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L. 마이어스의 1923년 고전 The Dawn of History(역사의 여명) 첫 장은 수백만 명이 아무런 역사에 대한 의식이 없이 살았음을 상기시킨다. 세상이 현재 그대로 앞으로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어느 방향으로든 역사의 원호가 휘는 법이 없다. 그렇게 믿지 않는 건 망상이며 거짓된 희망을 낳는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 사회가 여전히 기독교에 깊이 뿌리 박혀 있기에, 우리는 전혀 다른 상상을 한다.
그러나 진보에 대한 믿음이 단지 고려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대안으로 인해서 생긴 순진한 발상에 불과할까? 우리에게는 우리를 이끄는 끝, 텔로스(telos)가 있는가? 짧고 생소한 오바댜서는 하나님의 목적에 대해 더 큰 의식을 발전시키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에돔에 관한 이 이상하고 작은 책은 어둡고, 국가주의적이며, 심지어 복수심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바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선물을 준다. 다름 아니라 역사와 종말론, 그리고 예수님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왜 역사가 필요한가
오바댜는 역사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님의 목적에 대한 영감받은 통찰력을 말이 아니라 “계시”(1절)를 통해서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에돔에게 말을 거는 오바댜는 이러한 통찰력으로 유다를 격려한다.
유다는 지금 막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데, 아마도 예루살렘이 약탈되고 그에 따른 유배가 시작된 거 같다. 하나님의 백성이 육체적으로 또 영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하나님이 실패한 것일까? 바알이 여호와보다 강한가? 이웃 에돔은 그의 형제의 멸망을 보고 기뻐한다. 그리고 약탈을 하며 악행에 가담한다(10-14절). 에돔은 그 모든 나쁜 짓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며, 바로 그 점이 유다에게는 오바댜의 메시지가 필요한 이유이다.
역사에는 과연 목적이 있는가? 정의가 구현되는 날이 올까? 오바댜는 확신에 차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패배한 민족을 향해서 선지자는 담대하게 하나님의 우주적인 통치를 선포한다(15절). 유다의 패배가 여호와의 패배처럼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연합한 적들 부족이 에돔에 접근했을 때, 오바댜는 하나님의 손길이 역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리차드 린츠의 말이다.
구약의 선지자들에게 역사는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길에 대한 교훈이었다. … 물론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역사는 반복될 수 있기에 기록되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과거 행위가 그분이 자기 백성을 향해서 그리고 자신이 하신 약속에 대해서 신실하실 것이라는 소망을 주는 근거라는 원칙에 따라서 역사가 기록되었다.
오바댜는 구속사의 안경을 쓰고 역사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다. 우리는 하나님이 누구신지, 하나님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시는지에 추상적 개념으로 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강력한 행동을 통해서 알고 있다.
왜 종말론이 필요한가
히틀러의 선전가 요제프 괴벨스는 “세상을 향해서 첫마디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옳다”라고 선언했다. 나치 정권에 대한 역사의 판단은 그가 틀렸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건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 단어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에게는 마지막 말이 있다. 우리는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잘 알고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가진 신앙은 종말론적이다. 우리에게는 영광스러운 미래에 대한 확실한 소망이 있다. 이 소망이 없이는 도무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한 게 현실이 아닌가.
오바댜는 힘든 현실을 사는 사람에게 무엇을 제공하는가?
“그날”이라는 표현은 11-14절에 여덟 번 나오며, 항상 부정적인 의미, 즉 환난, 재난, 불행의 날을 의미한다. 그러나 15절에서는 “여호와의 날이 가까웠느니라”라는 종말론적 소망이 터져 나온다. 그날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아직’이 마침내 ‘지금’과 ‘드디어’가 되는 날이다. 모든 약속이 성취될 것이다. 끝끝내 모든 잘못이 바로잡힐 것이다.
