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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조리 속에서 “타협을 거부합니다”

re 90 4 2 K국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77)

선교지의 상황을 전하려고 합니다. 지난 2개월간 우리가 사는 곳에 물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집이 아니라 동네 전체가 그렇습니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옆집 현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물차로 물을 실어다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관공서에 돈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물을 일부러 공급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산정권에 익숙해진 행정 체제로 그 누구도 항의 하지 않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도 일주일에 한 번씩 물차를 불러 물을 사서 탱크에 저장해놓고 살고 있습니다. 관공서의 부조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런 생활고로 인하여 진땀을 빼야하는 것이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비자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장기비자를 마련하려는데 1인당 수천 달러의 경비가 든다는 것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이 돈의 90% 이상이 관공서 관리들에게 가는 뇌물이라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 저는 이 일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직접 관공서에 가서 줄을 서고 동네 동사무소부터 병원, 구청, 이민국 등을 분주하게 다녔습니다. 뇌물을 주지 않고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겪은 고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습니다.

담당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계속 뜬금없는 서류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고 계속 서류를 반려시키며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이 나라 관공서들이 총체적으로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새삼 알게 됐습니다.

현재 뇌물을 주지 않고 장기비자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쩌면 힘들더라도 계속 단기비자를 연장하고 새로 만들어가며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을 주님이 허락하신 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모든 과정마다 어쩌면 우리 돈 몇만원씩만 주면 쉽게 올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마지막에도 쉬운 선택을 하면 그만이었겠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 말로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한 십자가의 길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더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길을 가야한다는 믿음으로 버텨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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