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서 죽은 자로 불리기를 원하는 김차광 목사, 이은혜 사모
주님이 부르신 땅 S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도로 준비 중인 김차광 목사·이은혜 사모 부부. 김 목사 부부는 요즘 선교지로 떠날 예비 선교사들로 구성된 열방연합기도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김 목사 부부는 목회현장과 선교단체에서 20여 년간 사역을 통해 완전한 절망을 경험한 이후, 남은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나의 옛사람이 아니라 오직 예수생명이 되어 주님을 붙들고, 주님이 이끄시는 삶의 길을 선택한 이들의 고백을 들어본다. <편집자>
– 주님 만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차광(이하 김): “34년간 목회를 하신 아버지는 생전에 11개 교회를 개척하시고 소천하셨어요. 그런 아버지께 신앙 훈련을 받으면서 저의 삶에서 목회자의 길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1989년에 처음 수원에서 교회를 개척했어요. 이어 시흥, 인천 등에서 15년간 목회했어요. 그런데 열정으로 시작했던 목회에 어느덧 어려움이 찾아왔어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성도 수 때문에 고민하게 됐어요. 그 당시 저는 성도 수가 늘어나는 것이 부흥이라고 생각했어요.”
– 그런 어려움을 주님이 어떻게 진리로 회복시켜 주셨는지 궁금하네요.
김: “그동안 제가 해왔던 목회는 주님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려움이 있었죠.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까먹을 만큼 경제적으로도 힘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한 선교단체의 스텝으로 합류했어요. 그러나 그 단체의 책임자가 소천한 이후 단체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곳에서 나오게 됐어요.
얼마 안되는 땅과 전세금을 정리하고 헌신했는데 나올 때는 오갈 데도 없을 만큼 아무 것도 없었죠. 하나님께 대한 원망과 분노로 지내던 즈음, 어떤 기도모임에서 영상 설교 메시지를 보게 됐는데 충격이었어요. 여과 없는 십자가 복음의 메시지가 제 영혼을 강타했어요.”
– 무엇이 그렇게 충격이 되셨나요.
김: “복음 앞에 직면하면서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됐어요. ‘너 목사 자격 없다.’ 그 말에 바로 엎드려 인정하게 됐지요. ‘주님 정말 주님을 위한 목회가 아니고 나를 위한 목회였습니다….’ 지금도 목사라고 불리는 것조차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목사는 한자로 목양 목(牧), 스승 사(師)인데 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저는 나무 목(木), 죽을 사(死)를 써요. 오직 십자가에 죽은 자로 불리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복음을 깨닫고 난 이후 선교훈련을 받으면서 ‘선교적 존재로 사는 것이 내가 할 일’ 이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작년에 아프리카 가나에 아웃리치를 다녀오면서 로마서 5장 5절 말씀을 받았어요.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됐다는 거예요.
이 어마어마한 주님의 복음과 사랑을 받았는데 그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선교지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저의 마음을 주님께 고백하게 됐어요.”
어마어마한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 사모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이은혜(이하 이): “저는 고3 때 부흥집회에서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났어요. 이후 내 전부를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만 섬기기로 결정하고 개척교회를 섬겼어요. 그러나 교회 안에서 합당치 않은 사건이 생기고 저도 그 일에 연루되면서 교회는 사라져버렸어요.
그 일로 두 주 정도 교회를 나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었어요.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로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 때 한 교회에 출석하면서 성경교사로 섬기게 됐고, 그 곳에서 당시 신학생이자 목사님 아들이었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어요. 그러나 내가 꿈꾸던 가정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요.
이: “남편과 함께 목회하며 교회를 몇 군데 옮겨 다니면서 제 내면의 악독함과 분노로 견딜 수 없어하는 죄된 저의 실체가 드러났어요. 내가 이렇게 된 것이 모두 남편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다’며 남편을 원망하고 매일 마음으로 살인했어요.
