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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기독교 박해하는 메이떼이어로 제작된 최초의 전도 책자 ‘좋은 소식’

사진 : 원정하 제공

‘땅에 쓰신 글씨(이하 ’땅글‘)’ 팀은 최근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 주의 주 ‘메이떼이’족 언어로 만화 전도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이전에도 영어 음가를 따서 만든 바 있지만, 이번에는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메이떼이 문자(Mayek)로 메이떼이 만화 전도책자를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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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색으로 표시된 곳이 메이떼이족이 거주하는 ‘마니푸르’주(州).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원래 메이떼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들의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벵갈어’ 알파벳을 차용해서 표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어 알파벳으로 메이떼이어를 표기하기 시작했지요. 한국어 ‘안녕’을 ‘An-Nyeong’이라고 쓰는 식입니다. 고대부터 써 오던 자체적인 문자도 있기는 했는데 거의 잊혀진 상태였지요.

그런데 2006년부터 마니푸르 주정부는 메이떼이의 잊혀진 문자를 다시 되살려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반 서구화, 민족주의 정책의 일환이지요. 그리고 그 문자로 초등학교부터 교육받은 첫 세대가 이제 막 20대 초 중반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점포 간판들을 메이떼이 문자로 바꾸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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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알파벳 메이떼이어 버전의 전도 책자 ‘좋은 소식'(왼쪽)과 고유 문자(Mayek) 메이떼이어 버전의 ‘좋은 소식'(오른쪽). 사진: 원정하

그러다보니 메이떼이 족의 연세 많은 분들은 자신들의 글을 ‘벵갈어’로 읽고, 청장년들은 영어로 읽고, 초등학생부터 20대 중반까지는 고유 문자로 읽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메이떼이 문자로 된 컨텐츠는 교과서와 정부 기관 문서, 그리고 소수의 역사적인 문서와 고대 비석들(우리로 치면 ‘광개토대왕비’ 같은) 외에는 없다시피 합니다. 저희는 이번에 그 복원된 메이떼이 문자로, 만화 전도책자를 제작 배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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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팔의 마니푸르 주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메이떼이 마예크에 새겨진 19세기 비문. 사진: 원정하

마치 구한말, 일제시대 같은 상황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노년 지식층은 한문 초서체로 소통하고, 젊은 지식인과 유학파는 일본어나 영어로(번역된 게 거의 없던 시절이니 원서로) 신 지식을 논하는데 선교사님들은 이 땅에서 ‘발음기호’ 정도로나 쓰이던 한글을 직접 가르치고, 그것으로 성경과 천로역정 등을 번역해서 배포하신 것과 같은 상황이 오늘 메이떼이족의 모습입니다.

사실 우리의 첫 근대 학교인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배제학당’의 경우도, 첫 학생들은 과거시험에 응시할 만큼 한학에 조예가 깊은 선비들, 혹은 서구 문명을 적극적으로 배우기 위해 온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한글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들이죠.

그런데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그것으로 성경과 천로역정 등을 번역 출판한 사람들이 바로 이 땅을 찾은 벽안(碧眼)의 선교사들이었습니다. 주시경 선생님께 한글 사랑을 가르친 장본인이 호머 헐버트 선교사입니다. 그 이전에는 한글에는 통일된 맞춤법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글에 뛰어쓰기 등을 도입한 것도, ‘사민필지’라는 최초의 한글 교과서를 만든 것도 선교사님이셨죠. 과거시험에 한글 과목 하나 없었고, 국가 공문서에도 한글은 전혀 없었지요.

저희가 메이떼이족의 고유 문자로 만화 전도책자를 만드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사실 이 잊혀졌던 문자는, 힌두 메이떼이족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인도 북동부에서 가장 힌두교 색이 강하고, 가장 기독교를 싫어하는 메이떼이족, 그리고 그들의 민족적 자부심의 정점인 ‘고유 문자’! 그런데 그것으로 만화 전도책자가 제작되어 전파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희 땅글에서는 지금까지 영어로 표기된 메이떼이 만화 전도책자를 보급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메이떼이 고유 문자 만화 전도책자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메이떼이인 사역자들이 자신들의 고유문자를 교육받은 적이 없는 기성세대이기에 번역과 검수에 엄청난 노력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김종두 작가님의 ‘좋은소식’은, 메이떼이 고유 문자로 된 첫 세대의 만화책 중 한 권이 되었습니다.

