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선교사가 오기도 전에 교회가 세워진 제주

제주노회 창립기념 사진. 앞줄 왼쪽에서 8번째 김재원 장로, 뒷줄 8번째 이기풍 목사(출처: 제주기독신문 캡처)
조선선교열전 (20) – 제주도편

종교개혁 500주년을 넘긴 2018년, 한국의 기독교 역사는 133주년을 맞았다. 구한말부터 본격화된 개신교 선교 역사는 문화, 교육, 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며 한반도의 근대화와 함께 진행됐다. 우리나라 곳곳의 선교역사를 통해 이 땅에 임한 하나님의 사랑을 되새겨본다. <편집자>

바울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워 가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깨닫고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제주 땅에 교회를 세우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으로서는 예상하거나 계산할 수 없는 일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척박한 땅에서 놀라운 생명의 역사가 태동하고 있었다.

천주교와 지역주민의 갈등으로 수백 명이 죽은 이재수의 난이 일어나기 바로 전(前)해인 1900년. 하나님은 제주 출신으로는 첫 번째 기독교인이 된 김재원이라는 한 사람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하셨다.

비교적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문을 익혔던 김재원은 병명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배가 부풀어 올랐다. 백방으로 손을 써봤으나 원인을 알 수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경성 ‘제중원’이라는 신식약방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됐다. 제중원은 미국 알렌 선교사가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가 에비슨 선교사를 만났다.

김재원의 상태는 치료를 거부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나 간절히 치료를 부탁하는 김재원에게 에비슨 선교사는 “만약 예수를 믿으면 최선을 다해 시술을 해보겠다.”라고 약속했고, 몇 차례에 걸친 큰 수술 이후 김재원은 병에서 완치됐다. 경성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그는 에비슨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듣고 세례를 받았다.

이재수의 난이 마무리되던 1904년 김재원은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이호리라는 곳에서 쪽복음으로 전도를 하기 시작했다. 복음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의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간증했고, 그렇게 김재원의 전도로 믿게 된 사람들이 모여 복음서를 읽으며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를 어떻게 섬겨야 할지 모르는 김재원은 목회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에비슨 선교사에게 편지로 사역자를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1907년 장대현교회 총회에서 논의를 거쳐 이기풍 선교사를 제주로 파송하게 된 것이다.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행 16:9)

▶ 조봉호 선생이 신앙생활을 한 금성교회의 옛 터(오른쪽)와 현재 금성교회(위, 출처: dongilelder.tistory.com/174).

제주에는 선교사나 교회개척자가 오기도 전에 이미 믿음의 공동체가 세워져 있었다. 이호리 공동체 외에도 제주 애월읍 금성리에 또 하나의 모임이 있었다.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는 조봉호 선생을 통해 세워진 기도모임으로, 이 모임은 후에 제주에 세워진 첫 번째 교회인 금성교회가 된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조봉호는 서울 경신학교로 유학을 와서 복음을 듣고 평양 숭실대에 재학하며 장대현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1907년 아버지가 위중하시다는 전갈을 받고 고향인 제주 금성리로 돌아오게 된다.

조봉호는 고향에서도 신앙생활을 계속하며,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했고, 그렇게 회심한 사람들과 함께 ‘양석봉’이라는 성도의 집에서 기도모임을 시작하게 된다. 조봉호는 체계적인 신학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 심령에 새겨진 생명의 반응으로 순종하였고, 그 순종으로 놀라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행정 기록상으로 제일 처음 세워진 교회는 ‘성내교회, 성안교회’로 되어있다. 하지만 말씀의 관점으로 본다면 제일 처음 세워진 교회는 바로 이 금성교회라고 할 수 있다. 점점 성도가 늘고 기도처소가 좁아지자 다른 성도들의 집으로 옮겨 다니며 예배를 드리다가 후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예배당을 짓게 되었다. 올해로 111주년이 된 금성교회는 여전히 그곳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다.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주권 아래 그분의 선하신 경영 안에서 세워진다는 것을 제주의 선교역사를 통해 볼 수 있다. [복음기도신문]

김성옥 선교사

*필자는 2011년 교회개척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아 교회 영역을 섬기던 중 말씀의 인도하심으로 2016년 2월 제주로 보내심을 받아 제주의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고 있다.

참고문헌: <한국교회 첫 선교지 살리는 공동체 100년> (김인수 지음, 제주 성안교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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