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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상처가 사랑을 만나

사진: 김봄

한 달 전 만삭의 임산부가 쉘터(Shelter. 피난처)를 찾아왔다. 그녀의 나이 이제 겨우 18살. 오랫동안 길 위를 떠돌아다닌 가난한 여행자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피곤이 그녀를 덮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이가 찾아온 날, 아이의 아빠는 떠났고 가족은 외면했다. 버림받고 외면당한 어린 엄마는 임신한 몸으로 이곳저곳 몸을 의탁해야 했지만, 그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배는 점점 불러오지만 갈 곳을 잃은 그녀는 누군가로부터 미혼모들을 위한 쉘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비로소 다리 쭉 뻗고 배 속의 아이와 함께 거할 곳이 생긴 그녀는 한 달 만에 아이를 낳았다. 몇 달을 마음고생 몸 고생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맞아? 라고 할 정도로 우량아였다. 비록 그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한 임신이었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축복의 탄생이 되게 하셨다.

하루 세끼 고기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먹으면서 산모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그녀는 어느 정도 몸조리를 하고 나면 자립을 위한 기술을 배우고 공동체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복음을 듣게 될 것이다.

쉘터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암흑 같았던 그녀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그 한줄기 빛은 인생의 쉘터 되어주신 진리의 빛 예수님에게로 그녀를 인도해줄 것이다. 그런 믿음과 소망으로 엄마가 된 어린 엄마를 축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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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봄

1년 전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자락 마을에 보호받지 못하는 미혼모들을 위한 쉘터를 건축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찾는 이들이 없었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무슬림 미혼모들과 그들의 가족이 입소를 꺼렸다.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기독교식의 예배를 드리고 코란이 아닌 성경을 읽어야 하고 우리가 자신들의 종교인 무슬림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기독교인이 될 것을 두려워한 그들은 거리에서 아이를 낳을지언정 우리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쉘터가 건축되면 도움이 필요한 많은 미혼모가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던 나는 당황했다. 쉘터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전초기지이자 생명의 터전이 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결국,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아무도 쉘터를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쉘터가 필요한 이들을 보내주시리라 믿었지만, 그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성도가 어린 자매와 함께 노숙하는 어린 엄마를 쉘터로 데리고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글도 읽지 못하고 숫자도 모르는 어린아이 지능인 그녀는 어쩌다가 어린 자매와 함께 노숙자가 되었는지 깊은 사연은 알지 못했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썩어가는 다리의 상처가 그녀의 사연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그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쉘터에서 사랑을 만나 회복 중이다. 상처를 회복시킨 사랑은 그녀처럼 흑암 가운데 있는 누군가에게 복음의 빛이 되어줄 것이다.

나의 삶 역시 그러했다. 오래전 나 역시 그녀들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캄캄한 길 위에 서 있었던 미혼 엄마였다. 한국에 있는 수많은 미혼모센터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입양이 조건이었다. 아이를 키우려고 하는 미혼 엄마를 도와주겠다는 미혼모센터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나는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더 갈 곳이 없는 미혼모가 되었다.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던 어둠 속에서 겨우 찾아낸 빛 한줄기가 바로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센터였다.

당시 하나님을 알지 못했고 믿지 않았던 나는 그녀들이 보여준 전적인 헌신과 배려와 사랑으로 예수가 누군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밤에 사랑의 별이 뜨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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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봄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훗날 나를 전도한 나의 전도자가 되었으며 하나님을 알아가는 통로이자 메신저가 되어주었다.

아이와 나의 삶을 긍정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되기엔 어렸고 가난했으며 어떤 보호막도 없었다. 세상이 너무나 잔인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삶이었다.

그녀들처럼 누구도 나의 임신을 축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내 인생에 허락한 신의 한 수였다. 아빠 없이 태어난 아이는 하나님이 나의 아빠라고 나에게 자신의 아빠를 소개해주었다. 그렇게 하나님은 세상이 버린 패 같았던 나와 아이의 인생을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같은 대박으로 만들어주신 것이다. 결국, 하나님의 사랑을 만나 축복의 탄생이 되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 복음의 빛이 된 나의 상처는 누군가의 상처를 보듬고 내 안 예수님의 사랑을 흘려보낼 힘이 되어 주셨다.

세상에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수많은 상처가 복음을 만나 사랑이 되었고 또 다른 상처가 복음의 빛이 될 수 있도록 통로 되어주었다. 그것이 우리에게 상처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사랑일 것이다.

7월 다시 탄자니아로 향한다. 예수를 알지 못해 복음을 듣지 못해 치유되지 못한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의 상처를 치유해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내디딘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만으로 치유될 수 있는 그 상처는 복음의 빛이 되어 암흑의 대지를 비출 것이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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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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