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이야기(2) – 두 번째 이야기(계 1)
요한계시록!
새벽형 인간이어서 일찍 잠을 청하는 내가, 잠을 자기가 아까울 정도로 흔히 어렵다고 하는 책을 든 지 몇 개월이 지났다. 미국에서 잠시 휴식을 마치고 돌아오려고 하는 즈음, 주님은 내게 권의 성경을 들려 주셨다. 시편 가운데, 최고의 말씀 시편인 시편 119편과 요한계시록이다. 시편은 나의 전공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요한계시록을 이렇게 연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구약을 다루는 주경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다. 누가 성경 66권 가운데 어떤 책을 강해하고 싶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아가서>를 들겠다”고 묻는 이들에게 힘주어 답했다. 주님과 결혼한 인생보다 그 누가 더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가장 큰 수지(收支)맞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히브리 성경인 아가서를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암송하고 반복하여 목청껏 외쳤다. 꿈 속에서도 아가서를 암송 했으니, 한 성경에 거의 미친 것이다. 드디어 7개월 만에 아가서 히브리 성경을 암송하는데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순전한 주님의 은혜였다. 이 말씀을 가지고 교회를 순회하고 히브리 텍스트를 특별히 사랑하는 일본을 왔다 갔다 했다.
요즘, 퐁당 빠져 있는 요한계시록은 내게 어떤 책일까? 대부분 요한계시록 하면 어둡고 두려운 책, 상징과 비유로 되어 어려운 책, 임박한 시한부 종말론으로 부정적인 책, 난해한 신학적 해석으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서로 상처를 남긴 책으로 각인되어져 왔다. 과연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이 그럴까? 정말 바로 배우고 싶고 정확히 알고 싶다(딤후 2:15). 주의 흥분된 계시로 인해 감동되어, 이 무더운 여름철 에어컨 없는 연구실에서 구슬 땀을 흘린 것 보다, 훨씬 더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고 싶다(시 6:6, 84:5-8). 종말을 살아가는 마지막이 더 가까운 이때에, 당당하게 요한계시록으로 뛰어들라 외치고 싶은 책! 겁 없이 뛰어든 나의 무지 앞에 더욱 기도가 나왔다.
“주여, 나의 영안을 열어주어(גַּל עֵינַי) 주의 말씀 안에서 놀라운 기적들을 보게 하소서!”(시편 119:18) 주님이 열어 주셔야 볼 수 있는 책이고 내게 실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기도에 사용된 “열다”(시 119:18)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나 아람어 단어는 “גַּל”(gal)이다. 위의 청색으로 된 히브리어다. 이 단어는 내 마음대로 눈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내가 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단어는 따로 있다. 그러나 “גַּל”(gal)은, 내 편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열어 주시는 강조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 “피엘” 동사다. 로마서 5:8에도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동일한 단어가 쓰였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드러내셨느니라]”(מְגַלֶּה) “십자가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냄, 요한계시록, 복음”은 모두 다 히브리어 어원 “갈”(גל)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신비다. 감동이다. 최고의 복음이다! 그래서 요한계시록을 이해하고 하는 자는 그리고 그것이 행복한 말씀이(‘축복’이 아니다) 되고자 원하는 자는(계 1:3), 무조건 주님 앞에 납작 엎어져야 한다(계 5:14)
흠 없고 완전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인 말씀을 읽으면서 주신 은혜를 생각하며 노트에 적어 보았다. 나도 깜짝 놀랐다. 성경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 다웠고 함부로 대들 수 없는 정말 장엄한 책이었다. 워낙 깊이가 있어서 서툴게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양 옆으로 지경을 한 참 넓혀야 밑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장엄한 책, 말 그대로 그 어느 누구도 요한처럼 보지 못했던 계시의 책이었다(계 1:1). 그러나 하나 하나를 끄집어 내서 성경 전체를 아울러 엮어내게 하실 우리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니 책을 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영혼의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기쁨과 승리의 확신을 주실 주님을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그동안 요한계시록을 읽으면서 내게는 요한계시록이 어떤 책인가? 정리를 해 보았다.