큰 불행을 겪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오바댜는 다가올 하나님의 공의로 그들을 격려하고 싶어 한다. 에돔이 행한 불의함은 그에게 고스란히 다시 닥칠 것이다(15절). 모든 빚은 청산되고, 모든 계좌는 정상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공의가 없다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를 제대로 다루시지 않는다면, 천국조차도 지옥이 될 것이다. 과거 유다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도 정의를 갈망한다. “그때 하나님은 언제 어디에 계셨는가?”라고 울부짖을 때마다, 사실상 우리는 최후의 심판을 요청하는 것이다. 마지막 날 심판은 필요하고 옳은 일이다. 그날이야말로 악에서 돌이켜서 하나님을 찾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절정이 다다른 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바댜가 약속하는 게 단지 하나님의 보복적인 정의만은 아니다. 그는 회복을 예언한다. 이 책의 마지막 세 구절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역사적인 국경에 도달할 때까지 이스라엘의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약속하신다. (포로 생활 중인 난민들에게 이 얼마나 감미로운 메시지인가!) 애초에 땅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의 일부이기에 사실상 하나님은 지금 자신이 했던 그 언약의 회복을 약속하고 있다. 골고다 이후를 사는 우리는 이 회복이 단지 땅 문제에 그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온 땅을 덮을 것이다(합 2:14). 하나님의 통치가 확장될 것이다. 주여, 제발 그의 나라가 하루빨리 임하게 하소서(옵 1:21).
하나님의 통치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 정의가 실현될 것이다. 모든 잘못은 바로잡히고, 지상에는 평화가 임할 것이다. 인신매매, 인종차별, 그리고 살인이 마침내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마침내 역사를 애초에 목적하신 대로 마무리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예수님이 필요한가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바로잡아 주시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불의를 저지르면서 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부터 바로잡혀야 한다. 오바댜서를 겉핥기로 읽는 경우에 마치 세상이 단순하게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나뉘어 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예언의 메시지가 은혜라기보다는 카르마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벨사살이 성전에서 가져온 거룩한 그릇으로 술을 마셨던 것처럼(단 5:3), 에돔의 죄는 하나님의 성산에서 술을 마심으로 성전을 더럽힌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과 열방은 계속해서 술을 마실 것이다(옵 1:16). 뭘 마신다고? “하나님의 진노의 포도주를 마실 것이다. 그 포도주는, 물을 섞어서 묽게 하지 않고 하나님의 진노의 잔에 부어 넣은 것이다”(계 14:10). 우리 모두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마땅하다(엡 2:3). 유다의 죄가 너무 커서 하나님께서는 공의로 그들을 약탈하기 위해 바벨론을 보내셨다. 그 결과 어느 이스라엘 사람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포도주를 먹여 비틀거리게 하셨습니다”(시 60:3)라며 한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모든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새날이 다가오고 있다. “내가 너의 손에서, 비틀거리게 하는 그 잔 곧 나의 진노의 잔을 거두었으니, 다시는 네가 그것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사 51:22). 이런 현실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그냥 내버려 두신다면, 하나님은 불의하신 것이며, 그의 나라는 불완전하게 남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댜는 단지 심판(16절)이 아니라 “시온산에 구원이 있으리라”(17절)고 말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하나님의 의로운 진노와 변함없는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만나기에 가능하다. 하나님은 진노의 잔을 우리 손에서 거두어 그의 아들에게 마시게 하셨다(막 14:36). 그러므로 우리가 악한 길에서 돌이켜 예수님께로 돌아오면 더 이상 진노의 잔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신다. 따라서 종말론이 주는 소망을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는 예수님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시기에 반드시 우리의 죄를 벌하셔야만 한다. 그러나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주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제사장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그의 아들을 보내셨다. 그로 하여금 우리가 마셔야 할 진노의 잔을 대신 마시게 하셨다. [복음기도신문]
원제: We Need Obadiah
브랜든 쿠퍼 Brandon Cooper | 브랜든 쿠퍼(M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는 Cityview Community Church( Elmhurst, Illinois) 목사이며, A Word to the Wise: Lessons from Proverbs for Young Adults(Deep River Books, 2010)의 저자이다. Follow After Ministries를 설립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