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호 / 선교통신]
10대에 선교사로 부름을 받고 기독학교에서 선교사의 삶을 준비하다 태국 대학에 입학했다. 입학을 앞둔 어느 날 대학 병원에 가게 됐다. 같은 학과에 지원한 태국인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중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학과가 무엇인지 등을 물으며 친해지자고 했다. 친구는 키도 크고 훤칠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자들만 쓰는 태국어 어미인 ‘카’를 붙여서 말을 했다. 또 목소리도 높게 내려 애썼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친구는 머리를 길게 기르고 화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 다음 학기엔 치마교복을 입고 수업에 왔다.
태국인에게 있어 대학은 자유의 장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보호와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숨겨왔던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
태국의 캠퍼스를 걷다보면 처음에는 대학생의 교복에, 태국인의 친절함에 웃음짓지만 생소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곳은 동성애자가 많다. 동성애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성을 좋아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그리고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그 안에도 세부적 분류가 존재한다.
몸은 남자지만 자신의 영혼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태국에서는 ‘까터이’라고 부른다. 그들 중 남자 옷을 입고 마음만은 여자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머리를 기르고 치마를 입고 목소리도 여자처럼 내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친구들을 각 학과마다 대표를 뽑아 미인대회를 열기도 한다. 태국에서는 이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문화다. 그래서 이런 모습을 쉽게 밀어낼 수 없다. 딱 봐도 남자인데도 여자화장실에 들어오면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나가라는 말도, 싫어하는 티도 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는 이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독교인들조차 이런 모습에 경각심은커녕 이상하다 여기는 마음도 없는 경우가 있다.
태국 땅이 이렇게 된 데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큰 이유는 깨어진 가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태국의 성비 중 약 60~70%가 여자다. 남성이 많지 않은데다, 그중에도 자신을 남성이라 인식하고 이성을 좋아하는 일반적인 남성은 더더욱 소수다.
그래서 외국인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태국인 여성도 많이 있다. 적지 않은 태국 여성들이 일 때문에 잠시 태국에 머무는 외국인과 함께 살며 아이까지 낳기도 한다. 그들은 외국인 남성이 다시 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약 없이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태국의 소수민족은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강제적으로 임신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태국의 가정은 편부모 가정이거나, 엄마 혹은 아빠의 애인과 함께 사는 가정이거나, 조부모와 아이가 함께 사는 형태로 나뉜다.
아버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인식도 없는 많은 태국의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자신이 보고 자란 것이 어머니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본래는 여성인 자신이 사실은 신의 실수로, 혹은 자신의 업보로 남성의 몸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잘못된 인식이고, 타락한 문화이며, 하나님 앞에서 죄이지만 태국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단순하게 동성애,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그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이것은 태국인의 삶과 가정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다음세대가 복음으로 양육 받을 기회를 박탈시키는 문제라고 여겨진다. 태국의 아이들과 청년들은 이러한 배경으로 하나님이 주신 각 사람 고유의 아름다움과 완전한 사랑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들에게 참 아버지 되신 하나님, 남자와 여자를 지으사 온전한 사랑의 교제를 경험케 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이 필요하다. 죄에 사로잡혀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진리와 복음 안에서 누리는 참 자유가 태국의 청년세대에게 임하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태국=최이레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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