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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흔드는 Z세대 반정부 시위… 교계 반응은 엇갈려

▲ 케냐에서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 사진: 유튜브채널 Associated Press 캡처

케냐 정부의 증세법안에 분노한 청년층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키고 경찰이 이를 강경 진압하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과시하던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현지 교계는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케냐 국가인권위원회(KNCHR)는 지난 5일 케냐 정부의 증세법안에 항의해 전국에서 일어난 시위를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6월 18일부터 7월 1일까지 39명이 숨지고 361명이 다쳤으며 627명이 체포됐고 32건의 실종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에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분노한 시위대가 수도 나이로비의 국회의사당에 침투해 방화했으며 진압과정에서 5명이 죽고 31명이 다치는 사태도 일어났다.

이렇듯 격렬한 시위의 배경에는 케냐의 천문학적 국가부채를 상환하려는 대통령의 증세정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케냐는 자국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는 데만 매년 정부 수입의 37%를 지출하는 등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려왔다.

해당 부채의 채권자는 대부분 중국에 있다. 케냐는 2013년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30억 달러(약 4조 1500억 원) 넘는 빚을 지는 등 2000년 이래 90억 달러(약 12조 4400억 원)의 무거운 대중국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케냐 국내총생산의 70%를 웃도는 액수다.

루토 대통령은 이러한 만성적자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일찌감치 증세를 단행했다. 지난해 각종 보조금을 철폐하고 소득세와 전기세 및 건강보험료를 인상했으며 석유제품에 대한 부가세도 8%에서 16%로 늘렸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27억 달러(약 3조 730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한다는 법안을 내놨다.

그러나 영국 언론 가디언지에 따르면 해당 법안에 격분한 Z세대가 소셜미디어에서 ‘의회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확산시키는 등 세력을 갖춰 지난달 18일부터 나이로비 의사당 근처에서 반정부 시위를 시작했다. Z세대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청년세대다.

시위대는 케냐의 재정적자 문제가 (증세로 해결될 것이 아닌) 정부의 부패와 방만한 지출관리 때문이라며 대통령에게 만연한 부패는 무시하고 서민 증세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세법안 철회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해왔다.

청년층이 시위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케냐의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분노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가적 코로나 사태와 무역 위축 및 가뭄에 시달린데다 청년층 실업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케냐 선교교회(Missionary Church Kenya) 찰스 마테카 키얀주이(Charles Matheka Kinyanjui) 감독은 “많은 청년들이 학교에 다녔지만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주님의 길을 가르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잘못된 일을 할 때 책임을 묻는다”고 말했다.

케냐 전국오순절교회협의회(The Kenya National Congress of Pentecostal Churches) 소속 프라스투스 은조로게(Erastus Njoroge) 감독도 “젊은이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그들은 일자리가 없고 돈을 구하지 못해 절망적인 상태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루토 대통령은 한때 시위대에 대한 지지 및 대화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면서 자신이 추진하던 부가가치세와 소비세 및 환경세에 대한 증세계획 일부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부가 예산 삭감에 따른 2조 원 이상의 세수결손 위험을 경고하면서 그는 처음 입장을 뒤엎고 연료세와 수출세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시위대의 분노를 부추기며 반정부 시위의 전국적 확대와 의사당 난입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루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반정부 시위는 반역이자 안보위협이라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도록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시위를 촉발한 법안을 취소하는 등 유화적 제스쳐도 함께 내놨다. 해당 법안이 25일에 찬성 195표, 반대 106표, 무효 3표로 국회에서 가결됐음에도 다음날 그는 법안에 서명하지 않는 등 법안 철회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등 여전히 투쟁을 이어가면서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해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시위가 격화되면서 최근에는 교회 예배당에까지 실탄 사격이 있었다.

현지 언론사 TNX(TNX Africa)에 따르면 나이로비에 위치한 성공회 올세인트대성당(ASC)은 진압을 피해서 온 3000여 명의 시위대 청년에 피난처를 제공했다.

그러나 시위대를 뒤쫓아온 경찰이 예배당에도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해 일부 시위대가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현지 교계 일각에서는 충격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토 대통령은 케냐 최초의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최고위 선출직에 오른 사람으로, 일찌감치 독실한 믿음을 내세우며 교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BBC뉴스에 따르면 루토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전부터 선거운동 중에도 말씀을 인용하거나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등 “예수 대리인(Deputy Jesus)”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선거 직후 경쟁자 라일라 오딩가(Raila Amolo Odinga)가 낸 불복소송에서 최종 승소로 당선을 확정짓자 영부인 레이첼 루토(Rachel Ruto) 여사와 현장에서 무릎꿇고 주님께 기도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나이로비 에 위치한 자신들의 거주지에 예배당을 짓거나 영부인이 종종 기도모임을 여는 등 임기 중에도 신앙을 이어왔다.

루토 대통령은 동성애와 낙태를 확고히 반대하기도 했다.

2015년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케냐는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로 동성애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성애자에게 결사의 권리를 부여한 대법원 결정을 놓고서도 동성결혼과 게이•레즈비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산모의 건강이 위험할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헌법조항에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행보에도 현지 교계는 최근의 반정부 시위와 대통령의 리더십을 놓고 엇갈린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기독언론사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답이다 미니스트리(CITAM)’의 칼리스토 오데데(Calisto Odede) 감독은 최근 이러한 국가적 관심사(시위)에 참여한 Z세대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며 시위대를 지지했다.

약 900개 케냐 교단을 대표하는 케냐복음주의연맹(Evangelical Alliance of Kenya)은 케냐 교회들에게 설교단의 신성함을 보호하고 정치인을 초청하지 말도록 촉구했으며, 영부인이 주재하는 모금행사 개최를 취소한 교회도 나왔다.

반면 교계 일각에서는 시위대에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기도로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중보할 것을 촉구했다.

킹덤 시커스 펠로우십(Kingdom Seekers Fellowship)의 존 키마니 윌리엄(John Kimani William)은 시위대를 향해 그들이 케냐 교회가 너무 정치에 동조한다고 잘못된 비난을 한다면서 교회는 국가와 대통령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교회와 국가의 운명은 얽혀 있기에 지도자와 국가를 위해 기도하지 않으면 하나님께 죄가 된다고 말했다.

동아프리카 장로교회(PCEA) 교회의 신학생 모니카 음비유(Monicah Mbiyu)도 동료 청년들은 길거리에 나가는게 아니라 무릎꿇고 평화롭게 기도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신뢰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냐순복음교회(Full Gospel Churches of Kenya) 제이콥 킵칠리스(Jacob Kipchillis) 목사는 교인들을 향해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반영해 사회적 정의와 공의가 지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우리 행동이 주님이자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일치하도록 정직하게 이끌라”고 말했다. [복음기도신문]

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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