듯 했습니다. 어머님은 결정을 하셨고 아버지와 형과 함께 인천으로 함께 가시고 저는 친척 할머님께 맡겨두고 가셨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할머니와 둘이 생활하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할머님께서 몸이 안 좋아지셔서 인천에서 어머님이 저를 데리고 가면서 가족이 함께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인천에서 살면서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부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시골에 살면서 저희 집의 빚도 늘어나 있었고, 아버지께서 보증을 잘못 써준 게 있어서, 저라도 사회에 빨리 뛰어들어 직장이라는 곳에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다 제 삶에 시련이 찾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청소년 시기면 온다는 사춘기가 저는 20살 무렵에 찾아왔습니다. 시골에서 살 때는 농사일이 바빴기에 사춘기가 올 시간이 없었고,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직장에 다니며 하루하루 반복되는 생활에 몸과 정신이 무너져 가면서 사춘기가 늦게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집에서 뛰쳐 나와서 사춘기를 친구와 함께 지내면서 보냈습니다. 그 시기에 군대 영장이 나왔고, 제대 후에는 외삼촌이 다니시던 가구 회사를 다니면서 14년 정도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불행은 또 다시 찾아왔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외삼촌은 병으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또다시 방탕한 삶을 살았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집에 돌아가 예전의 삶을 되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사회에 조금씩 적응할 때 쯤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걸 느꼈습니다. 병원으로 달려가니 아버지는 의식 불명 상태에 있었습니다. 다시 의식이 돌아오기까지는 10일이 걸렸습니다. 아버지 병 간호를 해야 하는데 어머니나 형은 도울 형편이 되질 못했습니다.

결국 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였습니다. 병원 의사 말로는 아버지가 머리를 다치고 평소 당뇨 합병증이 심하여 수술은 못하고 나중에 어떻게 될지 판단할 수 없다며 재활치료를 하라고 해서 물리 치료만 1년 가까이 하였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합병증으로 치매까지 오셨고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가정에는 평안이 없어지고, 저는 다시 집을 나와서 혼자 살기로 마음먹고 월세방을 구해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20대 때 허리를 한번 다치고 그냥 놔뒀었는데 살아가면서 점점 더 아파왔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허리 수술은 큰 돈이 들어가기에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저는 벌어놓은 돈으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쓰다 결국 감당을 못하고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노숙을 하면서도 허리가 자주 아파서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인천터미널 공원에서 노숙을 했는데, 그 중 한 공원에 나무로 된 벤치가 3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한 형제가 다가와 “배고프지 않으세요?” 말을 건넸고, 그 형제가 가져온 먹을 것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둘 사이는 가까워졌습니다. 그래서 그 형제와 함께 노숙을 하게 되었고, 그 형제가 노숙을 하면서 프레이포유라는 곳을 자주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가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형제의 그런 얘기가 듣고 싶지 않았고 처음에는 몇 번 거절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무신론자이고 교회라는 곳을 좋게 생각한 적이 없어서 그 형제의 제의를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초가을쯤 그 형제는 한 번 더 저에게 제의를 했습니다. 당시는 날씨도 춥고 몸도 많이 안 좋았습니다. 결국 저는 그 형제의 제안대로 프레이포유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2019년 10월 8일에 처음 프레이포유의 살림공동체에 오니 모든 게 낯설어 힘들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고 그 형제는 “한 번 하나님을 믿고 신앙을 가져보면 모든 게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권면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1년 5개월 정도 프레이포유 사역자로 거리를 다니며 거리와 좁은 방에 계신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처음과 많이 달라진 제 모습에 저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지만 매일 저녁 형제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르며 예배를 드립니다. 아직은 한발 한발 더 나아가야 하겠지만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를 드립니다. <이명준 형제>[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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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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