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미등록 이민자가 급증함에 따라 폴란드, 체코와의 동부 국경에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독일 내무부는 불법이주 증가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부 장관은 유럽연합(EU) 외부 국경이 허술해 내부 회원국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번 조치의 사유로 들었다.
패저 장관은 “우리가 외부 국경을 더 잘 보호하지 못한다면 EU의 내부 국경(회원국간 경계) 개방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들을 EU에 들여오는 밀입국 업자들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폴란드, 체코와 공조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밀입국 범죄집단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 유입 경로를 따라 장소를 바꿔가며 유연하게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너무 많은 이주민이 유입된다는 동부 일부 지역의 불만이 몇 달째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적발된 불법입국 사례는 1만4701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6% 증가했다.
처음으로 망명을 신청한 이들의 수는 작년에 21만7770명이었으나 올해는 1∼8월에 그 규모가 이미 20만4460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독일로 대피한 우크라이나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독일 동부에는 이민자를 적대시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세하고 있다.
동부뿐만 아니라 서부에서도 이민자 급증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바이에른, 헤세에서는 다음달 초 중요한 주의회 선거가 예고돼 있어 독일 연방정부는 불법이민 문제에 더 예민하다.
이번 국경통제 방침을 두고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가 이민자 포용 기조를 재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임 앙겔라 메르켈 정권은 인도주의뿐만 아니라 독일 인구 고령화 등 경제적 문제까지 고려해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오는 중동 이민자를 대거 포용하고 독일 사회에 통합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선임 연구원 수다 데이비드-윌프는 “독일은 EU의 개방적 정신에 이익을 봤다”며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독일의 현재 국경통제 강화를 보면 이민과 관련해 큰 후폭풍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