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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종합선물세트 같은 달란트 시장

사진 : Lore-Schodts on unsplash

마흔이 넘어 예수님을 만난 나에게는 교회학교의 기억이 없다.

교회학교 기억뿐 아니라 어릴 적 추억이 거의 없다.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고, 심장이 몽글 해지는 따뜻한 유년의 기억이 없는 어른의 마음은 가끔 가난해질 때가 있다.

나는 시에라리온 주일학교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인생 전체가 흔들릴 만한 위기를 만났을 때, 꺼내어 볼 수 있는 따뜻한 햇살 한 자락 같은 추억의 한 페이지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여 기획한 것이 달란트 시장이었다.

그동안 각 나라에서 보내온 각종 학용품, 장난감, 옷가지들과 사탕과 비스킷과 빵을 준비하면 구색을 갖춘 달란트 시장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달란트 시장을 하겠다고 하니까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당연하다.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니까.

‘예배에 잘 나오고, 예배 잘 드리고, 찬양도 잘하고, 말씀 퀴즈도 잘 맞추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친구들에게 달란트를 나눠줄 거야. 이것을 잘 모았다가 나중에 달란트 시장에서 바꾸면 되는 거야.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돈을 내는 것처럼 달란트를 내는 거지.’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달란트라는 종이 쪼가리가 물건을 바꿀 수 있는 돈이 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믿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달란트를 하찮게 여기고 버렸다. 기대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석 달 뒤, 마침내 달란트 시장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장난감, 학용품, 달콤한 사탕과 비스킷을 보고 아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자기 돈으로 거의 뭔가를 사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귀하디귀한 것들을 종이 쪼가리 달란트와 바꾼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후회했다. 몇 되지 않지만, 달란트를 모은 아이들은 쾌재를 불렀다.

첫 번째 달란트 시장을 개최한 후, 두 번째 달란트 시장을 예고했다.

환호하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뿌듯했다.

달란트 시장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아이들은 열심히 달란트를 모으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이들의 예배 태도가 달라졌다.

지각을 밥 먹듯 했던 아이들이 예배 시작 전에 교회에 왔고, 주일 예배뿐 아니라 수요일, 금요일 예배까지 나왔다. 소리 높여 찬양도 했고, 말씀 퀴즈를 맞히기 위해 설교도 집중해서 들었다. 달란트를 모으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기특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배의 목적이 달란트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아차 싶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알아가다 보면 달란트 시장의 물건들은 떨어지는 떡고물 같은 것인데, 아이들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마치 열심히 달란트를 모아서 달란트 시장에서 갖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 교회에 오는 것 같은 아이들을 보면서 그제야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 했던 나의 기획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예수님 외에 의미 있는 선물은 없으며, 예수님이 없는 추억은 모래 위의 성 같아서 뿌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있어 보이는 달란트 시장이 종합선물 세트라고 생각한 아이들처럼 나도 그런 착각을 했던 적이 있다.

딸의 전도로 교회에 나가기는 했지만, 하나님이 믿어져서 나간 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딸아이에게 미안해서 보속을 하는 것처럼 다녔다. 아이는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가장 좋아했으니까. 그렇기에 나의 인생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술 담배를 달고 살았고, 여전히 가난한 미싱공에 여전히 꿈이 없었고, 여전히 ‘과연 미싱공으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나이와 학력이 상관없다는 드라마 공모전 광고는 나의 흥미를 끌었다. 무엇보다 천만 원의 상금이 필요했다.

나는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공모전을 준비한다고 했을 뿐인데 아이와 교회 성도들은 마치 내가 작가가 된 것처럼 기뻐해 주었고, 기도해 주었다. 얼떨결에 나도 기도라는 것을 했다.

대본의 대자도 몰랐던 나는 기성 작가들의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고 작법서 봐가면서 준비했다. 그리고, 6개월 남짓 공부했는데 거짓말처럼 당선이 되었다.

그것도 4500대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최우수로.

홍해의 기적과도 같았다. 그때 비로소 하나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다.

알코올 중독자 고졸 출신의 미싱공인 미혼모의 등단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유명 제작사에 스카우트되고,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다.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구호단체에 후원이라는 것도 하게 되고, 아이의 학원도 보내주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그 후 나의 삶은 달란트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가지기 위해 달란트를 모으는 아이와 같았다. 욕망의 종합세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유명한 작가가 되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명예가 필요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짜 큰 선물을 받으면 얻게 되는 콩고물 같은 작은 선물인데, 그것을 몰랐다.

콩고물 같은 작은 선물에 눈멀었던 시절. 하나님은 나를 봐주지 않으셨다.

결국, 욕망의 화신처럼 아등바등했던 그 열정마저도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어 하나님을 만나게 하셨듯이 달란트에 혈안이 되어있는 아이들 역시 만나주실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지금은 비록 달란트가 목적이겠지만 종합선물 세트가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예수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추억이 될 것이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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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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