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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진: Emmanuel-Ikwuegbu on Unsplash

그 아이의 하루는 동네 입구 개울에서 포댓자루를 씻는 것으로 시작하고, 포댓자루를 주우러 다니면서 오전과 오후를 보내고, 다음날 씻을 포댓자루를 행여 누가 훔쳐 가기라도할까 봐 가슴에 폭 안고 눈을 붙이는 것으로 하루의 마지막을 보낸다.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포댓자루를 씻어 말린 뒤, 시장에 내다 팔아서 번 돈으로 열네 명의 식구가 생계를 해결하는 데 보탠다.

서른 장을 내다 팔면 5000 레온을 받는다. 한국 돈으로 오백 원.

한국에서는 아이스크림 하나도 사 먹을 수 없는 돈이지만, 시에라리온에서는 빵 5개를 사 먹을 수 있다. 다섯 아이의 하루 양식이다.

그 아이는 도착하자마자 동네 인기 스타가 된 나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유일한 아이였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나는 먼발치에서 혼자 묵묵히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를 줍고 있는 그 아이를 보았다.

나는 그 아이를 불렀다. 하지만 아이는 소 닭 보듯 나를 쓱 쳐다보더니 다시 자기 일을 했다. 사탕에 관심이 없는 시에라리온의 아이라니. 게다가 그 아이의 행색은 아이 중에서도 가장 추레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가장 가난한 집의 아이였다.

자기 일 외에 무관심하고 까칠해 보였던 그 아이가 흥미로웠던 나는 먼저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사탕을 내밀면서 말을 건넸다.

‘하이. 미넴 샤론. 피토 까누무. 니 사무어?’

(안녕, 내 이름은 샤론이야. 만나서 반가워. 너의 이름이 뭐니?)

하지만 그 아이는, 대답 대신 ‘이깟 사탕 한 알로 나의 마음을 사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라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올려 보았다. 나는 그 아이가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싶어 사탕을 넣으려고 하는데 그 아이가 그제야 손을 뻗었다. 내 손에서 사탕을 받은 그 아이는 막대 부분을 입으로 물고, 땔감을 머리에 이고 나의 눈앞에서 총총히 사라졌다. 사탕 한 알조차 넣을 주머니가 없는 그 아이의 옷은, 넝마에 가까웠다.

차마 아까워서 먹지 못한 사탕을 입에 물고, 제 몸보다 더 큰 땔감을 머리에 이고 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저 아이에게 복음을 전할까?’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그 아이의 정보가 필요했다.

이튿날 통역자인 폴과 함께 언제나 그 아이가 일하는 시냇가로 갔다.

동네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하는 시간, 웃통을 벗은 그 아이가 제 옷 같은 포댓자루를 씻고 있었다.

나는 폴에게 통역하라고 하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이름이 뭐야?”

“이브라임”

마침내 그 아이는 이브라임이 되었다.

“몇 살이야? 집은 어디야? 학교는 다니니? 가족은 몇 명이야? 예수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니?”

“나이는 8살. 집은 마을 입구. 우리 가족들은 알라를 믿어요. 학교는 다니지 않아요. 가족은 형 누나가 7명 동생이 4명이에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어요.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예수님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리고는 이브라임은 묻지도 않았는데 대뜸 ‘나의 꿈은 학교예요.’라고 한다. 전날, 동네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 말을 엿들은 것 같다. ‘누나 형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자꾸만 동생들이 태어난다’라는 이브라임은 ‘열심히 돈 벌어서 학교에 가겠다’라고 한다.

동네 학교의 학비는 한 달에 만 레온. 우리나라 돈으로 천 원이다. 입학할 때의 교복값, 하루 빵 한 개 정도의 식비만 있으면, 8살 이브라임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보내줄게. 이브라임. 학교에 가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이다.

이브라임 집에서만 해도 학교를 꿈꾸는 아이들이 12명이나 있으며 (갓난아이 막내도 언젠가는 학교를 꿈꾸게 될 테니까) 이 마을에서만 해도 수많은 아이가 한 달에 1만 레온이 없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브라임이 학교에 다니면, 하루에 오천 레온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가족 중 누군가는 밥을 굶어야 한다. 겨우 한 달에 한국 돈 천 원이면 되는 아이의 꿈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아이의 언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예수님은 전할 수 있었다. 이브라임에게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과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지금 우리를 지키시는 성령님에 대해 전하면서, 나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하나님께 이야기하라고 했다.(내가 전했다기보다, 나의 훌륭한 통역자인 폴이 전했다.)

“하나님이 너의 꿈을 다 알고 계셔. 같이 기도해 보자”

진짜냐? 묻는 것 같은 이브라임의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아이에게 제안했다.

“교회 학교에 오지 않을래?”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빛 되신 예수님이 아이의 인생에 반짝하고 빛으로 들어오는 순간 같았다.

이브라임에게는 학교보다 교회가 더 소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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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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