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만에 보수 정권에서 급진 좌익 성향의 야당 연립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폴란드의 새 정부에서 주청사에 걸려 있던 십자가가 철거됐다.
폴란드 언론 NFP(Notes From Poland)는 새 집권 연립정부의 정당 중 하나인 시민연합의 크쥐슈토프 코로모스키 대표가 십자가를 철거하는 대신 전임자가 철거한 유럽연합(EU)깃발을 다시 세웠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보수 민족주의 성향의 법과정의당(PiS)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얀 칸탁은 “루블린주의 새 주지사가 십자가를 철거하고 예수님이 계신 구유를 철거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기둥 홀의 십자가와 구유는 현재 건물 내 다른 곳에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전임 정부의 법과정의당 지도자 야로스와프 카친스키는 지난해에 “교회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폴란드에도 반기를 드는 것”이라며 “교회가 폴란드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일한 도덕 체계의 저장소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허무주의”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그러나 도날드 투스크 신임 총리는 자신의 카톨릭 신앙을 강조하면서도 의회에 걸려 있는 유명한 십자가를 비롯 공공건물에서 종교적 상징물 제거를 촉구했다.
폴란드, 12월에 도날드 투스크 정부 공식 출범
지난 10월 총선을 통해 보수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인 법과정의당에서 친유럽 성향의 야당 연립인 폴란드 시민연합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폴란드에서 12월 13일 시민연합당 대표 도날드 프란치셰크 투스크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이는 지난 10월 시민연합, 제3의길, 신좌파 등 3당 연합이 70%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총선에서 승리한데 따른 결과이다. 도날드 투스크 전 폴란드 총리(2007-2014)가 이끄는 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야당 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폴란드 의회 460석 중 248석을 차지했다. 이는 폴란드 의회 과반보다 17석이 더 많은 의석수다.
이번 총선에서 그동안 집권여당이었던 법과정의당의 최종 득표는 전체의 35%로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야당연합을 구성하는 시민연합, 제3의길, 뉴레프트의 합산 득표율이 54%를 기록했다. 법과정의당은 전체 표의 약 3분의 1을 가져가며 여전히 폴란드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으나 460석 중 198석 확보로 폴란드 하원에서 과반을 상실했다. 더구나 연합을 구성할 마땅한 파트너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법과정의당과 연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우익, 반이민, 민족주의, 자유주의 정당인 국가연합당은 14석을 차지했다. 더욱이 선거기간 내내 두 당은 차이점만 확인하며 연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총선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폴란드인의 투표 참여율은 74.25%로 공산당 정권이 무너진 직후인 1989년 첫 자유선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정권 교체로 폴란드 역사는 큰 전환점을 맞게될 전망이다.
폴란드는 1989년 40여년의 공산정권 이후 처음으로 비공산주의정권의 등장 이후 여전히 두 이념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이다. 총선에서 과반 확보는 실패했지만 폴란드 인구 다수가 여전히 법과정의당의 정책을 지지한다. 법과정의당은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으로 2016년 은퇴 나이를 남자 65세 여자 60세로 낮췄다. 같은 해 어린이 1명당 500즐로티(한화 약 164만 원) 상당의 가족 수당을 신설하기도 했는데 2024년에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800즐로티까지 상승할 예정이다.
법과정의당은 낙태를 반대하고 성소수자 우대보다는 성윤리 중시, 반유럽연합 등 보수적인 노선을 채택했다.
한편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폴란드의 2023년 총선결과와 외교정책 노선분석’을 통해 “폴란드 동부 지역에 몰려 있는 은퇴 인구 사이에서 법과정의당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물질적인 혜택을 위해 법과 정의당에 투표했던 다른 많은 유권자들은 법과정의당이 번영과 안정보다는 양극화, 권력 남용, 갈등 유발을 통한 지지 확보를 시도한다고 판단하여 실망하고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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