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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가난한 교회, 가난한 목회자

사진: 김봄

[선교통신]

잔지바르에서 마을전도를 할 때 길을 안내해 주었던 오토바이 운전사가 목사였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내가 당황했던 이유는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얻어먹지 못한 행려자 같았던 그의 비루한 행색 때문이었다. 그의 표정 또한 세상 모든 짐을 어깨에 짊어진 사람처럼 너무 고단해 보였다.

그래도 목사인데 비록 가난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님의 사명과 복음의 소망이 있지 않은가? 그를 통해 예수그리스도를 볼 텐데 조금만 웃는 얼굴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기는 했지만, 얼마나 삶이 고달팠으면 하는 체휼의 마음이 더 커서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성도 수 20여 명의 작은 교회의 목사인 그는 가난 때문에 어린 딸과 아내를 부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목회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재봉틀이란다. 아내가 재봉 기술이 있어서 재봉틀만 있으면 어느 정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그는 재봉틀을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가난한 목회자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성령의 능력도, 말씀의 은사도 교회의 부흥도 아닌 재봉틀이라는 것에 나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를 백분 이해했다. 나는 그에게 재봉틀 구매에 필요한 재정을 헌금했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봉틀을 사서 사진을 보내왔다.

과연 재봉틀이 생긴 그는 생계 걱정 없이 맡겨진 양을 말씀으로 잘 먹이는 목자가 되었을까?

사실 탄자니아에는 그처럼 생계 때문에 목회가 뒷전인 목사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탄자니아에는 거지만큼 가난한 사람이 개척교회 목사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목사가 말씀을 연구하고 묵상하고 설교 준비를 하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성도들을 말씀으로 양육해서 제자로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물론 목사들 다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지역의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들의 전반적인 경우다)

탄자니아는 인구 80%가 무슬림인 나라지만 땅이 있고 건축 비용만 있으면 얼마든지 교회를 세울 수 있다. 내가 사는 시골 마을만 해도 현지인 교회가 여럿 있으며 제법 큰 교회도 있다. 모스크뿐 아니라 교회도 세워지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복음이 전해질뿐 양육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사들 자신도 말씀을 먹을 겨를이 없으니 성도들을 먹일 수가 없다. 선교사의 도움이나 후원을 받지 못하는 교회는 대부분 자립에 실패한다. 결국에는 세워진 교회만큼 무너진 교회도 속출한다는 것이다.

복음은 전했지만 양육과 훈련의 과정이 없으니 성도들은 처음 들은 복음만으로 신앙생활을 한다.

가끔, 한국 선교사는 시골의 목사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목사들을 위한 세미나 한번 열어달라고. 그 시간을 통해 재충전을 받고 싶다는 목사의 요청에 돌봐야 할 영혼들과 감당해야 할 사역이 있는 선교사는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교회는 있고 목사는 있지만, 목자가 없다. 성도는 있지만, 말씀이 없다.

말씀에 굶주려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물질 후원만큼이나 영적 양식을 보급하는 것이다.

그러던 차 한국의 은퇴 목사로부터 출애굽기 세미나로 섬기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어쩌면 선교지에서 가장 필요한 단기 선교의 방법일 수도 있다.

구제나, 의료 사역, 주일 학교 사역으로 섬기는 단기 선교도 귀하지만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로 섬기는 사역은 선교지에서 정말 필요한 사역이다.

2023년 11월 20일부터 11월 23일까지 모시의 베레아 신학교를 빌려 인근의 모시 지역뿐 아니라 멀리 아루샤에서 달려온 40여 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출애굽 세미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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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김봄 제공

대구 삼일 교회에서 20년 동안 성경공부를 통해 교회를 부흥시키고 은퇴한 김상수 목사는 목회자의 가장 우선사역은 말씀 양육이어야 함을 강조 또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말씀으로 살아나야 하기에 그는 은퇴 이후에도 말씀 양육 사역에 열정을 쏟았다. 특히 가난한 선교지의 목사들을 말씀으로 일으켜 세우고 싶어서 은퇴도 앞당겨서 했을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에 막혀있다가 이번에 하나님 주신 마음으로 탄자니아를 섬기게 되었다.

성경은 구속사적으로 봐야 하기에 출애굽을 선택하였다는 김 목사는 출애굽의 주제처럼 우리를 제사장 삼아 제사장 나라 삼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뜻이 탄자니아에게도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눈에 보이는 반응은 없었다. 한국처럼 아멘!! 같은 반응도 눈물을 흘리는 공감도 없이 한결같이 필기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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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김봄 제공

녹음도 녹화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라도 놓치기 싫은 간절한 모습이었다.

폭우가 쏟아져서 지붕 뜯긴 강의실에 비가 새기도 하고 정전되어 어둠 속에서 강의를 진행했지만 쉽게 자리를 뜨거나 움직이는 이는 없었다.

하루 10시간 동안 강의를 하는 목사도, 강의를 듣는 목사도, 하나라도 더 먹이고 하나라도 먹기 위해 모두가 열정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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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김봄 제공

이번 세미나의 통역은 한국에서 5년 동안 유학을 다녀온 루게마 루히자 목사가 맡았다.

킬리만자로 산자락에서 청년들을 섬기는 가난한 천막교회의 목회자인 그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목회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깨달았다며, 세미나의 내용을 잘 정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성도들에게 가르치겠다고 한다.

일주일 한번 주일 예배만 드렸는데 주중에도 드리고 새벽예배도 도전을 받았다는 그는 여느 목사들처럼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기도로 돌파하고 성도들의 영적 양식을 먹이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출애굽 세미나에서 숙·식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행정을 도맡아 섬기고 준비한 이병철 선교사(GMI소속. 서울 은혜 교회 파송)는 한번 구원받았으면 되었지 우리가 왜 계속 노력해야 하나?라는 강의 중에 나온 어느 목사의 질문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영적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질문이었기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생각으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을 깨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에 일 년에 한두 번 한국 목회자들을 초대해서 성경 세미나를 열어보지만, 이것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길가에 떨어진 씨앗이 되고 만다.

탄자니아에 복음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세미나를 통해 떨어진 씨앗과 같은 말씀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목회자들의 마음이 기경 되어야 한다. 그래서 불러서라도 전하고 가르치고, 찾아가서라도 전하고 가르치는 것이 선교사의 또 다른 사명임을 알고 있기에 함께 추수할 일꾼을 보내 달라고 기도한다.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누가복음 10:2)

탄자니아=김봄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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