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선교열전 (25) – 제주도편
종교개혁 500주년을 넘긴 2018년, 한국의 기독교 역사는 133주년을 맞았다. 구한말부터 본격화된 개신교 선교역사는 문화, 교육, 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며 한반도의 근대화와 함께 진행됐다. 우리나라 곳곳의 선교역사를 통해 이 땅에 임한 하나님의 사랑을 되새겨본다. <편집자>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
‘1156’ 이 숫자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 북녘땅에서 목숨을 걸고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성도들에게는 이 숫자가 극한 가뭄의 단비만큼이나 귀하고 반가운 숫자이다. AM 1156 khz, 이것은 다름 아닌 극동방송의 주파수다.
한국 성도들은 대부분 FM으로 송출되는 극동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 있는 극동방송은 AM 방식으로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서러시아 지역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도 이 방송이 들린다고 한다. 세계기도정보 책에 자주 등장하는 FEBC(Far East Broadcasting Company)는 극동방송의 세계적인 네트워크 명칭이다.
오키나와에서 제주로 옮겨온 대(對)공산권방송
1973년 아세아방송으로 출발한 제주극동방송의 송출시설은 당초 일본 오키나와에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대공산권 지역을 대상으로 송출하던 방송이 일본지역의 송신소 조차(租借)연도가 끝나면서 새로운 지역을 찾던 중 한국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50kw의 막대한 송출력을 갖춘 아세아방송이 제주에서 출발하게 됐다. 이 아세아방송은 훗날 2001년에 극동방송과 합병되어 그 이름이 사라지게 됐다.
아세아방송의 출범은 일본의 FEBC가 설 자리가 없어 쫓겨나듯 이전한 것 같지만 여기에도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가 담겨 있다. 제주는 그 위치상 방송 타겟인 극동지역을 커버하기에 최적의 위치였다. AM 방송은 전파의 특성상 앞쪽을 향해 전파가 나아가기 때문에 앞에 걸림이 될 만한 높은 건물이 없어야 하고, 송신탑을 위한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데 지금의 방송국이 위치해 있는 제주 애월읍이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는 하늘에도 하나님의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해가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 시간대에는 하늘에 ‘전리층’이 형성되는데 이때 앞을 향해 뻗어 나가는 AM 전파가 이 전리층에 부딪혀 더 멀리까지 깨끗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로 인해 새벽 시간 북한에서는 깨끗하고 선명하게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의 성도들로부터 종종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나 그들의 신앙을 기록한 물품들이 제주극동방송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한번은 한 성도가 자신의 6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재정을 모아 헌금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전파선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먼 곳에 있는 영혼들을 상대로 방송을 하면서 처음에는 섬기는 이들조차도 ‘정말 누군가 이 방송을 듣고 있는 걸까?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사람에게 복음이 들어가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성도들과 중국의 지하교회뿐 아니라 이 방송이 들리는 곳곳에서 방송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소식이나, 이 방송이 그들의 마음에 큰 위안과 기쁨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지금까지도 계속 전해져오고 있다. 이것은 마치 영적전쟁처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기에 오직 믿음으로만 싸워야 하는 싸움이다.
역사 속에서 많은 생명이 죽어갔던 제주 땅을 하나님께서 이처럼 사랑하사 이 땅에 친히 교회들을 세우시고, 우주적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위해 미디어라는 영역을 감당하는 전파선교사들을 세워 복음 전하는 일을 감당하게 하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다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오늘도 쉬지 않고 신실하게 일하시고 계신다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그 시간들 속에서 하나님의 권능 있는 말씀으로 공중권세 잡은 자의 권세를 가르고 역사하고 계시는 것처럼 말이다. 할렐루야! [복음기도신문]
김성옥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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