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어디를 가도 “엄마, 엄마”하며 늘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세 딸이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녀와 마땅히 누려야 할 예배의 삶은 올 초 소속된 선교단체의 본부에서 지부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뒷전으로 미뤄졌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만 아이들과 반복하고 있었다.
부산에 정착한지 4개월이 지나던 어느 날. 이제 한글을 읽게 된 7살인 큰 딸에게 신명기 6장을 설명했다. 주님을 사랑하는 자녀는 말씀을 마음 판에 새기고 생명으로 취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이에게 말씀을 소리내어 읽어 보게 했다. 창세기 1장을 펼쳤다.
처음이라 그런지 아이는 몸을 뒤틀고 주위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했다. 그러다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면서 말씀을 힘겹게 다 읽어 내려갔다.
“영지야, 말씀 보는 게 쉽지 않았지?”
아이는 동의를 얻고 싶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주님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걸까?”
아이는 잠시 망설였다.
“엄마, 하나님이 첫째 날 둘째 날… 사람을 만든 여섯째 날까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대!”
자기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을 조금은 머뭇거렸지만, 깨달은 만큼 정확하게 설명했다. 순간 하나님께서 아이에게 알아듣도록 친히 말씀하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미어올 정도로 먹먹해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해 늘 가슴 아팠고 미안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딸아이의 말씀에 대한 이해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사 49:15)”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아이와의 만남을, 주님은 한 순간도 잊지 않으시고 아이의 생명이 되어 주셨던 것이다. 그동안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데 대해 주님께 용서를 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되돌아보니 지난 4개월의 시간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하시려는 은혜의 때였음을 깨닫게 된다. 동원사역과 훈련사역을 하며 믿음의 동역자들을 만나면서 갖게 되는 많은 생각들. 때로는 믿음 없는 태도라고 지체들을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임을 알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의 도전과 한계 앞에 내가 얼마나 쉽게 요동쳐왔는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올해 주님이 주신 약속의 말씀을 더욱 간절히 붙들 수밖에 없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쫒나니(요일 4:18)”
자격 없는 자를 주님의 종으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요, 선물을 나는 지금 값없이 누리고 있다. [GNPNEWS]
최은주 선교사
필자는 선교사로 헌신하여 세 아이를 키우며 공동체를 섬기다가 올해 초 남편 윤필영 선교사와 함께 부산지역에서 선교.기도 동원사역으로 주님의 은혜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