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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온전한 사랑, 나를 견뎌주시는 사랑

고정희 제공

그 얼굴이 생각날 때마다 심장이 긴장을 한다.

나는 내 삶 속에 찾아온 일들을 글로 쓰고 있다. 그래서 펜과 작은 노트를 지니고 다닐 때가 많다. 늘 하던 대로 아침 시간에 공원을 걸었다. 내 걸음으로 천천히 유유자적,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특히나 더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사쿠라 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어 모든 계절이 아름다운 곳이다. 요즘 같은 날에는 풍성한 푸른 잎과 사이사이 전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지내기 딱 좋다. 마을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장소이기에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조용히 보낼 수 있다. 요즘 혼자 지내고 있어 좀 더 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걷다가 메모할 것이 생각이 나서 잊을까 봐서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하며 의자에 앉았다. 한국에 나가 있는 남편에게 카톡이 와서 먼저 확인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까만 것이 내 앞에 서더니 손가락마다 무서운 반지들이 끼워져 있는 손이 나를 향하고 있다.

‘오마에, 키미(너)!!!!’ 섬뜩한 모습의 남자가 소름 끼치는 억양으로 날 향해 말한다. 잘 들어보니 나보고 스토커란다. 벌써 몇 번째라고 하며 자기를 보고 뭔가를 쓰고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 모습과 말투가 너무 공포였다. 금방이라도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일을 당할 것 같았다. 순간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신을 지금 처음 보았고, 크리스천이고, 한국 사람이고,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남편하고 카톡 하는 중이었다고 했다. 나는 당신의 스토커가 아니고 아무것도하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러자 더 무섭게 기미(너)가 누구이든 전부 관계없다며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도망치듯 돌아오는 내내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다. 돌아보면 나에게 다시 달려올 것 같았다. 날 따라오고 집을 확인할까 봐서 일단은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밤새도록 시편 말씀을 읊조리며 두려움과 싸웠다. 오래된 나무로 된 집이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온몸이 움찔해졌다. 이렇게까지 두려워 꼼짝도 못 하는 나를 보라. 책으로 알고 영화로 뉴스로 전해지는 두려움과는 다르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살아있는 두려움이다.

그 공원은 마을 어르신들 산책 장소이고 담화 장소이다. 주말이면 가족이 소풍 오는 곳이다. 그런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다시 생각해도 공원과 어울리지 않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 매일 기도를 하고 찬양을 하는 곳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곳은 성령과 나만의 비밀 아지트이다. 늘 나만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얼마 전에도 참으로 오랜만에 하나님이 말씀해주셨다. 사도행전 안에 계시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묵상한 날이기에 그런 삶을 못 살고 있는 나라서 죄송하다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을 때였다.

‘딸아~너는 이 땅을 꼬옥 안고 있어 다오. 그리고 조선을 안고만 있어 다오.’

은밀한 가운데에 있는 성령의 언어는 하나님의 지혜로 감추어져 있는 것. 그 말씀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얼마 전 마트에서 계산을 하려고 서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쌀을 계산하고 있었다. 직원이 투명한 비닐을 주는데 쌀이니까 색깔 있는 것으로 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그러고는 농담처럼 쌀샀다고 누가 죽이면 어쩌나~ 하신다.

뒤에서 혼자 생각하기를 요즘 뉴스에 일본에 쌀이 없어 수입 쌀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그러시나, 지진과 태풍이 계속 있어서 그러시나 했다. 주일에 교회에 가서 일본 성도님들에게 할머니 쌀 이야기를 했더니 의외로 모두들 그 마음을 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 마음에는 죽임을 당할까, 죽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니시모토 상은(전도사) 이 땅에서 복음이 처참하게 베어진 두려움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땅에 흐르고 있다고. 그러면서 일본 땅에 수백만 개의 우상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 사는 삶, 끝없이 일어나는 자연재해들이 이 땅의 두려움이 되었다고 한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요일 4:18)

두려움은 악이다. 악은 자신을 숨긴 채 서서히 모든 부분에서 파괴적인 일을 진행시킨다. 이것은 합리적이라고,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도덕과 선을 가장하기도 한다. 그 악이 우리 속에 있다. 이런 우리를 하나님은 끈질기게 견뎌주시고 있다. 십자가에 아들까지 내어주신 그 온전한 사랑이다.

온전한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회개를 하게 하고 결국은 회복을 주신다.

하나님은 몸의 모든 감각이 움찔하는 두려움을 알게 하셨다. 이 땅이 그렇다고. 그리고 이런 땅에서 두려움을 더 안고 사는 백성이 있다. 우리 조선인들이다.

두려워 떨고 있는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서 꼬옥 안아 주는 것.

나를 견뎌주시는 그 사랑을 가지고 가서 안아주라고 하신다.

온전한 사랑만이 이 땅 안에 있는 두려움을 내어 쫓을 수 있다.

온전한 사랑만이 이 땅을 회개하게 하고 이 땅의 회복을 이루시리라.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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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 사랑은 여기 있으니(나침반,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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