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팀 켈러의 일과 영성>이 내가 읽은 첫 팀 켈러 책이었던 것 같다. 아주 직설적으로 분명하게 기독교 세계관과 가르침을 전달하는 책을 접해왔던 나에게 켈러는 더 많은 독자를 수용하기 위해 날카로운 논리와 강력한 설득력으로 기독교 교리와 그 실천을 변증하는 저자로 받아들여졌다. 좋게 말하면 넘치는 친절과 배려를 보이며 온화한 얼굴로 ‘그럼 우리 이것에 관하여 한 번 얘기해 볼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전에 주로 읽던 책이 ‘자,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가르침입니다. 들을 준비가 됐습니까?’였다면.
한편 켈러의 친절한 배려가 기독교 본질까지 가는데 너무 뜸을 들이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주로 읽어왔던 신앙 서적과 달리 세상 문화를 많이 인용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켈러의 책은 기독교인만을 대상으로 삼기보다 비기독교인까지 포용하여 기독교적 세계관을 소개하고 성경적 가르침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복음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본문이 무엇을 말하는가’와 ‘독자의 상태는 어떠한가’를 둘 다 살펴야 하는 존 스토트가 말한 ‘이중 귀 기울임’ 중에서 켈러는 후자에 더 중점을 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텍스트의 본래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문법적-역사적 해석 방법에 따라 찾아낸 의미를 하나님의 절대 권위를 담아 가르쳤다는 점에서 켈러는 복음주의적인 저자이자 목사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켈러의 가르침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유신 진화론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에 분명하게 나오는 내용으로(두란노, 2017), 창세기에 기록된 창조 기사의 다양한 해석을 인정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핵심만 받아들여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간접적으로 하나님께서 오랜 세월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셨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다. 내가 볼 때 켈러는 많은 사람이 넘지 못하는 진화의 장애물을 이런 식으로 가볍게 넘어 가기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기독교의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창조주와 구세주를 믿어 복음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면, 잃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란 생각을 한 것 같다.
복음이 필요한 많은 이들을 향한 켈러의 열정과 사랑은 사회 복음(사회 정의)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나는 타테우스 윌리암스가 쓴 <사회 정의에 대한 기독교인의 12가지 질문>(개혁된실천사, 2022)의 내용에 동의하는데, 오늘날 교회가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나누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필수적인 사역이라고 보지만, 정치적 정의,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특정 이념이 정의하는 시대의 정의관을 따를 것이 아니라 성경적 세계관을 가지고 성경이 말하는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맞다. 다음의 책을 참고하라: 스콧 알렌, <사회정의는 성경적 정의인가>개혁된실천사, 2022. 하지만 켈러는 시대를 읽고 공감하는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시대가 말하는 정의를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혼동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보수적인 그리스도인 중에서는 이런 켈러의 약점 때문에 ‘왜 켈러를 읽나요?’라고 비판적으로 질문한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단순하다.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약점이 없는 저자는 없고, 한계가 없는 그리스도인은 없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기독교인의 전기를 보라. 한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와 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면 우리는 그들의 저작을 모두 금서로 만들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나는 켈러를 통해 많은 유익을 얻었다. 성경의 권위 있는 가르침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데 익숙했던 나에게 그것을 어떻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지성인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또 공감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말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여기 내가 읽은 켈러가 있다. 나는 이것을 모두와 함께 읽고 싶다.
1. 팀 켈러의 기도(두란노, 2015)
이 책을 다 읽고 난 나의 한 줄 평은 다음과 같았다: “기도에 대한 훌륭한 책. 팀 켈러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의무를 지나 기쁨에 이르는 길 찾기”인데, 정말 켈러는 기도가 왜 우리의 기쁨과 특권인지 잘 설명해 준다. 잘못된 기도가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켈러는 이어서 어거스틴, 루터, 칼뱅, 주기도문 등을 통해 기도가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말씀 묵상과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것으로 기도의 깊이를 더하라고 간청한다. 기도의 내용으로는 감사, 찬양, 고백, 회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갖추라고 권하고, 매일 쉬지 않고 기도할 것을 촉구한다. 기도 관련 추천 책을 묻는 사람에게 E. M. 바운즈, R. C. 스프로울, 폴 밀러와 함께 항상 이 책을 권한다.
