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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마음을 뚫는 힘

사진: unsplash의 Hiroshi Tsubono

수년 전, 딸이 고열과 구토, 피부발진으로 고생할 때 주치의처럼 책임지고 돌봐주신 분이 계시다.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전화로 아이의 상태를 살펴주시고 본인은 소아과의사인데 피부과에도 소견을 물어 약을 구해주신 선생님.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리셨는지 나의 어떤 질문에도 답변이 친절했다.

특히 소외되고 어려운 환자들에게 더 마음을 쏟는 분이란 걸 알게 됐을 때, 나는 불현듯 예수님이 생각났다.

‘아,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셨구나. 예수님이 그분을 통해 사람들을 치료하시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분은 환자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통하는데 그때 헨리 나우웬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그런데 최근 또 그런 분을 만났다. 이번엔 이비인후과! 코가 막히고, 귀가 막힌 걸 기가 막히게 뚫을 수 있는 분인데 나는 사실 이분을 뵐 때마다 마음이 뚫리는 경험을 한다.

얼마 전에 찾아가 요즘 기력이 없고, 어지럽다고 하자 몇 가지 질문과 간단한 검사를 하시더니 재미있는 처방을 내려주셨다.

“집에 가서 곰탕 먹고, 따뜻한 곳에서 주무시면 나을 겁니다.”

집이 춥다고 하자 선생님은 바로 병실을 내주셨다. 수액을 놔주시고, 독감주사까지.

그리고 소년 같은 미소로 웃어주셨다. 뒤에 다른 환자가 줄을 서도, 적어도 나를 대할 때는 내가 전부인 것처럼 눈길을 다른 데 두지 않으신다. 환자의 마음을 뚫는 힘은 그분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경청에서 나오고 있었다.

좀 거창한 표현 같지만 이런 분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니, 더 거창해도 되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을 뚫는 실력을 갖추었는데 무슨 표현인들 못 할까! [복음기도신문]

jisy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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