– 예수로 시작해서 예수로 끝나는 책
–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사고하고 헬라어로 기록한 책
– 히브리어와 특히 아람어로 읽어야 할 책
– 신-구약, 전 성경의 대(大) 단원을 장식하는 책
– 하나님의 모든 계시를 완성하는 책
– 누구를 무엇을 기다려야 할지를 알려주는 소망의 책
– 세상의 파도가 휘몰아칠수록 진가(眞價)가 발휘되는 책
– 내 영혼이 살고 죽는 영원과 한 판 승부가 걸려있는 책
– 임마누엘로 함께 하셨고 함께 하시며 더욱 함께 하실 주님이 더욱 계신 책
–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마라나타(מרנאתא) 신앙을 일깨워 주는 책
– 종말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고난” 이라고 하는 보물을 안고 가야 할 책
– 1, 2세기 성도들의 시공에서 읽어야 할 책
– 그릇되고 왜곡된 해석을 바로 잡아야 할 책
– 알레고리, 상징으로 가면 흐려지고 논쟁으로 가는 책
– 순전한 말씀에 인간의 첨삭이나 사변적인 생각을 멀리해야 할 책
– 일차적으로 성경에 있는 그대로 문자적으로 읽어야 할 책
– 상징도 결국은 문자적 의미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있음을 알고 해석해야 할 책
– 칼뱅(J. Calvin)도 주석하기에 엄두를 못 내고 남겨 둔 책
– 성도들이 끝까지 읽지 않는 책
– 성도들에게 미지의 책으로 남아있는 책
– 신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아니라 명확한 진리를 들어내는 책
–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근시안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는 어려운 책
– 성경의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행복이 담긴 책
– 세상의 끝은 어두운 종말론이 아니라 행복한 종말론임을 알려주는 책
– 구약 성경의 예언이 제일 많이 담긴 책(총 404절/구약 278절)
– 진리의 영이 종말(계시록)에 대해 바른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할 책
–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들(기독론)이 다양하게 언급된 책
– 세속(דבר)을 뛰어 넘는 영안이 열려야 볼 수 있는 책
– 천상 예배의 모습이 담겨있는 책
–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에 것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책
– 인생은 잠시 왔다 본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그네임을 알려주는 책
– 성도들의 영혼이 Radical 변화를 통과해 천국 입성을 기대하는 책
– 영혼의 순례를 담아 놓은 책
– 단순한 예언을 넘어 흥미 진진한 미래의 생동감 있는 주제들을 담고 있는 책
– 영원한 실재들을 지정의로 감지해야 할 깊이 있는 책
– 헷갈리고 충돌하는 세계관을 한 눈에 잡아주는 책
– 천국과 천사, 사후 세계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는 책
– 로마 제국이 기독교화 된 이후 신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책
– 과거나 현재 보다 미래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할 책
– 교회를 향한 예수님의 마지막 경고가 들어 있는 책
– 교회의 속성인 “거룩함” (קדושה)을 알려주는 책
– 교회의 본질을 알려주는 책
– 최고의 소망과 믿음의 핵심을 알려주는 책
– 개인 뿐 만 아니라 교회가 공동체로 회개를 촉구한 책
– 천국을 제 멋대로 생각하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
– 로마의 황제, 아니면 하나님 나라의 왕 그리스도를 따를 것인가? 결정해야 할 책
– 사탄의 나라에 대항하여 피 흘리기 까지 싸워 선교적 사명을 이루어야 할 책
– 인류의 최후의 운명(임박한 진노/심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
– 지옥(שאול)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책
– 심판하러 오시는 왕의 영광스러운 귀환이 담겨 있는 책
– 어린 양의 통쾌한 승리(ניצחון)가 담긴 책
– 그 날(היום)이 기다려지고 사모 되는 책
그 책이 바로 요한계시록이다. [복음기도신문]
김명호 | 헤브론선교대학교 성경언어대학 교수. 복음과 기도의 기초 위에 성경의 원어 연구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부흥과 선교완성을 위한 다음세대를 세우는 사역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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