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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교] 선교하는 마음으로 입대… “주님, 가장 힘든 곳으로 배치해주세요”

▲ 대한민국 해군. 사진: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해군 R.O.K. Navy 캡처

이 코너는 청년 선교사들의 생생한 좌충우돌 믿음의 순종기를 담았다. 기독교인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복음과 운명을 같이한 20대 청년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 곳곳에서 매주 치열한 믿음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장으로 안내한다. <편집자>

예수님의 제자로서 사랑할 것을 약속의 말씀으로 주셨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4~35)

사랑하면 사람들이 내가 예수님의 제자인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랑하자 더욱 사랑하자.

훈련소 연병장에 들어왔을 때 두려움, 슬픔, 기대 등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좀 피곤했고 기상을 빨리 시킬 것 같아 피곤할 것 같았다. 그러나 두 가지 확실히 아는 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같이 있는 이들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요 13:34~35)과 내가 군대에 들어가는 것도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다는 것이다(창 45:5).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부모님께 경례하고 훈련소로 들어갔다.

나는 1중대 1소대에 배치 받았다. 같은 소대원은 총원 77명 99년생 형님 세 분이 있었고 나머지는 다 동생이었다. 내가 배정받은 침대로 이층인데 뭔가 이상했다. 사다리도 없었고 침대 옆 난간도 없었다. 내 침대만 그랬다. 조교님께 말씀드렸더니 사다리가 없으니 알아서 올라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침대에 오르고 내릴 때마다 턱걸이, 딥스(가슴운동) 등을 해야 했고 배와 가슴이 쓸렸다. 세 번이나 찾아가서 말씀드렸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3일차가 되니 가슴과 배가 멍자국으로 물들었다. 내 몸의 상처자국들을 호소하며 항의를 하고 나서야 침대 옆에 밟고 올라가도록 책상 의자를 하나 놔주셨다. 그래도 다른 친구가 아니라 내가 이 자리를 배정받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 중 누군가 힘들어야 한다면 내가 제일 힘든 곳으로 가길 소망했는데 들어오자마자 그 기도 제목을 주님이 이루어주셨다.

해군은 육해공 삼군 중 밥이 제일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입소한 저녁부터 제육볶음을 산더미처럼 퍼 주셨다. 밥을 한 숟가락만 퍼도 반찬들로 인해 배가 부를 정도로 양도 많고 퀄리티도 좋았다. 스테이크, 팔보채, 파스타, 장어덮밥, 돼지국밥, 아귀찜, 삼겹살, 치킨, 메밀소바, 새우튀김 등등… 고기 세 종류가 한 식판에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먹다가 너무 맛있고 지난 몇년간 힘들게 있었던 튀르키예 생활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행복했다.

옆 침대에 있던 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훈련소에서 나눠본 첫 대화였다. UDT로 지원했다고 한다…. UDT 훈련병이랑 같이 훈련을 받는 것이었다. 이 친구 말고도 다른 소대원들에게도 다 찾아가 이름과 직임, 기도 제목 등을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말과 명분으로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래서 기도하고 있던 중 우리 담당 소대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서로 최대한 빨리 친해져라. 동기가 살던 곳, 직임, 몸무게 등등 다 알고 있어라.”

약간 농담이 섞인 듯했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조교님이나 교관님은 아무도 없었는데 우리 담당 소대장님만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하라는 주님의 싸인으로 받아들이고 친해지기 작전에 들어갔다. 첫 말의 시작은 언제나 이렇게 끊을 수 있었다

“소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친해지고 싶어서 왔습니다!”

이틀 동안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나를 제외한 76명 전원을 찾아가 이름, 소대번호, 직임, 사는 곳, 취미 등을 물어보고 교제하고 노트에 작성했다. 그러면서 나를 소개했다. 나는 선교사라고. 당신을 위해 내가 기도하고 싶어서 적어가는 거라고 밝혔다. 그리고 아프면 나를 찾아오라고,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부터 나는 소대에서 선교사님 혹은 선교사 형님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다들 경남 지역 사람들로 이뤄져 있어서 사투리가 조금씩 있었다. 침대 앞에 있는 친구는 신학대학을 다니고 왔으며 목사가 꿈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서로 힘이 되었고 격려가 되었다. UDT 친구는 7명, 독일 의대생, 말레이시아에서 살다 온 친구, 서울대생, 태권도 특채 등등 여러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거의 매일 전원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했다. 분명 기도는 사랑하라는 말씀에 대한 순종의 표현일 것이다.

주일이 되어 처음으로 군대 교회를 가보았다. 말씀 본문은 요한일서 3장 후반 전체이다. 그의 계명은 이것이니 곧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그가 우리에게 주신 계명대로 서로 사랑할 것이니라(요일 3:23)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다시 한번 약속을 확증받았다. 예수님의 제자였던 요한이 가르치는 내용도 서로 사랑하라는 것. 나도 그 사랑을 살고 전하는 사람으로,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아야 한다.

