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김종일 칼럼] 에르도안의 튀르키예 집권, 여기까지인가?

밖에서 보는 이슬람(59)

2023514

이번 5월 14일이 되면 현 튀르키예 공화국의 가장 커다란 관심사가 결정된다. 다름 아닌, 지난 20년간 지속된 에르도안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끝나느냐, 아니면, 계속되느냐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내로 유입된 시리아 난민들로 인해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릴 대로 흔들려왔다. 돈을 가지고 들어온 난민들은 거침없이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국내에 악성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이 생명만 부지하며 간신히 들어온 난민들은 튀르키예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 범죄에 연루되면서 수많은 사회문제를 만들어 나갔다.

여기에다가 최근 튀르키예의 동남부에 발생한 커다란 지진으로 국민의 신망을 잃어버릴 대로 잃어버린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선거유세 가운데 갑자기 쓰러지면서 건강 이상설도 그의 정치생명에 부정적 요소로 한몫하고 있다.

장기 집권에 성공한 에르도안의 정치 배경

튀르키예에서 에르도안과 집권당(AKP)의 장기 집권 성공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는 2003년 당시 새로운 당으로서 AKP에 거는 국민적 기대이다.

AKP는 기존의 우익 정당들과 비교해 볼 때, 특이한 상황(군사혁명 등의 사회적 소요)에서 태동하지 않았다. 또한, 다른 정당처럼 전통과 국가적 이념을 지키기 위해 태동한 당도 아니었다. 단지, 국내 경제의 악순환 속에서 다른 정당에 대한 국민적 희망이 끊겼다고 생각되었을 때, 더는 선택할 정당이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겨졌을 때 어부지리 식으로 집권한 당이었다. 물론 예전 의원들에 의한 결성이었지만 분명 신당이었고, 신당의 출현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실려 있었다.

또한, AKP의 정치지지 세력들은 당시 튀르키예에서 보수 이슬람에 뿌리를 두었던 중산층 무역 상인들이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였으며, 세속주의 자본주의자들이 세워놓았던 기존 제도를 인정하는 정책 이미지를 보였기 때문에 상당히 넓은 지지자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 그의 장기 집권에 한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에르도안 집권에 보태준 또 하나의 세력이 있었는데, 바로, 민족주의 우익 성향과 사회주의 좌익 성향의 기존의 유권자층이었다. 이들은 새롭게 출현한 AKP 정당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둘째는 공화국 초기부터 국가적 숙원이었던 유럽연합 가입을 향한 에르도안의 외교적 성공이다.

튀르키예는 1999년 헬싱키 정상회담 이후 유럽연합 가입에 가속을 얻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어느 집권당도 하지 못했던 가입을 향한 청신호가 당시 국민으로부터 장기 집권에 대한 약속을 받은 셈이 되었다. 사실, 이 부분도 에르도안의 외교적 성공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공들여 온 모든 집권당이 보인 노력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만, 에르도안으로서는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드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에르도안 집권 이전 튀르키예 경제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이로 인한 당시의 국민적 실망과 새로운 정당에 대한 갈급한 마음과 기대감이 에르도안을 집권하게 해주었다. 그러므로, 에르도안의 등장과 집권은 이러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 새로운 당에 대한 국민적 갈망, 그리고, 튀르키예 경제의 돌파구로 인식됐던 유럽연합 가입으로의 희망이 모두 한데 어우러지면서 에르도안 시대가 시작되었다.

에르도안의 개혁들

에르도안의 강한 이슬람 성향이 지난 20년의 연정 가운데 ‘세속주의’ 공화국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튀크키예 공화국의 핵심 이념인 ‘세속주의’가 에르도안의 여러 개혁 정책과 충돌하면서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돌이켜보면, 지난 20년 동안 에르도안과 집권당 AKP는 튀르키예의 안팎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갔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는 공화국 핵심 이념인 세속주의에 대한 매우 강한 위협과 도전이 있었다. 다수당인 현 집권당에 의해 세속주의가 위협받는 일련의 정책들이 발효되었다.

