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호 / 뷰즈 인 북스
에콰도르 선교사 짐 엘리엇의 아내 엘리자베스 엘리엇은 “고통은 헛되지 않아요.”라는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십자가와 하나님의 사랑으로 초대했다. 그 여섯 차례의 강연이 책으로 나왔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상실의 아픔을 겪은 그녀의 고난의 깊이가 어떠했는지, 그 고난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했고, 십자가의 역설적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자신이 경험한 고난 자체보다 그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하나님되심을 증언하고 있었기에 참 놀라웠다.
엘리자베스 엘리엇은 선교사 가정에 둘째로 태어났다. 그녀의 집은 늘 선교사들로 북적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식탁에서 수많은 선교사들의 삶과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짐 엘리엇과 결혼한 그녀는 결혼한 지 27개월 만에 와오라니 인디언 지역에서 남편을 잃는다. 2년 후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러나 그 부족의 문자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현지인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녀는 한참을 “왜 그렇게 하셔야 됐나요?”라며 절망하기도 했다.
짐이 죽은 지 16년 후에 미국으로 돌아와 한 신학자와 두 번째 결혼을 한다. 두 번째 남편이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주님 벌써 한번 겪게 하신 일이지 않습니까? 제게서 첫 남편 짐을 데려가시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제 남편을 데려가실 수 없어요!”라며 절규했다. 그녀는 두 번째 남편도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세 번째 남편과 지내던 중 자신도 치매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후, 그녀도 2015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짐의 죽음을 겪으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깨달았다. 고난은 그녀에게 하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절대적인 진리를 깨닫게 해 준 필수불가결한 도구였다. 그리고 남편들의 죽음을 이겨 낸 진짜 열쇠는 ‘수용’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끊임없이 되새겼고, 매일 같이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약속을 주셨다. “나를 믿으렴, 나를 믿어라.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네 고통은 결코 헛되지 않다.” 하나님의 약속을 붙드는 믿음은 ‘수용’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걱정과 두려움을 없애달라고 구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차원, 다른 시각, 다른 비전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상관없이 하나님을 송축할 것이라 고백한다. 영원의 시각이 아니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 고백을 하는 그녀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를 죽이는 것들에 감사하면 희미하게나마 그것들을 선물로 보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셨냐?’고 물었다고 한다. “외로움을 다룬 적이 없었어요. 다룰 수도 없고요. 단지 외로움을 다룰 수 있는 분께 맡길 뿐이랍니다.” 다시 말해, 외로움이 그녀가 드릴 제물이 되었다. 우리는 보통 하나님께 좋은 것만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난을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의 것으로 바꿔주신다고 말한다. 하나님께 내 슬픔을 드리면 하나님이 그분의 기쁨을 주시고, 하나님께 내 상실을 드리면 하나님이 그분의 유익을 주시고, 하나님께 내 죄를 드리면 하나님이 그분의 의를 주신다. 하나님께 내 죽음을 드리면 하나님이 그분의 생명을 주신다는 위대한 십자가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겠다고 고백한 믿음의 길에 고난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지만, 고난을 인내하는 정도로 생각하던 나에게 고난과 고통 그 자체를 주님께 드릴 때 하늘의 것으로 누리게 하신다는 그 진리를 더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이제 고난을 끝내달라고 기도하기보다 내 삶에 허락된 모든 것들, 심지어 고난과 고통까지도 기쁨으로 주님께 드릴 제물이 됨이 정말 아멘이다. 고통은 헛되지 않기에, 고통은 주님을 알게 되는 선물이기에. [복음기도신문]
정준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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