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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마음을 ‘믿는’ 자 VS. 마음을 ‘맡기는’ 자

사진: Pawel Czerwinski on unsplash

눈먼 기독교(26)

꽤 오래전 석가탄신일을 맞이해서 “다르마”라는 프로그램이 TV에서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핵심 등장인물이 불교의 핵심 가르침이 무엇이냐는 어떤 승려의 질문에 “이 세상은 다 변한다는 것”이라고 답해주었다. 그 프로그램은 또한 고려팔만대장경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한 글자로 표현하면 마음 ‘심’(心)이 된다고 묘사하였다. 이런 것 때문에 불교를 종교가 아닌 철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불교는 나름 이 세상과 인생의 문제를 진단했지만 답을 내놓는 것에는 실패했다. 사실 이 세상이 변하는 것은 성경이 이미 선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모든 것은 다 변한다. 맞다. 그러나 오직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하나님이다. 불교는 변하는 세상을 통찰하기는 했지만 영원히 변함없는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한계다. 이 세상만사가 마음으로 귀결된다는 불교의 가르침 역시 맞는 말이지만, 그 마음이란 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다른 모든 만물보다도 더 부패한 것이라는 것을 불교는 인정하지 않는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 마는”

불교는 사람이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고 믿고, 마음을 통해 생명과 구원과 극락을 얻는다고 가르친다. 마음이 현대 불교의 핵심이 되었으므로, 다른 모든 종교에서 마음의 가치를 높이는 자들은 물론 심지어 종교가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마음의 가치를 아는 자들과 얼마든지 상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불교다. 이들에게 있어 마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부패한 속성과 영혼의 죄성을 강조하는 기독교는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신앙인 것이다.

2004년에 있었던 한 설문 조사는[1] ‘마음’이 불교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라고 답한 것이 개신교 신자가 45.5퍼센트인데 비해 천주교 신자와 불교 신자는 각각 14.3퍼센트와 1.1퍼센트였다.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라는 답은 개신교 신자 37.2퍼센트, 천주교 신자 73.2퍼센트, 불교 신자가 74.0퍼센트로 나왔다. 이 수치는 이미 동양종교화의 색채가 짙은 천주교가 마음의 종교로 바뀐 것을 증명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불교야말로 마음의 종교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의 평안을 종교의 핵심으로 여기는 현상은 개신교 안에서도 날로 더 심해지고 있다. 2012년에 실시된 또 다른 조사는[2] 개신교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게 된 원인으로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38.8퍼센트)가 ‘구원(영생)을 얻기 위해서’(31.6퍼센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이 결과는 비록 천주교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지만, 머잖아 개신교 역시 천주교처럼 불교화의 길을 가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불교와 도교 같은 동양 종교는 사람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그럼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소망인 구원, 해탈, 영생, 득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 마음을 사람이 결코 다스릴 수 없음을 말한다. 그 마음을 오직 하나님이 다스리시도록 자신의 주권을 그 분께 내어 드리는 것이 참된 신앙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다스릴 수 있고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 기독인은 그러므로 사실은 동양사상을 따르는 사람이지 진짜 기독인이 아니다. 복음주의 설교자로 유명한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의 말을 기억하라.

내가 진짜 크리스천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나의 본성을 미워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입니다.


[1] 한국교회미래를준비하는모임(한미준)과 한국갤럽이 전국 6대 도시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6,28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신앙의식”을 조사한 것이다.

[2] 글로벌리서치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의뢰를 받아 전국 7대 도시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012년 10월 8일~11월 8일에 일대일 개별 면접으로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제10장에서 다룬다.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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