진짜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독한 마음이 끊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모든 사역을 내려놓게 되면서 저에게 깊은 절망이 찾아왔어요. 끊어지지 않는 저의 죄성과 탐욕을 보며 주님이 우리의 죄를 담당하셨다는 말씀은 저와 너무 거리가 먼 얘기 같았어요.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 속에서 남편이 먼저 십자가 복음 앞에 서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그 무렵 저도 한 선교사님의 메시지를 요약한 ‘나를 따르라’는 영상 메시지를 보고 심령에 부딪힘과 충격이 왔어요.”
– 그후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이: “복음 앞에 선 남편은 이전과는 다른 사람 같았어요. 남편에게서 그동안 못 들어보던 말을 듣기 시작했죠. 제 앞에서 자신이 존재적 죄인이며 소망 없는 자라고 고백하는데, 가슴 안에 울림이 있었어요. 사실 남편은 3대째 모태신앙인데다 3대째 목회자 집안에서 자라서 구원의 확신 하나만큼은 자부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갑자기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말에 도전이 되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남편에게 벌어졌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받은 훈련과정에 참여하게 됐어요. 주님은 계속해서 여러 상황을 통해 저의 헛된 관심을 다 끊어내시고 계속 복음으로 사는 삶에 대한 목마름을 주셨어요.”
– 그 갈급함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이: “복음으로 살고 싶은 갈망으로 공동체훈련과정인 복음사관학교에 가게 됐어요. 주님은 그곳에서 나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하셨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의 평판에 신경 쓰고,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식의 가면을 썼어요.
그러나 이제는 나의 악독함과 사랑 없음을 인정해요. 또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남편에게도 순종할 수 없었어요. 더구나 모정으로도 자녀를 품을 수 없었죠. 그러나 그런 나의 옛사람이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서 죽고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한 생명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주님이 믿어지게 하셨어요.
이제 복음으로 회복된 저의 생명이 선교적인 존재로 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려주시며 출애굽기 4장 12절의 ‘이제 가라’는 말씀으로 선교사로 헌신할 마음을 주셨어요.”
– 선교지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하시게 됐나요?
김: “아내는 복음사관학교에서, 저는 복음선교관학교에서 비슷한 시기에 각각 S국으로 아웃리치를 가게 됐어요. 저는 S국에서 1박2일의 말씀기도학교를 하고 복음을 나누면서 그 나라에 대한 마음을 받는 시간이 있었어요.
아내도 같은 S국에 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각자 다른 일정으로 아웃리치를 진행하고 있어서 소식은 들을 수 없었죠. 그런데 산 중턱에서 아내를 만나게 된 거에요. 선교사님들을 통하여 주님이 만들어 주신 이벤트였죠(웃음).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님이 이 나라에 대한 마음을 부어주셨어요.”
– 주님의 섭리가 놀랍네요. 이제 선교지로 나가시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고 계세요?
김: “하나님은 일주일 동안 릴레이로 열방을 구하는 기도의 자리로 저희를 부르셨어요. 한때는 덩그러니 건물만 있던 곳을 주님이 기도할 수 있는 장소로 바꿔주셨어요. 지금의 일산복음기도센터예요. 급하게 임시바닥재를 깔아 숙소를 만들고 중고 냉장고를 들여서 식사할 공간을 만들었어요.
느헤미야서 전체를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많은 은혜를 허락하셨어요. 그 중 회개 이후 느헤미야가 ‘나를 기억하사 복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는 내용이 큰 울림이 됐어요. 이스라엘 민족이 큰 영광 앞에서도 또 다시 범죄했듯 나도 그런 존재이기에 느헤미야의 간구처럼 저도 주님이 필요한 존재라는 고백을 하게 됐어요. 진정한 복은 예수 그리스도잖아요.”
한 주간 기도 연인원 550명 참석
– 일주일 동안 기도에 참여하신 분들이 있었나요?
