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 잠 4:8

[특별기획] 특무부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다

사진 : Simon Infanger on Unsplash

[정전협정 70주년 특별기획]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24)

이튿날 식사를 하고 있는데 계급장 없는 군인하나가 막사 입구에 버티고 서서 말했다.
“여기 조용학 있나?”

내가 손을 들고 일어섰더니 따라오라면서 나를 앞세운다. 따라가 보니 보충대에 파견된 육군 특무부대 사무실이었다. 해방 후 대통령 직속의 특무부대가 생겼다. 누구라도 거기로 끌려가면 반병신이 되어 나온다는 말이 돌 정도로 김창용 특무부대장은 서슬 퍼런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내가 어떻게 이곳까지 살아남았는데… 내가 무슨 죄인인가…

나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어떤 위협이 있을지라도 당당히 대처하리라 각오했다. 한 놈이 서류쪽지를 보며 소리친다.
“꿇어 앉어.”
“너 고향 단양 맞나?”
“예.” 하고 대답했다.
“너 몇 살 때 인민군에 입대했나?”
“한국군의 군속으로 따라갔지 인민군에 입대한 사실은 없습니다.”
고함치듯 말했다.
“야, 이 자식아. 다 알고 있는데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거짓말을 해.”

침대용 빠따 방망이로 엉덩이를 후려갈긴다. 도대체 무법천지 세상이었다. 곁에 있는 또 한 놈이 워커발로 꿇어앉은 무릎을 사정없이 밟으며 ‘엎드려’ 하더니 다시 엉덩이를 빠따로 쳤다. 나는 정신을 차려 더 이상의 폭력을 견딜 수 없어 울부짖으며 말했다.
“제가 지난 1년간 수도사단 1연대 군속으로 전투 중에 참가한 사실을 입증할 사람은 대구보충대에도 몇 사람 있습니다. 왜 나를 인민군이라고 합니까. 정말 억울합니다.”
항변하며 외쳤다.
“그게 누구냐.”
“현역군 제2막사의 권충일 이등상사 외에도 몇 사람 있습니다.”

옆에 서 있는 친구에게 2막사에 가서 권 상사를 데려오라면서 흥분이 가라앉는 눈치였다. 5분도 안되어 권 상사가 들어왔다. 권 상사는 그들의 질문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내가 군속임을 입증하였다.

권 상사와 함께 특무대를 나오려는데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바로 군대에 입대해야 돼.”
“웃기지 마라.” 내 마음 속에서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가도 가도 막막한 인생길 눈보라길이다. 얻어맞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걸어가는데 권 상사가 입을 연다.“조 중사가 나 때문에 몰매를 맞았구나. 미안하다.”

“아닙니다. 모든 각본은 제가 짠 것입니다. 염려 마십시오. 반드시 1연대에 복귀할 것입니다.”
막사로 돌아오니 좌상격인 군속 동지가 위로하듯 말했다.
“막둥아, 너 기합 받았재.”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홧김에 엉덩이를 쓸며 옆으로 앉았는데 어디좀 보자며 바지를 내리며 확인했다.
“몹쓸 친구들 어린 놈이 무슨 죄가 있다고.”
혀를 차면서 위로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인민군에게도 뺨 한 대 안 맞았는데 아군에게 이토록 몰매를 맞다니…” 분해서 이가 갈렸다.

권 상사 일행이 전방으로 떠난 후 군속들을 전부 막사로 집합시켰다. 보충대장의 훈시가 있다는 것이다. 육군중령 보충대장의 연설이 시작됐다.
“여러분들 그간 수고가 많았습니다. 여러분은 따뜻한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부터입니다. 여러분들 중 25세 미만의 군속은 가정에 돌아가도 징집규정에 따라 군에 입영되는 영장이 발급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지 입대를 권하니 심사숙고하시기 바라며 현지 입대를 희망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십시오.”

아무도 손을 든 자가 없었다. 기회가 또 온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서면서 손을 들고 말했다.
“저는 6.25사변 후 본의 아닌 군속으로 두만강까지 북진하며 생사를 같이 했던 1연대에 복귀토록 선처해주십시오.”

소장은 나를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나의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렇게 충성스러운 청년이 여기 있습니다.”
“올해 몇 살인가?” 물었다. 만 18세라고 답하자, 아직 군에 갈 나이도 아닌데 참 용감한 청년이라면서 다른 희망자는 본부에 연락하라며 자리를 떴다.

나는 내무반 좌상에게 몸이 아파 오늘 저녁 식사당번을 못하겠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며 의무대에 가서 약을 가져다가 엉덩이에 발라주면서 이젠 집에 가서 쉬지 왜 전방부대에 가겠다고 했냐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했다. 나는 속으로 ‘남의 속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나는 곧 사랑하는 애인을 만날 것입니다’하고 웃어버렸다.

이튿날 오전, 보충대 본부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한 육군 중위가 의자를 권하며 앉으라고 했다. 그는 보충대장에게 이야기를 잘 들었다면서 수도사단 1연대가 동해안 전선에 배치되었다며 미리 작성해 놓은 원대복귀증을 건네주었다. 대구에 도착해 헌병초소 군용차를 타고 원주를 거쳐 강릉으로, 거기서 다시 고성까지 가게 되면 1연대를 찾을 것이라고 자세히 일러줬다. [복음기도신문]

조용학 | 1934~2013. 충남 단양 생(生). 학도병으로 6.25전쟁 참전. 삼미그룹 총무과장 정년퇴직. 서울 노원구 국가유공자수훈회 사무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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