그중에서도 세속주의와 충돌한 가장 예민한 두 사안은 1932년에 발효되었던 터키공화국의 복장 법의 폐지와 군부의 개혁이다.

먼저, 튀르키예 안에서 복장 법이 폐지되었다는 의미는 여성의 히잡 착용이 법적으로 허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제 원하는 여성들은 모두 히잡 복장을 하고 공공기관(교육 기관 포함) 출입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혹자는 튀르키예 복장 법 자체가 규제와 금지의 법으로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저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터키 국내에서 여성의 이슬람 복장 문제는 단순하게 입고 못 입고의 문제를 벗어나서, 세속주의의 핵심과 연결된다고 보아야 한다. 더 극단적 표현으로는, 세속주의의 존폐가 이 복장 법에 달려 있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로는 터키 군부의 개혁이다. 지금까지 공화국 건국이념의 수호자 자리를 지켜왔던 군 내부에 이제 더는 아타튀르크 정신을 계승할 세속주의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지금 튀르키예 세속주의는 매우 강한 도전과 위협을 받고 있다.

이슬람을 고수해 온 오스만제국의 왕정에서 아타튀르크로부터 시작된 공화국의 새로운 세속주의 정체성 유지와 수호는 공화국 최대의 사명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아타튀르크 정신을 계승한 군부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그러므로, 에르도안으로서는 탈 세속주의와 이슬람 성향의 개혁을 이루어나가기 위해서 자기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군부의 힘을 약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유럽연합 측으로부터 튀르키예 군부의 막강한 군사력을 축소하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왜냐하면, 현재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은 자기 나라 안에 국가를 전복할 만한 군사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로부터 지금도 변함없이 유럽연합 가입이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튀르키예의 유럽연합 정회원 가입을 위한 조건 중 하나라는 사실이 에르도안의 군부 축소 의지를 정당하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타튀르크’의 이념을 수호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서의 군부 세력이 늘 부담스러웠을 에르도안에게 최근 터키 군부의 개혁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에르도안의 위태로운 탈 세속주의노선

이후 에르도안은 강한 우익 이슬람으로 그의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20년의 장기 집권 성공은 에르도안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집권당의 이런 국민적 절대적 지지에 에르도안 개인의 성향까지 포함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오히려, 화폐개혁, 환율 조정, 악성 인플레이션 등의 원만한 조율과 성공을 통해 튀르키예 경제를 이끌어 갔던 에르도안의 리더십에 국민의 반감이 숨겨지고 보류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다.

왜냐하면, 에르도안 집권 당시, 이스탄불 ‘게지 공원’에서 수많은 국민이 참가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위나 그 외 크고 작은 반정부시위를 통해서도 보았듯이, 아직도 많은 국민은 여전히 ‘아타튀르크’에 의해 건립된 공화국은 ‘세속주의’를 바탕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현재 에르도안이 밀고 나가고 있는 ‘탈 세속주의’를 향한 일련의 정치적 행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튀르키예 집권당이 늘 바뀐 이유와 전혀 다르지 않게, 또다시 튀르키예 경제에 위기가 찾아오면 국민은 언제라도 새로운 정권을 갈망할 것이며, 이는 현 에르도안과 그의 집권당이 언제라도 실각할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이 의미는 다시 예전의 세속주의를 바탕으로 한 원래 공화국의 모습으로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3년 지금 튀르키예 공화국은 건국 100주년이라는 유의미한 시간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번 5월 14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튀르키예 공화국은 매우 커다란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혼란과 위기가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기대하는 정치와 경제 안정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 난다. 지금, 에르도안 대통령은 엄중한 국민적 심판 앞에서 마음이 전혀 편하지 않다.

[복음기도신문]

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졸업,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FOT 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무슬림 이해하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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