2. 팀 켈러의 센터처치(두란노, 2016)
우리 교회는 시골에 있다. 그래서 도시 교회 전략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나서야 교회에 올 수 있으니 확실히 ‘센터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러의 <센터 처치>가 유익했던 것은 이 책이 단순히 교회의 도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그런 내용도 있다, 특히 4-5장), ‘팀 켈러 목사의 30년 목회 지혜의 집대성’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복음이 무엇이고 복음 중심적인 부흥이 무엇인지 말해주기 때문이다. 복음이 교회가 뿌리내린 곳에서 어떻게 주변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회 사역이 어떻게 복음 중심적으로 세워지고 역동적으로 세상 문화를 침투하여 방황하는 영혼들을 이끌 수 있을지 지혜롭게 제시한다.
3. 팀 켈러의 설교(두란노, 2016)
목회를 시작하고 나서 설교에 관한 책을 열심히 찾아봤다. 그중에 정말 손꼽히는 유익한 책들이 있었는데, 팀 켈러의 <설교>도 포함된다. 켈러는 이 책을 통해 설교에 반드시 복음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설교가 본문 진리를 정확하게 열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가르친다. 또한 설교를 통해 반드시 그리스도가 선포되어야 하고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얻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켈러는 또한 그의 사역이 항상 관심을 두었던 ‘사람들’에게 설교가 와닿을 수 있게 하라고 권한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기독교 세계관으로 예리하게 분별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시는 그리스도를 보여줘야 한다. 켈러는 강해 설교 작성 과정을 보여주고 또 설교에 관한 좋은 책들의 개요를 부록으로 제시한다.
4.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두란노, 2018)
랜디 알콘이 쓴 <악의 문제 바로 알기>는 고통의 문제를 성경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귀한 자원이었다(현재는 품절이다). 켈러가 쓴 <고통에 답하다>가 유익했던 것은 알콘이 성공한 고통의 문제를 바르게 알게 하는 일에 켈러도 성공했기 때문이고, 그에 앞서 여러 가지 세계관이 고난에 답을 주지 못하는 가운데, 유신론만이 고난을 이해할 기회를 마련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기 때문이다(변증론적 접근). 그리고 켈러는 알콘처럼 성경적으로 고난을 해석한다. 고난이 부당하면서 정당한 이유, 하나님이 고난을 다스리시는 분이면서 동시에 고난을 받으신 분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모든 고난에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켈러는 고난 중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감사하고 소망을 가지고 예수님을 신뢰하라고 권면한다.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위로의 책이다.
5. 팀 켈러의 용서를 배우다(두란노, 2022)
가장 최근에 읽은 켈러의 책은 바로 <용서를 배우다>이다. 대중문화가 복수를 당연한 것으로 그려내고 있는 요즘, 용서의 가치와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삭막한 세상에 용서를 말할 수 있는 건 말할 수 없는 용서를 받은 그리스도인이 아닐까? 팀 켈러는 이 시대를 “용서 실종 시대”라고 부르며 어디서도 용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진리라고 고발한다. 그리고 용서 문화의 시초가 기독교라고 주장하며 지금도 하나님의 끝없는 용서를 받은 기독교가 세상에 용서를 말해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외친다. 켈러는 또한 용서를 넘어 화해로 나아가라고 권한다. 다시는 상대방의 죄를 기억하지 않고 사해주는 것을 넘어 친밀한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어쩌면 교회 안에서도 우리는 용서가 실종된 현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불편한 사람은 피하면서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하나이신 것처럼 우리가 하나이길 원하시는 주님의 간절한 기도에서 우리는 용서가 요구되는 것을 본다. 이 책은 이 시대 하나 되어야 할 교회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평읽기]
6. 콜린 핸슨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 두란노, 2023
2023년 5월 19일 팀 켈러는 소천했다. 그 전에 켈러의 삶을 다룬 전기가 나왔는데, 바로 콜린 핸슨이 쓴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 켈러의 삶을 다루는데, 바로 켈러의 영성과 지성을 자라게 만든 주변 사람들을 다루는 것이다. 이 책은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제목이 말한 것처럼, 켈러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 말씀 앞에 무릎 꿇은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을 죽기까지 따르는 충성스러운 제자였다. 그가 쓴 책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그 하나님을 바르게 알리고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게 만들기 원하는 간절한 그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혹 영혼을 향한 그의 열정이 성경의 가르침을 정확하고 담대하게 선언하는 것을 방해할 때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그는 인자하고 온화한 미소와 함께 권위를 가지고 성경의 지식과 논리로 세상 문화를 해체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복음의 씨앗을 심었다. 나는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는 것을 켈러를 통해 배우고 싶고 또 실천하기 원한다. [복음기도신문]
조정의 | 그레이스투코리아 칼럼니스트
GTK칼럼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성경의 말씀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미국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와 GTK 협력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고하는 커뮤니티인 Grace to Korea(gracetokorea.org)의 콘텐츠로, 본지와 협약을 맺어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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