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님이 운영하는 컴파운드에서 함께 지내는 4명의 소년, 일명 ‘미션 보이’들에게 기타와 한글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나에게 정말 친절했다.
내가 어디를 가려고 하면, 우르르 뛰쳐나와 좌청룡 우백호처럼 나의 곁에 바짝 붙어서 따라나선다. 행여, 내가 길을 잃거나 오토바이에 치이기라도 할까 봐서 전전긍긍이다. 거친 돌밭 길을 갈 때나, 진흙밭 길을 갈 때, 서툰 한국말로 ‘선생님 조심해요.’라며 부축해 주고, 멀리서 오토바이가 오면, ‘선생님 위험해요’ 하면서 앞을 막아선다.
생전 받아보지 못한 친절이 낯설어 ‘나 애 아니라고.’ ‘어휴. 진짜 제대로 걸을 수가 없네.’라며, 낯선 친절을 대하는 나의 어색함이 들킬까 싶어 사양하는 척하지만, 마음 저편에서 찰방거리며 따스함이 올라온다. 그건 사랑이었다.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오히려 사랑을 받는 중이다. 그것도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소년들을 통해.
미션 보이들은 정글에서, 시골에서,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버려진 돌 같은 아이들이었다.
누군가의 사랑은커녕 눈길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했던 아이들이 선교사님을 만나 복음을 듣고, 사랑을 받고,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변호사, 찬양사역자, 작가, 엔지니어의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 소망 때문에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한국 같으면 당연히 대학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대학 진학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다. 500만 레온이 넘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다.
(한국 돈으로 50만 원이지만 이곳은 시에라리온. 한국 돈 5천만 원보다 큰돈이다.)
장학금?
시에라리온에서는 상위 10%의 고위 관료들이나 공직자 자녀들의 몫이다. 그만큼 부정부패가 심하다. 하지만 국민은 저항할 만한 힘도 요구할 용기도 없다.
학자금 대출?
평생 은행 한번 못 가본 국민이 대다수인 나라에서 대출은 딴 세상 이야기다. 어쩌면 대출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르바이트?
이 나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것이 분명하다.
즉, 가난한 고아들이 갈 수 있는 대학은 없다는 의미다.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기를 소망하지만, 그 벽이 너무 높아서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하는 것에 만족했다.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선생님. 우리는 괜찮아요. 노 프라블럼이에요.’라며 위로까지 한다.
“하나님 믿는 자들이 포기하면 안 돼. 하나님 믿고 열심히 기도하면서 그 벽을 뛰어 넘어봐.”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싶은 선교사님은 아이들의 후원자를 물색했고, 나 역시 SNS를 통해 아이들 소식을 올리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 줄 후원자들을 기다렸다.
아이들 역시 마냥 기도만 하고 손 놓고 있지 않았다. 기도가 삶이 된 아이들은 건축 공사장에 필요한 돌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온종일 돌을 캐고, 쪼개고, 쌓고, 나르고 해서 받은 일당은 2~3만 레온(한화로 2천~3천원).
노동의 강도에 비해 어림도 없는 대가였지만, 아이들은 이것이라도 벌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아이들의 노동은 간절한 기도였고, 믿음의 고백이었다.
하나님은 아이들에게 후원자를 보내주셔서 아이들의 학비가 한 방에 해결될 수 있게 할 수 있으신 분이다. 하나님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간절한 고난의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주실 것이다. 아이들에게 소망을 허락하신 분이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소망을 이루어 가실 것이다.
아이들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경험은 간증이 될 것이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들을 통해 하나님은 아이들을 깊이 만나주실 것이다. 고통을 통해 얻게 된 것들이 아이들의 인생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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