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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까~악’ 까마귀 소리도 주님의 것

ⓒ 현승혁

요즘 김치를 자주 만들고 있다. 겨울 배추가 싸고 맛있어서 배추김치를 만든다. 일본에서 나는 한국처럼 김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김치가 떨어질 때쯤 만들고 있다. 주방의 여건과 소쿠리의 크기, 배추를 절일 수 있는 큰 통에 맞춰서 3~4포기의 배추가 김치를 담기에 가장 좋다.

나는 집에 찾아오고 찾아가는 조선인, 일본인들에게 김치를 선물로 주고 있다. 한국 김치보다 액 젖을 조금 덜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있다. 일본인, 조선인들은 너무 젓갈 맛이 강한 것보다 소금 맛을 더 좋아한다.

김치를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배추를 절이는 과정이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린다. 김치 한 포기를 선물로 주면 너무 기뻐하는 모습과 잘 먹는 모습이 감동이 되어 자꾸 만들어 주게 되었다.

주일에 일본성도들이 조선시장을 궁금해 하고 마침 김치 재료에 필요한 멸치액젓이 얼마 남지 않아서 주중에 같이 다녀왔다.

조선시장(지금은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림)은 오사카(大阪) 이쿠노(生野)에 위치해 있다. 이쿠노 지역은 일제 시대부터 우리 조선인들이 부락을 이뤄 살던 곳이어서 지금도 그 흔적이 많이 있다.

마을을 중심으로 물이 흐르는 긴 강 뚝은 일제 시대에 우리 조선인들이 땅을 파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시대 오사카시에서 미관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한 번 씩 조선시장을 올 때면 이 긴 강 뚝을 지난다. 낯선 땅에 가족과 떨어져 땅을 파고 있었을 우리네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기나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유유히 강물도 흐르고 있다. 그 청년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아이를 낳았고, 또 낳았고 이제 5대가 흐르고 있다. 마을 곳곳엔 해방이후 가내 수공업으로 삶을 살았던 조선인들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삶을 중심으로 시장이 만들어 졌는데 지금 조선시장(코리아타운)이 된 것이다.

섬기고 있는 일본교회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졸업한 청년, 케이카(恩歌)는 이쿠노에 있는 복지관에 복지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이쿠노는 오사카에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두 번째 지역이라고 한다. 첫 번째 지역은 노숙자들이 많이 있는 ‘니시나리(西成)’라는 지역이다.

케이카는 아직 복지사로 일할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아무도 가지 않으려 꺼리는 이쿠노를 마음에 품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고 있는데 일본어를 사용하시지만 조선인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말하는 느낌이 일본인과 다르고 이름이 조선이름이란다.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긴 세월을 아픔과 어려움으로 사시고 있구나 생각했단다.

우리(조선)학교를 함께 가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을 기뻐하는 케이카(恩歌)는 조선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케이카는 김치와 한글을 좋아한다. 매주 나오는 내 칼럼을 읽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이쁘고 고맙다. 나는 그녀에게 김치를 만들어 주고 있다. 조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 일본 청년이 참 귀하다.

이 땅은 강줄기가 섞이어 큰 강물을 이루듯 일본인과 조선인이 긴 세월을 섞이어 함께 살고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타는 쓰레기(음식물포함)를 내놓는 날이다.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그 시간에 내놓아야 한다. 미리 쓰레기를 내 놓으면 까마귀가 와서 비닐을 뜯어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처음에 일본에 와서 까마귀가 어디를 가도 친근히 볼 수 있어서 참 신기했다.

집 앞 거리에 날아 온 까마귀를 보고 남편이 말한다.

‘까악~까악~ 카라스노 코에모 카미사마노 모노 (까마귀 소리도 주님의 것)’

순간 모든 것은 주님의 것, 주님이 하신 것, 주님이 하고 있는 것, 주님이 하실 것이라는 은혜가 입혀졌다.

이 땅의 모든 것은 주님의 것이다. 이 땅에 끌려와 땅을 팠던 우리의 청년들이 주님의 것이다. 그들의 삶과 유유히 70년이 넘게 흐르고 있는 시간도 주님의 것이다.

그 시간과 함께한 슬픔도 주의 것, 아픔도, 기쁨도 주의 것이다. 이 땅에서 일본인과 조선인으로 섞여 사는 것도 주님의 것. 이 땅의 회복도 주님의 것, 이 땅의 영광도 주님의 것.

코로나19로 시장이 열리는지 약간 걱정을 무색하게 할 만큼 시장은 많은 인파로 부쩍거렸다. 김치가게 앞에는 조선김치를 사기위해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은 일본인과 조선인을 서로 아픔도, 기쁨도 같이 걷게 하시고 있다. 그 길을 이들과 김치를 만들고 같이 먹으며 함께 걸을 것이다. 주님의 것 주님이 영광 받으시기까지…

“잉태하지 못하며 출산하지 못한 너는 노래할지어다. 산고를 겪지 못한 너는 외쳐 노래할지어다. 이는 홀로 된 여인의 자식이 남편 있는 자의 자식보다 많음이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느니라. 네 장막터를 넓히며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되 너의 줄을 길게 하며 너의 말뚝을 견고히 할지어다. 이는 네가 좌우로 퍼지며 네 자손은 열방을 얻으며 황폐한 성읍들은 사람 살 곳이 되게 할 것임이라” (이사야 54:1~3)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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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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