김: “주님이 허락하셔서 한 주간 기도에 연인원 550명이 참석했어요. 놀랍죠. 복음과 기도로 살겠다고 다짐한 복음기도동맹군과 함께 연속, 연쇄, 연합하여 기도할 수 있게 하셨어요. 주님께서 선교지에 보내주시면 그 곳에서도 이렇게 기도자들을 일으키면 되겠다는 마음과 함께 주님이 하실 것이라는 확증을 주시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내는 주방에서 그 많은 기도자들의 식사준비를 했어요. 또 특별한 은혜는 아내가 섬기는 장애인 부부가 있는데 이번 기도를 통해 주님이 그 부부에게 친히 말씀해 주시고 ‘정말 주님이 하셨다.’라는 고백을 받으셨어요.”
– 어떻게 그 분들을 섬기게 되셨는지요.
김: “부인은 반신 마비이고, 남편은 2급 지적장애를 가지신 분이세요. 이분들과의 첫 만남은 작년이었어요. 섬김이 필요한 장애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연히 만나게 되었죠. 지금은 제 아내가 빨래와 밥을 해드리며 말씀을 전하고 있어요.
48년간 교회는 다녔지만 말씀은 전혀 모르다가 함께 말씀기도를 하면서 이 분들 마음에 주님이 일하기 시작하셨어요. 말씀으로 양육되는 이분들을 보면 기뻐요.
하지만 자신들을 두고 절대 어디 가지 말라는 말을 들을 때면 너무 우리를 의지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저희 안에 계신 주님을 바라보게 되기를 기도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느헤미야52기도 중 곧 선교사로 파송받아 떠날 목사님과 대화 중 저희도 주님의 때에 선교지로 떠날 계획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자매님이 통곡하며 우는 거예요.
안타깝지만 그저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주님이 어느 날 자매님에게 직접 말씀해 주셨어요.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너를 인도하겠다’ 그 말을 듣는데 적잖이 감동이 됐어요.”
왜 북한의 교회를 밀알로 두는지 아니?
– 우리의 마음을 지키시는 분은 정말 주님이시네요.
이: “네. 주님의 마음은 훼파된 예루살렘 성벽보다 무너져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심령이 재건되는 것을 더 원하시죠. 함께 느헤미야기도에 참여했던 한 목사님이 섬기는 교회에서 이제 자체적으로 말씀기도를 하기로 했고, 기도로 드려졌던 장소는 주일 예배 처소가 됐어요. 이처럼 하나님 나라가 확장해가는 영광을 누리게 하셨어요.
주방을 섬기면서도 은혜가 있었어요. 박해받는 북한의 교회를 위한 기도를 마치고 식사 준비를 위해 주방에 들어갔는데, “너 왜 북한의 교회를 아직 밀알로 두는지 아니?” 주님이 내면의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셨어요. 그리고 곧 북한의 악한 자 하나라도 돌이키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해주셨어요. 당장 공의로 심판하실 수 있는데 계속 복음의 밀알, 순교의 피를 흘리게 하심은 심판을 유보하시며 회개할 기회를 주시는 아버지의 마음이었어요.
중동의 모든 땅 가운데 죽임당하여 심겨진 교회들을 통해 악한 자들 안에도 하나님의 교회를 일으키시는 주님의 열심을 보았어요. 왜 주방에서 이 말씀을 주셨을까 궁금했는데, 한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다가 주님을 부지런히 섬긴 마르다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열방을 먹이는 밀알이었구나, 은혜의 부르심이었구나, 하는 것을 마음으로 받게 하셨어요.”
– 끝으로 기도제목을 나눠주세요.
김: “매순간 십자가로 나가서 나 죽고 예수 사는 예수생명 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소원이에요. 그리고 두 자녀들도 저희들과 같이 선교사로서 열방을 섬기면 좋겠습니다.”
이: “주님이 부르신 자리에서 열방을 구하며 주님과 더 깊은 사랑과 기쁨의 교제를 하고 싶어요. 더불어 주의 말씀이 S국의 선교사님들과 저희를 통해 어떻게 열방으로 흘러가게 하실지 기대됩니다.” [GNPNEWS]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