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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휴전 무산 뒤 확전일로…레바논서도 유혈충돌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AFP=연합뉴스 사진)

이스라엘-헤즈볼라 라마단 첫날도 공방…레바논 깊숙이 공습
가자지구 곳곳 군사작전…기근 위기에 라마단 무색

이슬람권에서 평화와 자비가 깃들어야 할 금식성월 라마단에도 중동의 무력 충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슬람의 중요한 종교의식인 라마단을 계기로 가자지구 휴전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결국 무산되면서 외려 확전될 조짐마저 보인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라마단 첫날인 이날 레바논 동부 도시 바알베크와 인근 지역을 공습하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로이터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날 바알베크를 4차례 공습하면서 최소 1명이 숨지고 여럿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한 보안 소식통은 AFP에 “이스라엘 항공기가 다르알아말 병원 인근에 있는 과거 헤즈볼라 소유 건물을 표적으로 삼았고 바알베크 서쪽 창고도 공습했다”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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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일가족의 장례식을 진행하는 헤즈볼라 대원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12일 성명을 통해 전투기를 동원해 헤즈볼라의 방공부대 시설 2곳을 타격했다며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으로 골란고원을 공격한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방공기지를 드론 4대를 동원해 공습했다고 밝혔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 이후 점령한 지역으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자주 벌어졌다.

이날 레바논의 골란고원 공습에 이어 이스라엘이 레바논 동부를 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대부분 레바논 국경 일대를 겨냥했지만 최근 수주간 더 북쪽에 있는 헤즈볼라 진지들을 타격하면서 양측간 전면 충돌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스라엘이 공습한 바알베크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무려 1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수도 베이루트보다 북쪽에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도 군사작전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중부 지역에서 공습과 근접전 등을 통해 최소 15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에서 특공여단이 주거단지인 하마드 타운을 수색, 하마스 대원들을 체포하고 무기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간밤 공습으로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서열 3위인 군사 조직 부사령관 마르완 이사가 공습으로 숨졌다는 첩보를 확인 중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하마스 측 이스라엘 보건부는 라마단 첫날 밤새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 67구가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우리는 완전한 승리의 길에 있다”며 라마단에도 군사작전을 강행할 뜻을 보였다.

라마단에도 무력충돌이 그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라마단을 맞아 가자지구에서 총을 내려놓을 것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촉구하며 “평화와 화해, 연대를 기념하는 라마단이 시작됐는데도 가자지구에서 살인과 폭격, 유혈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라마단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중동이 악화한 상황에서 왔다”며 “분쟁이 전쟁의 현재 경계를 훨씬 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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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의 한 병원 (APF=연합뉴스 사진)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굶주림과 공포가 가자지구를 덮치면서 라마단이 시작됐다”며 보통 라마단에 이뤄졌던 금식, 자선활동, 가족 모임, 야간 축제 등이 올해 가자지구에서는 요원하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군사작전으로 폐허로 변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3만1천여명이 숨진 가운데 가자지구는 식량 부족으로 대규모 인도적 참사 직전에 몰렸다.

유엔 관계자들은 가자지구가 기근 사태에 가까워졌고 특히 가자지구 북부에는 지난 몇주 동안 원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너무 배고파 나뭇잎과 동물 사료를 먹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야생식물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상당수가 공습을 피해 집을 떠나 우울하게 라마단을 맞았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한 학교에서 가족 4명과 피란 생활을 한다는 팔레스타인 주민 슈바트는 NYT에 “올해 라마단은 집,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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