소대원들과 많이 친해져서 이야기도 꽤 많이 나눴다. 나는 자주 성경을 읽고 있었는데 성경에 궁금증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도 다수 있었다. 왜 성경을 읽고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군대에서 전달해주는 인터넷 편지 받으셨습니까? 그 편지를 왜 읽습니까? 그 편지가 나를 위해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이 성경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쓰신 사랑의 편지입니다. 그래서 읽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창조, 타락, 심판, 사랑, 구원의 이야기를 쭉 풀어나갔다. 호세아서의 사랑 이야기를 좋아해서 호세아서의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려준 것 같다. 성경이 사실인 이유, 이 말씀의 약속이 실제로 이뤄지는 나의 삶의 증언, 변화의 이야기, 하나님이 계실 수밖에 없는 여러 증거들, 역사적 증거들 등등 예수님을 증언하고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 반응이 나온다.

“계속 듣다가는 나에게 신앙이 생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합시다”
“성경 나중에 빌려주세요 읽어보고 싶어요”
“와 신기하다, 전 그렇게 살라고 해도 못살것 같아요 ㅎㅎ”
“뭘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혹은 말이 없는 싸늘해진 분위기 등등…. 여러 반응들이 있지만 이런 모습들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기에 정말 행복하고 영광스러웠다.

내가 의무병 직별에 물리치료를 전공했기 때문에 다치거나 아픈 소대원들이 나를 많이 찾아왔다. 훈련소에 있으면서 치료 관련 업무를 100회 이상 했던 것 같다. 팔목 근막에 염증이 있어서 테이핑을 감아달라며 찾아오는 친구, 허리 통증으로 허리 테이핑과 운동 조언을 받으러 오는 친구, 고관절을 다쳐 파스를 바르고 운동법을 배우러 오는 친구, 체한 친구, 염좌가 생긴 친구, 발이 부르튼 친구, 감기 걸린 친구 등등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고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되었다.

한 기독교인 친구가 자기를 괴롭히는 친구를 상부에 보고했더니 가해자를 유급시키거나 서로 화해를 하는 것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되었단다. 자기는 너무 화가 나서 유급을 고르고 싶지만 고르기 전에 내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난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냐,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기를 죽이고 모욕하는 사람들을 위해 중보하신 분이시라고, 도리어 그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등 내 생각을 들려주었다. 나중에 그 친구가 나에게 찾아와서 고맙다고, 복음을 전할 기회라는 말이 계속 생각나서 용서하고 서로 화해했다고 알려주었다. 그 이후로 그 친구가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한 소대원이 찾아와서 자기 격실 사람들이 나를 많이 존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매사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귀감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워진다. 주님이 내 속에서 순종한 모습인데 내가 높아지고 교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주님만 영광 받으시기를 소망한다.

해군은 일반 육군이 하는 훈련에 더불어 해상에서의 전투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함훈련(다이빙), 전투수영, IBS등 수상 훈련을 한다. 전투수영 – 수난자 구조 훈련 중 수난자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나를 보트에 끌어올리는 친구의 실수로 허리가 앞뒤로 꺾이게 되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인데 점점 고통이 심해지더니 저녁에는 버틸 수가 없어 응급실에 실려가게 되었다.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없어 다음날 오전에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요추 4, 5번 사이 디스크가 좀 나왔다고 한다. 허리가 아파서 훈련을 살살 받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힘든 훈련이나 얼차려 등 몇 개를 빠지고 청소나 작업도 많이 빠졌다. 그래도 몸이 빨리 회복되어서 일주일 정도 지나니 걷고 뛸 수 있었다. 훈련소 마치고 병원에 가보니 괜찮다고 진단해주셨다. 할렐루야다. ㅎㅎ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있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하다.

나는 해군병 000기에 들어와서 특혜를 정말 많이 누렸다. 추석 연휴가 있어서 훈련 대신 군대 영화를 몇 편 보기도 하고 사령관님 특별 지시로 훈련소 마치고 2박 3일 휴가도 나가고 원래 8일 수료인데 7일에 수료하게 되는 것 등등…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훈련소에 있는데 위문 공연이 온 것이다. 무슨 걸그룹 4명이 와서 앞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나는 관심이 없어서 시큰둥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김계란씨, 일명 빡빡이 아저씨가 무대에 나타났다. 그분은 물리치료사로 해군 특전 UDT 출신 유튜버다. 내가 물리치료학과를 들어가기 전부터 그분의 영상을 보고 많이 배웠고 그분이 가르쳐 주신 것들을 지금도 치료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무척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분을 실제로 보는 날이 오다니…! 그분도 해군 출신이라 우리가 배운 군가를 이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과 함께 군가를 합창하는 시간도 있었다. 너무 즐겁고 해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열광하는 와중에 계속 주님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날 날이 얼마나 기쁘고 영광스러울 날일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수료할 날이 다가와서 수료식 연습을 많이 했다. 드디어 수료식, 군사가 된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날이 왔다. 정모 수여식 때 어머니와 이모, 이모부가 달려오셔서 반겨 주셨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내게 정모를 씌어 주셨다. 식을 다 마친 후 모자를 던지는 세레머니를 하고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하신 주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군사 튜토리얼은 여기서 끝이다. 앞으로도 하실 주님을 기대한다. [복음기도신문]

호세아 선교사(헤브론원형학교 용감한정예병파송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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