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어린이 사역 중 한 통통한 여자아이가 제 옆에 앉았습니다. 즐겁게 찬양하고 성경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데, 한 손에 돌돌 만 종이 같은 게 있더군요. 뭔가 자세히 보니 저희 만화 전도책자 ‘좋은 소식’ 힌디어 판의 한 페이지였습니다. 찢어진 한 장을 갖고 이곳에 왔던 것이지요.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 정말 귀한 걸 귀한 줄 모르는구나 하고요. 하지만 만화 전도 책자가 버려지거나 찢어지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독실한 힌두교인이나 무슬림들은 내용이 마음에 안 들어서 찢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중하게 저에게 돌려주시는 분들도 간혹 있고요.
또는 문맹인 아이들이 장난삼아 찢거나 종이접기를 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어릴 적에 주일학교 주보로 여러 가지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망원경도 만들고, 종이비행기도 만들었지요. 더 짓궂은 아이들은 종이를 뭉쳐서 앞 좌석 친구의 뒤통수로 던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아이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그 페이지를 돌돌 말아 손에 들고 서서 율동을 하다가, 자리에 앉을 때 동생을 무릎에 앉히기 위해 그것을 옆에 내려놓는데, 그전에 그 페이지에 입을 맞추더군요. 나름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방 속에서 새 만화 전도책자 한 권을 꺼내서 그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는 제 가방으로 가져왔지요. 바로 한 페이지 넘기면, 그 소녀가 그토록 아끼던 그 페이지입니다. 성경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와중에도, 그 아이는 혼자 책을 보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더군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저 페이지를 갖게 되었던 것일까요? 이 빈민가에서는 얼마 전에 거리 급식 사역을 한 적이 있고, 그때 절제회 전도팩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기억하기는, 그날 나누어준 절제회 전도팩에는 다른 버전의 만화 전도책자(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야기)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여러 해 전(코로나 이전)의 사역 때 나누어진 것이나, 혹은 지인 중 걸인들이 구걸할 때 저에게 받은(돈과 함께) 만화 전도책자를 받은 것일 것입니다. 주웠을 수도 있고요.
혹은 친구에게 한 페이지만 달라고 했을 수도 있지요. 나름 페이지가 곱게 뜯어져 있던 것을 보니, 몇 명이 나누어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나비 뭄바이’ 지역은 나름 저의 텃밭이나 다름이 없어서 만화 전도 책자가 가장 많이 배포된 지역입니다. 그런데도 갖고 싶은데 한 권을 못 받은 아이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날 저는 웬만하면 사역을 안 나가고 쉬고 싶었는데, 약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나갔던 것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그 아이에게 만화 전도 책자를 주고 올 수 있었으니 가길 잘했다는 마음이 듭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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