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과 함께 사는 이야기(5)
동네에 있는 작은 마트들이나 대형 마트들에 물건이 점점 많이 쌓이기 시작한다. 견과류는 종류별로 몇 자루씩 펼쳐져 있고, 달달하고 딱딱하게 굳힌 엿 종류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쌓여져 있다. 쌀, 밀가루, 설탕, 식용유… 식품들은 크기가 커지고 할인도 많이 한다. 과자 가게들도 더 달콤한 과자들로 종류가 달라지고, 케잌 가게들도 특별히 화려한 케잌들로 바뀌어 있다. 해마다 라마단이 오고 있음을 이렇게 알게 된다.
라마단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시장이나 마트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복잡해져서 장보기가 힘들어 진다. X국에서 정착해 가던 때는 ‘라마단이 금식하는 달 아닌가?’하는 질문과 생각을 하면서, 먹거리로 가득찬 시장풍경이 의아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해마다 이런 관경을 보게 되니, 언제부턴가 그냥 우리나라 명절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낮에는 금식하고, 해가 진 다음에는 먹을 수 있는 라마단이기에, 서로 방문하고 초대하면서 명절을 한 달 동안 보낸다. 그래서 라마단 한 달의 생활비가 한 해 동안의 생활비 만큼 든다고 한다.
올해 ‘라마단’은 4월 13일부터 시작되었다.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 달에 초승달이 처음 보일 때 라마단은 시작된다. 무함마드가 그 추종자들과 함께 서기 622년에 메카에서 메디나로 옮겨간 것을 의미하는 이슬람력은 이주를 뜻하는 ‘히즈라’(AH;After Hijra)를 원년으로 시작되었다. 이슬람력은 매년 11일이 짧아져서, 올해 라마단 월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수니파는 13일부터, 이란을 포함한 시아파는 14일부터 시작했다.
무함마드는 무슬림들에게 코란이 계시된 라마단 달에 모두 단식하라고 명하였다.(코란 2:185) 하루 다섯 번의 기도 중, 새벽 첫 번째 기도와 해가 질 무렵인 네 번째 기도 사이에 금식한다. 라마단 금식 기간 중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물도 마시면 안 된다. 아픈 사람이나 여행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어도 되지만 나중에 그 일정을 채워야 한다.
라마단 기간의 하루를 시간별로 나누어 보면, 보통 때의 하루를 거꾸로 살고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새벽 첫 번째 기도시간 이후부터 금식에 들어가서, 일몰 때인 네 번째 기도시간 기도를 마치면 그날의 금식이 끝난다는 아잔 소리와 함께 ‘이프따르(아침밥)’를 먹는다. 올해는 오후 6시 30분쯤에 이프따르를 먹는데,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져 가는 계절이어서 올해의 금식 시간은 날마다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이프따르에 친구들과 친척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서로 방문하기도 하여 즐겁게 음식을 먹고 맛있는 다과를 나누며 교제한다. 점심은 밤 10시쯤 먹는데, 이후 시간에 TV에서는 재미있는 영화를 한 달 내내 방영한다. 저녁은 새벽 첫 번째 기도가 시작되기 전, 새벽 3, 4시 사이에 간단하게 먹는다. 혹시 자다가 못 먹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양은 그릇 같은 것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면서 골목, 골목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새벽에 저녁을 먹고 잠을 잔다.
라마단 기간에는 학교나 관공서는 한 시간 늦게 시작하고 오후 1시쯤 마친다. 가게들도 늦게 열고 오후 2~3시경이면 문을 닫는다. 낮에는 물도 못 마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신경이 많이 예민해져 있어서, 길거리나 시장이나 어디서든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사람들과 되도록 부딪히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이프따르를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 늦은 오후나 해가 질 무렵이면, 자동차들은 경적을 계속 울리면서 쌩쌩 달린다. 이 시간대에는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가게들은 문이 다 닫혔지만, 음식점들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미리 시켜 놓은 음식을 앞에 차려 놓고 일몰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모스크 는 탁자에 간단한 음식들을 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먹을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길에서는 대추야자 열매와 물이나 차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무슬림들이 이프따르 시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나누어 주기도 하고, 기독교인들이 금식하는 무슬림들을 위해 준비해서 나누어 주기도 한다.
길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없고, 찻길에는 자동차도 없고, 버스는 운행을 멈추고 서있다. 아무것도 다니지 않는 고요한 시간. 이프따르를 먹는 시간이다. 우리 가족은 그 시간에 종종 산책을 나가곤 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걷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공원이나 강가나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소풍 나온 것처럼 이프따르를 먹다가 우리들을 보면, 같이 먹자고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친절하고 만족스러워 보였다. 금식 후에 먹는 음식, 얼마나 맛있고 행복한가? 묻지 않아도 그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다.
고요한 거리를 즐기면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그들과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하는데… 마음은 아파오곤 했다. 해야만 하는 금식. 알라가 원하는 것이고, 무슬림이 되기 위한 5가지 조건 중의 하나인 라마단 금식을 지켜야만 하는 그들…라마단 금식을 지키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하고 알라가 화가나기 때문에 해야만 한다.
죄사함을 받아 구원받고 천국 가는데 아무 조건도 없이, 생명 주신 우리 주님의 사랑을 저들이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그들에게 하늘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유하게 할 수 있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금식하고 먹을 수 있는 자유.
그들을 아버지 손에 오늘도 올려드리며 기도한다. 우리가 그들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랑하며, 무슬림을 위해서도 십자가에서 죽으신 주님께서 주님의 방법으로 오늘도 하실 것을 믿음으로 바라면서…
기도 | 사랑하는 아버지, 긍휼히 여기시면서 이들을 보고 계실 아버지께 무슬림들을 올려드립니다. 오늘도 라마단의 하루가 지나고 있습니다. 라마단 금식을 하면서 알라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금식을 마치고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빠져있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주시기 원합니다. 낮에 물도 못 먹다가 음식을 갑자기 먹어서 배탈이 나기도하고, 정신없이 음식을 탐하며 먹기도 하고, 금식하느라 힘들 때에 생각하고 의문하게 하옵소서. 이것이 과연 하나님이 원하는 일인지? 이렇게 하면 진짜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인지? 진짜 하나님께 나아가는 이 라마단 기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주님께서 주님의 방법대로, 각 사람마다 그 성정에 맞는 대로 일하셔서 그들에게 천국 가는 유일한 길, 예수 그리스도를 오늘도 비춰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믿음(북아프리카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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