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정성구 칼럼] 재판의 정치, 정치의 재판

사진 : EKATERINA BOLOVTSOVA on Pexels

60여 년 전 대학 시절에 체코 출신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심판>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작품은 너무나 난해해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억하기는 어느 날 이유 없이 주인공이 기소되고 재판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판사들과 증인들도 한 패거리가 되어 거대한 사법 시스템에 개인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이해되었다.

재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판사(判事, Judge)라고 한다. 금번 아시안 게임에서 보듯 모든 경기에는 심판(Judge)이 있다. 심판은 경기의 규칙과 법대로 승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거기에는 개인의 사감이나 감정이 들어가면 안된다. 다만 심판의 판결이 의심되는 경우,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정확하게 공이 선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여러 심판이 확인하고 최종 결정을 한다.

최근에 야당 대표가 구속 적부 심사에서 기각 처분을 받았다. 아직 재판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마치 무죄를 받은 양 정부와 여당에 대해 공격수로 일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은 야당 대표의 죄보다, 기각 판정을 해버린 판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옳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들리는 말로는 그 법관이 김일성 장학생이란 말도 있고, 전임 대법원장이 심어 놓은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그 법관의 재판은 처음부터 작심하고 편들기였다는 것을 법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미 다 알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의 이론에 ‘먼저 들어간 정보가 나중 들어간 정보를 지배한다’는 것이 있다. 때문에 대학 시절에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 중에 종북 사상의 물을 먹은 사람이 후일 정치가, 행정가, 법조인, 예술가가 되면 그 종북 사상이 그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그의 사상은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그러니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해야 옳지만, 진영 논리가 법이고, 그가 소속되어 있는 기구에 사로잡혀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법관들은 모두가 수재들이다. 모두가 명문대학을 나왔고, 그 어려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법 위에 정치가 작동하면 그것은 달라질 수가 있다. 말하자면 판결에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요, 녹비(鹿皮)에 가로 왈(曰) 자(字)>가 되기 십 상이다. 만약 판사가 양심을 버리고 정치 논리나 사상적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말 그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이 세상에는 오심도 많고 오판도 많다. 재판에 정치가 끼어들면 금방 처리해야 할 재판을 질질 끌고,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1년이고 2년이고 버티다가 유야 무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두가 어떤 고약한 특수 세력들이 사법부를 농락해 왔던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이 없다지만, 재판만큼은 법과 양심에 따라 저울추가 올바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모든 법관들이 육법전서를 달달 외우고 모든 법전에 통달할지라도 결국은 그가 가진 인생관, 세계관, 신앙관에 따라서 법의 판결이 달라질 수가 있다.

필자는 50년 전에 법철학자(法哲學者)요, 칼빈주의 자인 헬만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 박사를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형법학과 법철학자이지만, 그의 논리는 사람이 만든 법도 중요하지만, 우주와 만물의 법칙을 만드신 하나님을 중심으로 법철학을 만들었다. 그와 대화 도중에 그는 시편119:105절의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를 사고의 중심에 두고, 성경을 삶의 모든 영역에 표준으로 삼고자 했던 법철학자였다. 자연 만물과 인간 위에 하나님의 위대하신 섭리와 사역이 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의 법철학은 <하나님 중심>으로 세계와 우주와 인간사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도, 지식 사회도 별로 고민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든 결국은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주의 사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절반 이상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설마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로 넘어 갈리 있겠는가!’라는 안일주의 사고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인문 사회 과학 교수들이나 학생들은, 자유대한민국의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도 없이, 이 나라가 망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자들이 상당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것은 분명히 이 나라가 사상적으로 큰 병이 들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사상적으로 암 병동>에 살고 있다. 이것은 비단 판사들만의 문제만 아니라, 정치꾼들 그리고 이른바 지식인들까지도 병들어 있고 종교인들 가운데도 일부가 종북 사상이라는 치료가 어려운 암 병에 걸려 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큰 고기는 법망을 교묘히 뚫고 빠져나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건전한 국가는 법과 원칙이 옳게 시행되어야 한다.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이 국가의 법망을 피한다 해도 <양심의 법정>도 있고, 또한 <하나님의 심판의 법정>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재판의 정치도 문제이지만, 정치의 재판도 문제이다!」 [복음기도신문]

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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