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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중동에서 이란-이스라엘 갈등과 분쟁(1)

사진: sina drakhshani on Unsplash

밖에서 보는 이슬람(83)

1. 이란이 가진 2가지 정체성

이란과 같이 깊은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가진 국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란이 가지고 있는 찬란한, 때로는 비참한 역사가 한국의 세계사 교과서에는 한두 줄의 설명으로 그치고 복잡한 종교와 문화적 배경이 무시되기도 한다. 단지 강경 이슬람원리주의와 핵, 그리고 원유를 둘러싼 정치적 기사로만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다양하고도 복합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현재 중동의 이슬람 시야의 종주국으로 자부하고 있는 이란이다.

그런데 이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독특한 두 가지의 정체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바로 ‘페르시아 문화’와 ‘시아파 이슬람’이다. 이 두 가지 이질적 문화는 복잡한 이란의 역사를 통해 조화되고 융합되어 이제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은 이란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왔다.

2. 현 이란 정부의 2가지 과제

  • 그 첫째는 국가 최대의 과제인 ‘개방’이다.

1979년의 이슬람 혁명을 통해 성립한 이란의 이슬람 정부는 서방세계에 독재로 비칠 정도로 강력한 중앙집권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세력이 혼재하고 있다. 그 대표적 세력이 최고 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항상 정점으로 매번 이란 대통령이 꼭두각시로 선출된다. 현재 이란 정부는 내적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중 하나가 현재까지 계속되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여름의 이란 내 대선 결과를 놓고 현재까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당시 재선에 성공한 보수파의 ‘아흐마디 네자드’ 대통령에 대해 온건 개혁 세력의 대표였던 ‘무싸비’ 후보와 지지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대규모 시위로 번졌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 시위의 핵심은 사실 정치적인 것이라기보다 이슬람 혁명 이후 40년간 쌓여온 개방과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함축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 두 번째는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국제적 영향력의 확대이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은 ‘테러’를 인류 공동의 적으로 설정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였고, 9.11사태를 계기로 아프간에서 전쟁을 시작하여 탈레반을 몰아냈다. 그리고 지금은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위협과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은 자신들의 노선을 자신만만하게 계속 추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된다. ①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한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전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②이란은 이스라엘을 사정권에 둔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③미국이 세계 2위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다른 국가(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등)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④미국과 계속 대립하는 것이 국내 정권 안정에 유리하다. ⑤미국과의 대립을 통해 ‘페르시아 문화권’과 ‘시아파 이슬람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3. 이란의 이슬람 혁명에 대해서

  •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미친 의의와 영향

현재 이란 정부가 자랑하는 것이 있다면 20세기 후반(1979)에 팔레비 왕정을 몰아내고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이다. 이란 정부는 이슬람 혁명을 온 세계에 퍼뜨리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시아파 무슬림들은 항상 소수로 핍박받으며 살아왔다. 그들이 ‘무하람 달에 외치는 후세인이여’라는 외침 속에는 수니파 무슬림들에게 몰살당한 시아파의 세 번째 이맘 후세인의 일가족에 대한 비통한 마음이 있다. 그 후 계속 소수파로서 다수파인 수니에 항상 억압당해 왔던 원한과 울분을 국가적 행사로 승화시켜 지켜 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란 이슬람 정부는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거대한 나라를 이슬람 혁명을 통해서 자기들의 정권하에 두는 데 성공함으로써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이로써 수니파 무슬림들을 향해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자기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이제 시아파 무슬림들은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더는 소수파가 아니다. 자기들에게 이렇게 큰 힘이 생긴 것은 바로 이슬람 혁명의 성공 덕분이었다. 그래서 이란은 이슬람 혁명의 끈을 절대로 놓을 수가 없다.

  • 호메이니의 이란에서 위상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는 호메이니가 구심점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팔레비 왕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왕명에 거역하여 국가에서 추방된 연약한 노인에 불과했지만, 그가 구심점이 되어 이슬람 혁명이 성공되고 보니 이제 그는 한 나라의 역사적 영웅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아파 무슬림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다.

  • 이슬람 혁명정신 수호를 위한 이란의 노력

이란이 존재하는 것은 이슬람 혁명을 수출하기 위해서라고 고위 공직자들이 공공연히 말하는 것을 흔히 듣게 된다. 만일 이슬람 혁명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이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 이란이 가진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이란 젊은이들이 이슬람 혁명에 대한 무관심이다. 그래서 이란 대통령이나 종교 지도자가 연두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이란 청년들의 혁명정신에 대한 교육이 국가 장래에 중요 정책 중 하나로 등장한다. 현재 이란은 전 국민 70% 정도가 30대 이하의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이슬람 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이란 이슬람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슬람 혁명정신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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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국립 이스탄불대 역사학과 석사, 박사,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터키어권선교회(FOT)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전방개척선교(KJFM)’ 저널 편집인, 아신대(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1)무슬림 이해하기’ / (2022, 라비사북스). ‘벌거벗은 세계사(경제편)’/ (2023,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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