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헤르만 바빙크(1854-1921) 전기 저자이자 신학자인 제임스 에글린턴(James Eglinton)이 쓴 “Everybody Loves Bavinck”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바빙크 붐이 일었는데, 이는 교회의 신학적 중추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긴 무명에서 벗어나 각광을 받아야 할 또 다른 바빙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요한 헤르만 바빙크(1895-1964)는 헤르만 바빙크의 조카이다. 나중에 네덜란드에서 선교학 교수가 된 그는 인도네시아의 네덜란드 개혁파 선교사이기도 했다. 나는 요한 헤르만이 삼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선교학의 관점에서는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동등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개인적 영향
요한 헤르만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평소에 선교와 문화 참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존재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쓴 An 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Missions(1960)와 관련해서 에드먼드 클라우니(Edmund Clowney)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 책은 단지 선교에 관한 게 아니라 이 세대의 선교 전반에 관한 내용이다.” 클라우니의 웨스트민스터 동료 하비 칸(Harvie Conn)은 그의 학생이었던 팀 켈러와 마찬가지로 요한 헤르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관계 및 선교적 임무에 대한 내 생각을 형성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과 영감을 준 사람이 바로 요한 헤르만이다. 무엇보다도 그를 통해서 나는 접근은 대담하게 그러나 매너에서는 친절하게(be suaviter in modo fortiter in re)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았다.
비록 그가 “조직신학자라기보다는 열정적인 사상가이자 예언적 선견자”로 불렸고, 또 그가 본격적으로 사역했던 시기도 무려 60년도 더 전이지만, 개혁주의 신앙고백 전통과 완전한 개혁적 창의성에 대한 전적인 헌신으로 요약되는 요한 헤르만의 글은 선교사뿐만 아니라 후기 현대 세계를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도 여전히 큰 울림이 된다. 요한 바빙크는 이렇게 말했다. “선교는 단순히 교회 생활과 신학의 부산물이 아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에 해당하기에 모든 신학적 성찰에서 항상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아멘!
요한 헤르만 바빙크의 글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방대한 저작물 중 최고점으로 꼽히는, 영어로 된 삼부작 Religious Consciousness and Christian Faith(1949), An 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Missions(1960), 그리고 그의 사후에 나온 The Church Between Temple and Mosque(1966)를 가장 먼저 읽어야 한다. 세 번째 책은 최근에 개정판이 다시 출판되었다. 이 세 작품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다. 요한 헤르만은 선교학적 의미와 적용으로 이동하기 전에 언제나 로마서 1:18-32에 초점을 맞춰 성경적 종교 신학을 구축함으로 적절한 방법론적 순서를 추구한다.
그의 신학은 또한 다른 분야, 특히 그가 평생 관심을 가졌고 또한 Personality and Worldview를 쓰도록 만든 심리학에 의존한다.
잊혀버린 학문
An 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Missions의 서론에 나오는 특정 구절이 그가 추구하는 메시지와 요한 헤르만이라는 사람을 상징한다. 그는 “죄를 범하다” 또는 “가면을 벗기다”라는 헬라어 단어에서 유래한, 지금은 잊혔고 오히려 이상하게 이름이 붙여진 엘렝틱스(elenctics)라는 학문을 옹호한다(마 18:15; 요 16:8; 딤전 5:20; 유 14-15; 계 3:19). 그는 이렇게 썼다.
엘렝틱스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을 요한복음 16:8에 있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성령께서 세상의 죄를 깨닫게 하실 것이다. 죄에 대한 자각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능가하기 때문에, 이 문장에서 동사의 주어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령뿐이다. 성령만이 우리를 그의 손에 있는 도구로 사용하실 수 있고 또 사용하신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엘렝틱스는 죄의 확신과 관련된 과학이다. 특별한 의미에서 그것은 모든 거짓 종교가 하나님을 향해서 저지른 죄라는 가면을 벗기고 사람들을 오로지 한 분이신 참 하나님에 대한 지식으로 부르는 과학이다. 이 사명을 훌륭하고 진실하게 수행하려면, 거짓 종교에 대한 책임 있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거기에 숨어 있는 가장 깊은 동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자신 안에서도 동일하게 흐르는 저류를 인식하고 가면을 벗기는 경우에만 실제로 발생한다. 엘렝틱스는 오로지 성령에 의해 우리 마음에 불붙은 참된 자기 지식을 바탕으로 할 때야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지식과 기술과 성품 면에서 모범이 되는 선교사의 프로필을 본다. 첫 번째는 선교 활동에서 오로지 성령의 역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태도이다. 그는 죄를 죄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선교하는 사람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의 깊은 경청과 현상학적, 민족지학적, 나아가서 신학적 정보에 입각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두 번째를 보완하는 세 번째는 요한 헤르만이 “살아 있는 접근”이라고 부르는 개인적인 관계의 중요성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매번 발생하는 일반화와 체계화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불의를 행할 수도 있는 위험을 수반한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요한 바빙크는 “사랑으로 만나는 따뜻한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 안에서 나 자신을 인정하고, 그의 죄에 대한 동정심과,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하신 일을 이 사람과도 함께하고자 하는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한 진실한 소망”을 요구한다.
오늘도 필요한 요한 바빙크
점점 더 단순한 “사역”으로 인식되어 가는 타문화 사역은 복잡하고 당혹스럽다. 나와 똑같은 인간성을 공유하지만 우상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일상을 보내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들과 연결하고 직면할 수 있을까?
더욱이 선교학은 종종 복잡하고 당혹함을 준다. 어떻게 해야 종종 신학과 성경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선교 방식과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탐색할까?
우리에게는 요한 바빙크라는 충실하고 겸손한 안내자가 있다. 그는 선교를 위한 꼭 필요한 견고하며 신학적으로 정통적인 토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종교와 “종교성” 사이의 세심하고 미묘한 차이까지 구분해 주는 신학을 제공한다. 그는 인간 조건의 본질과 빛과 생명을 가져오는 그리스도의 능력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그는 전도하려는 사람들의 말을 더 잘 듣고 더 사랑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를 제시한다. 선교가 제자도에서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가능한 겸손을 보여 주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요한 바빙크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자에게 마치 보너스라도 주려는 듯 멋진 문구 전환과 다양한 사례를 활용한 글쓰기를 보여 준다. 그의 글쓰기 스타일은 연상적이고 인상적이다. 더불어 깊이 있고 경건하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바빙크를 사랑할 때가 되었다. [복음기도신문]
원제: Rediscover the Forgotten Bavinck
대니얼 스트레인지(Daniel Strange) | Crosslands Forum의 이사이자 The Southgate Fellowship의 부회장이다. 지은 책으로는 Their Rock Is Not Like Our Rock: A Theology of Religions(Zondervan, 2015), Plugged In(The Good Book Company, 2019), 그리고 Making Faith Magnetic(The Good Book Company, 2021)가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