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빈민식사 사역은 정말 역대 최악의 난이도였습니다.
먼저, 우기 막바지에 비가 오지 않는 날씨. 차라리 우기에는 시원하기라도 하고, 건기에는 습기라도 없는데 어제 저녁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인도식 빵(로띠)을 굽는 가마까지 있으니 땀이 1분 만에 비 오듯 쏟아지더군요.
게다가 손님(빈민)은 어찌나 또 많은지, 실외와 실내가 다 악취와 몸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평소에는 저를 보면 생글생글 웃던 빈민 식당의 무슬림 스태프들도, 어제는 얼굴이 짜증으로 가득했습니다. 원래는 빈민들을 식당 바깥에서 줄을 서게 했었는데, 요즈음에는 안과 밖에서 동시에 줄을 서게 하니 아무래도 더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좁은 실내에 계속 울리더군요.
급기야 한 스태프가 한 걸인의 옷에 커리를 쏟았는데, 이 걸인이 벽돌 비슷한 것(!)을 들고 행패를 부려 진압하는 데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벽돌은 아니고 비슷한 사이즈, 비슷한 크기의 나무 목침 같은 것이었지만, 그걸 들고서도 난동을 부리면 위험해질 사람이 많기에, 저도 여차하면 같이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짝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온갖 힌디어 쌍욕이 난무하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몰려왔는데, 예상했던 대로지만 다들 지난번에 같이 온 단기선교 팀 언니 오빠들 왔냐고, 언제 오냐고, 왜 안 오냐고 묻는 질문이 가득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저는 한 번 왔다 간 언니 오빠들 만큼의 사랑을 줄 수 없는걸요. 저는 아이들에게 장난감도 쥐어주지만, 한 명이 다른 아이 것을 훔치거나 완력으로 뺏는 것을 잡아내야 합니다. 음식도 주지만, 계란의 주문이 어떻게 들어가서 누구에게 먼저 공정하게 가는 가도 체크해야 합니다. 절제회 전도팩도 받고 더 받으려는 이들이 넘쳐났고, 저에게 따로 와서 음식이 아니라 돈을 달라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저도 한 명 한 명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ㅜㅜ 그러나 그리움은 단기 팀의 몫이지요.
게다가 평소에 잘 안 보이던 십대 각설이패가 몰려왔습니다. 이 아이들은 너무 짓궂고 거칠어서 저와 및 제 주변에 앉은 다른 어린이들이 모두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받고 안 받은 척하며 더 받으려 하거나, 심지어 남이 받은 것을 빼앗으려 하기도 하고, (저를 처음 보는 아이들은 제가 힌디어를 얼마만큼 이해하는지 몰라서, 그리고 제가 이 자기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음식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랬겠지만) 저에게도 계속 무례한 언동을 취하더군요.
결국 한번 호되게 꾸짖어서 내보냈습니다. 손에 손에 저에게 받은 음식들을 갖고서도, 메롱 거리면서 거리로 나갔는데(에휴), 곧 그 무리가 다 같이 양쪽 귀를 잡고(인도에서는 이게 아주 심각한 사과의 태도입니다.) 돌아와서 진지하게 용서를 구하더군요.
그 이유가 걸작입니다. 저에게 받은 게 분명한 삶은 계란 열 개들이 봉지 및 절제회 전도팩, 음식 보따리를 들고서도 이리저리 오가며 다른 어른 빈민들에게 저를 조롱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어른 빈민들에게 혼났답니다. 특히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저 사람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아느냐? 너희가 그렇게 해서 다시 안 오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는 식으로 크게 꾸짖었나 봅니다. 어떤 아주머니는 1미터가 넘는 장대(저도 그 장대를 봤습니다.)를 휘두르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만일 제가 속히 또 오지 않으면, 다들 이 녀석들 때문인 줄 알고 더 크게 혼을 낼 것 같습니다. 수일 내로 빨리 또 와야지요.
이렇게 다이나믹한 사역을 마치고 가는데, 힘이 하나도 안 남더군요. 그런데 택시를 잡으러 가는 길에, 제일 언니가 열 살 정도 돼 보이는 넝마주이 아이들 한 패를 만났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으니 다들 배가 고프답니다. 그래서 다시 기차놀이 하듯이, 그 아이들을 이끌고 빈민 식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깊은 밤이라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는데… 덕분에 이 아이들은 훨씬 여유 있게 실컷 먹고, 삶은 계란도 싸 갈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환하게 웃고 행복해 하는지, 전반전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지더군요. 다만 나누어줄 절제회 전도팩(+만화 전도책자)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한 권으로 돌려가면서라도 모두 보기를 기도합니다.
너무 정신이 없었어서, 도착 직후에 장난감 나누어주고 찍은 사진(전반전)과, 마지막에 식당이 거의 다 빈 후 넝마주이 아이들과의 식사 장면밖에 없습니다. 온갖 활극과 액션씬이 가득했던 사역이, 사진으로 보면 그냥 천국 잔치 같기만 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오병이어가 생각났습니다. 다들 기다리지 않고 실컷 먹고 열두 바구니가 남았다니 다행입니다. 게다가 장정이 열두 명이 있었으니 어느 정도 질서 유지도 되었겠지요. 제자들은 외롭지 않아서 좋았겠다. 괜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예수님이 옆에 계셨으니….
제가 밥과 같이 주는 절제회 전도팩(+만화전도책자)에도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거면 족하지요. 계속 힘내서 달려가 보겠습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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