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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사진: pixabay.com

“장점이 없다고?”
“네, 저는 장점이 없어요.”

민기는 귀찮다는 듯이 툭툭 말을 던졌지만 나는 민기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잘 생겼는데? 잘 생긴 것도 장점이야. 잠깐 마스크 좀 내려 봐.”
“네에? 아니에요. 절대 잘 생기지 않았어요.”

민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아, 근데 열심히 하는 건 있어요. 저는 하루에 두 시간씩 근력운동을 해요. 그리고 몸에 안 좋은 건 안 먹어요. 라면도 두 달 동안 안 먹었어요.”

“세상에… 너 진짜 독하구나?”
“맞아요. 저는 독한 게 장점이에요. 아까 손흥민 책으로 수업하고 제가 소감 말했잖아요.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고요. 그 말 진짜예요.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어요. 제가 원래 몸이 엄청 말랐었는데 운동 시작한 후로 이렇게 좋아진 거예요”

“그럼, 지금 이게 다 근육이라는 거야?”
“근육이죠. 저는 노력을 좀 하는 편이고, 끈기도 있어요. 그리고 잘 챙겨주는 사람을 좋아해요. 여기서 잘 챙겨주는 사람이란… 제 여자 친구를 말하는 거예요. 저 사실은 이야기도 잘 하는 편이에요.”

처음엔 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민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는 곳도, 전화번호도 내게 다 털어주었다. 우리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반 아이들은 킥킥 웃으며 민기와 나의 대화를 기초로 어느새 자신들의 장점을 노트에 적어놓았다. 한 명을 공략했더니 나머지 아이들이 줄줄이 굴비처럼 따라온 것이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작성한 노트를 열었는데… 아, 이런…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어쩜 글씨체까지 반듯한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내 눈을 커지게 만드는 내용들…

<나의 장점>

나는 개념이 있다. 남의 걱정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남을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먼저 돌아본다. 환경을 잘 지킨다. 감수성이 풍부하다.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 인사성이 밝다. 남에게 관심이 많고 따뜻하다… 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승훈이는 요청도 안했는데 마지막 줄에 자신의 꿈을 적어놓았다. 태권도를 잘하니까 당연히 유명한 태권도선수 되는 게 꿈인 줄 알았는데 승훈이의 꿈은 이러했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이 감동을 어찌할까… 오늘 1교시 손흥민의 책에서 우리가 뽑아낸 핵심키워드는 노력과 겸손이었다. 2교시엔 너희 장점도 찾아보라고, 각자 장점을 열 가지만 적어보자고 제안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사실 지난밤 교실에 들어가 쩔쩔매는 꿈을 꾸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독서수업에서도 수혜자는 나였다. 오늘 내 휴대폰엔 학생들의 전화번호가, 마음 한복판엔 또랑또랑한 아이들의 눈빛이 저장되었다. 책상 앞으로 다가가 한명씩 자세히 들여다본 그 녀석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과의 만남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아, 그렇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빌려와야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복음기도신문]

Ji So young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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