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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분주함이 무관심의 핑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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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뎀닉(Gunter Demnig)의 <걸림돌(Stolpersteine)>

우리는 종종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소돔과 고모라’에 비유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성경은 소돔의 죄악을 무엇이라고 하는가?

에스겔서는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겔 16:49)”라고 설명하였다. 이 말은 단지 구제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소돔의 강퍅함과 완악함, 즉 풍족과 안락 속에서도 소외된 자들에 대한 사랑 없음이 바로 소돔의 죄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베를린, 함부르크 등 독일 전역에는 이러한 무관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 있다. 귄터 뎀닉의 <걸림돌>이다. 이 작품은 기존 기념조각을 새롭게 재해석한 대안적인 기념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크기 대신, 오히려 눈에 잘 띠지 않는 납작한 명패를 바닥에 설치했다. 명패에는 나치에 의해 살해당한 이들의 이름, 생몰년, 직업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희생자들이 생전에 살았던 장소 앞 인도에 설치되었다.

한 두 개의 명패에서부터 어떤 것은 6개까지 명패가 나란히 설치되어 일가족의 참상을 알리기도 한다.

이처럼 <걸림돌>은 홀로코스트를 막연한 역사 속 사건으로만 다루기보다, 나치에 의해 희생되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을 피부로 느끼기 위함이라는 목적에서 볼 때 기존의 기념 조각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거대한 스케일 대신, 무심코 길 가던 행인의 발에 채이는 걸림돌이 되어서 일상의 분주함을 핑계로 우리가 얼마나 이들에게 무심하였는가를 일깨워 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할머니들, 그리고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연평해전에서 젊음을 바친 희생자들, 그 외에도 기억되지 않았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기사가 신문 지면을 장식할 때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우리에게 <걸림돌>이 된다.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이들과 무관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지! 주님 앞에 섰을 때 이 형통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이 될 것인가!

“그의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라(시 68:5)”

그림설명 귄터 뎀닉, <걸림돌(Stolpersteine)>, 1993~현재까지 진행 중, 브론즈 동판, 독일 전역에 설치 [GNPNEWS]

이상윤(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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