지난 2~3년 사이에 ‘메이떼이’족들은 기독교를 극히 혐오하고, 자기 부족 내의 기독교인들을 심하게 박해하게 됐습니다.

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졌습니다. 먼저 고유문자 복원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강화 움직임, 주로 기독교를 믿는 종족인 쿠키족과의 전쟁, 여기에 한국과 외국 교회들의 헌금 일부가 쿠키족의 무장화 사용되면서 복음 전파에 장애물을 만들게 됐습니다.

메이떼이와 내전중인 ‘쿠키’족은 복음화율은 높지만 부족 이기주의가 심하고 언론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자신들이 이스라엘의 후손이라며 고국으로 돌아갈 돈을 달라고 한국 교회의 재정 수십억 원을 모으고, 침례교인들을 유대교로 개종시켜서 이스라엘에 정착시키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메이떼이족과 영토분쟁 중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힌두교에 의한 기독교 박해’로 전 세계 교회들에 알리며 헌금을 요청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은 그 현장에 특파원을 보내지 않고 기사를 작성한 무책임한 기독 언론들, 위험 지역이라며 현지인과 재정만 보내고 본인은 찾아가지 않은 안일한 선교사들에게도 일부 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집행돼야 할 재정이 쿠키족 추장들의 주머니만 불리거나, 부족의 무기 구입 등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쿠키족들은 메이떼이족이 자신들의 마을과 교회를 파괴하고 살인, 약탈, 강간, 방화한 것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메이떼이족의 마을과 힌두교 신전을 파괴하고, 살인, 약탈, 강간, 방화를 일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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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푸르 캉폭피 지역에 있던 신전이 무너지기 전 모습.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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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지역에 있던 신전이 무너지고 폐허가 된 이후의 모습. 사진: 원정하

저는 ‘복음기도신문’의 특파원 자격으로 양쪽의 난민캠프 및 현장을 다 십 수 차례에 걸쳐 직접 다니며 위 사실들을 확인했고, 양측 부족의 난민캠프에서 구호, 전도활동 및 연재 기사 작성을 해 왔습니다.

결론은 원래 메이떼이족은 기독교 부족과 전쟁중인 부족일 뿐, 기독교 자체를 박해하는 부족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정말 기독교를 박해하는 부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 외에는 그 무엇도 두려워 하지 않으며 위험지역을 두 발로 뛰어다니던 선배 선교사님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전하기 위해 현장을 두 발로 뛰어다니던 옛 언론인들의 기개가 아쉽습니다.

이런 시기에 ‘땅에 쓰신 글씨’ 팀은 마니푸르 주에 사무실을 개설했습니다.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고, 설상 가상으로 수해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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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6월 29일에 난민캠프가 된 쿠키족 학교 모습. 사진: 원정하

새로 나온 이 전도책자를 실제 메이떼이족의 손에 쥐어 주는 것은, 만주까지 독립군들을 찾아가서, 조선어로 친절하게 번역된 ‘천황폐하 찬양’ 만화를 전달하는 일본인 만큼이나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 나가야지요.

오는 10월, 다음 마니푸르 방문때는 이 만화 전도책자를 직접 메이떼이족에게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쿠키족에 대한 메이떼이족의 분노’를 저희 몸에 직접 받아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병인양요, 신미양요로 인한 극심한 반미감정을 극복하고 하나님께서 조선을 이처럼 사랑함을, 우리도 홀대하던 우리 글로 전해 주신 선교사님들을 생각하며, 저희도 그 길을 걸어가려 합니다. 메이떼이족을 위해, 그들에게 만화 전도책자를 전달할 ‘땅에 쓰신 글씨’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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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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