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는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베트남에 입국한 찰리, 에그롱 선교사 부부가 전쟁의 참화 가운데에서 복음의 통로가 된 과정과 베트남 주민들의 상황을 담고 있다.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베트남의 현대 선교사(史)를 이들의 회고록 ‘베트남에 사랑을 담아’(To vietnam with Love)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성경 번역 작업과 교회 성장
1972년 공산주의자들의 공세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1968년 구정 공세로 남쪽의 공산주의자들은 거의 처리된 후였다. 북쪽은 월맹 정규군들의 공세로 전환되었고 미군 부대는 베트남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월맹군이 캄보디아에서 오는 도로로 접근해 월남을 또 남북으로 갈라놓게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쁠레이꾸나 째오 래오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때 나는 생명을 다 바친다 해도 쟈라이 성경 번역을 마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번역을 도왔던 윙과 브로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내 기도는 매우 간절해졌고 하나님 말씀을 더욱 붙들었다. 성령이 나를 도우셨다. 번역하는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 되었다.
식사시간도 잊은 채 밤낮 번역 작업에 매달렸다. 나는 쟈라이 사람들의 일상어로 성경이 번역되어 그들이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드디어 6주에 거쳐 로마서 번역을 마쳤다. 쟈라이족 세 명에게 감수를 의뢰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나를 찾아왔다. 손에는 겉장이 너덜너덜해진 원고가 들려있었다. 그가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정말 굉장한 책이에요. 특히 6장이요. 한 권 줄 수 있어요?” 그렇게 성경은 살아있는 말로 번역되어 갔다.
쟈라이어 성경 번역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아내는 찬송가 번역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쟈라이 부족의 문화와 고유 음조를 사용하려고 요청하였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쟈라이 족들은 자신들의 노래가 귀신 숭배와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사이공에서 쟈라이어 찬송을 처음 불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그즈음 여러 가지 바쁜 일정과 제안들이 있었다. 급한 일은 말레이시아의 다랏 스쿨에서 1년간 여학생 기숙사 사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안식년을 맞은 15가정이 본국으로 떠나면서 일손이 부족했다. CMA 선교사 자녀를 위한 학교였지만 후방에서 하는 목회 사역은 가장 마지막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했다. 사람들은 베트남을 떠나는 나에게 섭섭해 하는 대신 그것이 가장 합당한 일이라고 이해해줬다. 베트남에 처음 올 때는 28개의 남쪽 소수부족 중 10개 미만에만 크리스찬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28개 부족 전체에 크리스찬들이 예배하는 것을 보고 나올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였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다랏의 기숙사 사감으로 있으면서 일주일에 90시간 이상 성경번역에 집중했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지쳐있었다. 가끔 위에 통증과 경련이 있었다. 근처 기독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다. 병원 침대에 누워 하나님의 뜻을 생각할 때에 말씀이 떠올랐다. “그는 목자같이 양 떼를 먹이시며 어린 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먹이는 암컷들을 온순히 인도하시리로다(사40:11)”
갑자기 내가 어린양으로 보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가 어린 양으로 사랑받아야 할 시간을 주님께 드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나는 한참 동안 할 말을 잃었다. 18살에 주님을 만난 후 하나님을 섬긴다 하면서도 바쁜 사역에 쫓겨 정작 주님이 내 삶에 거하시지 못하고 나도 주님의 품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하나님…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주인의 품을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오후에 의사가 회진을 왔다.
나는 그날 주님과의 대화가 담긴 일기를 의사에게 읽어주었다. 그것을 다 읽었을 때 의사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말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를 위해 기도하며 베트남을 휩쓸고 갔던 부흥의 실체를 느꼈다. 그것은 성령께서 주시는 깊은 감동이었다. 병원에서 경험했던 하나님과의 교제는 지금까지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나에게 지속되고 있다.<계속> [GN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