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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통신] 현지인 사역자의 야반 도주

사진: 김봄 제공

전날 밤, 그는 선교사를 찾아와 자신이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고백했었다.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그에게 선교사는 당황스러운 마음도 잠시, 부부가 떨어져 살면 곤란하니, 함께 살 방법을 찾아보자며, 있는 힘껏 돕겠다며 그를 독려하며 격려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가 아파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그를 걱정하며,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얼마나 아플까? 마음 아파했고, 제대로 된 치과가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하였다.

그런데 그는 이튿날, 온다간다 말 한마디 없이 누가 잡기라도 할까 봐 몰래 자신의 짐을 챙겨 줄행랑치듯 도망가버렸다.

아무래도 그의 형, 라오가 꼬드겨 데리고 간 것 같았지만 물증 없이 심증뿐.

건축 공사의 팀장이었던 그의 형 라오는 함께 일하는 인부들의 임금을 갖고 도망을 갔었다.

그를 믿고 인부들의 임금 관리를 맡긴 선교사는 낭패를 봤으며, 인부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 피해자 중 동생인 이사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인부들은 상처만 안고 뿔뿔이 흩어졌고,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불편했던 선교사는 우물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일이 없는 이사야를 공사 현장으로 불렀다.

이사야가 선교사에게 돈을 빌린 뒤 연락을 두절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물 공사가 끝나고 미혼모 쉘터 건축을 시작하면서 이사야의 작업 능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현지인 중에서도 미장 기술이 뛰어난 그는 미장뿐 아니라 모든 일을 묵묵히 잘 해주었다. 덕분에 그는 팀장이 되어 다른 인부들보다 조금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는 찬양도 잘했고, 젬베도 능숙하게 다루었다.

그의 젬베로 교인들은 더욱 기쁘게 찬양할 수 있었다. 교인들 모두 그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가 맡은 일, 가족처럼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 아들처럼 사랑하고 아꼈던 선교사, 함께 예배드렸던 공동체는 그의 안중에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했다면 이렇게 도망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재정의 문제는 얽혀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당장 미혼모 쉘터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예배시간에는 그의 빈자리가 더욱 커보였다.

사진: 김봄 제공

이사야가 도망을 가고 얼마 되지 않아, 유치원 교사인 브랜다와 라헬이 짐을 싸고 도망치듯 가버렸다.

선교센터에서 교사들끼리 공동체 생활을 하던 그녀들은 공동생활에 필요한 솥이나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한 달에 천 실링 정도의 회비를 거두라는 선교사의 말에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럼 공동의 물품은 누가 구입하느냐?’ 라는 선교사의 질문에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돈 많은 선교사가 구입해주지, 왜 우리에게 돈을 내라고 하냐’라는 마음이 보였다. 단 일원도 손해 보고 싶지 않은 그녀들의 태도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던 차, 보름 정도의 짧은 방학 때 쉬지 못하게 하고 공부를 시킨다며, 반발하며 나가버린 것이다.

유치원 교사로서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겨우 알파벳만 아는 영어 실력과 박치와 음치에 가까운 노래 실력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율동 실력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탄자니아 시골 마을 유치원이라고 해도,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질은 필요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녀들의 자질은 분명 해고 사유가 되었지만, 그런데도 그녀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선교사는 방학 동안 노래와 율동과 색칠공부와 글씨 쓰기 등 아주 최소한의 것들을 준비시키고자 했는데, 그녀들에게는 이런 배려 역시 한 달에 천 실링의 회비만큼이나 부당한 것이었다.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들이니 배우고, 공부하고, 노력하라고 독려한 선교사는 갑질하는 외국인이 되어버렸다. 그녀들은 선교사에게 모진 말만 남기고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어디 선교지에서 도망간 이들이 이들뿐이겠는가?

마음을 나눈 이들이 도망가듯 떠나버리는 일들은 선교지에서는 흔한 일이다.

‘열방 끝까지 복음을 전하고 복음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 제자로 삼아야 하는’ 선교사의 삶은 어쩌면 도망치는 이들을 감당하는 삶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주고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이에게 도둑맞고 모함받는 일을 참고 견뎌야 하는 삶.

복음을 들은 이들이 모두 변화 되고 제자가 된다면, 인간이 그렇게 쉽게 변화된다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실 이유가 있었겠는가?

인간의 죄가 그렇게 질기고 악한 것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믿음으로 교회와 학교와 병원을 건축하고, 구제하고, 사람을 살려내는 선교의 사역들이 어찌 쉽기만 할까?

가난과 병마를 견뎌야 하는 삶도 마찬가지이다.

복음은 하루를 생애 마지막 날처럼 치열하게 사는 선교사의 삶의 그릇에 담겨 전해진다.

복음을 듣고도 도망치고, 도둑질하고, 배신하는 이들을 통해 상처받은 그 마음을 통해 예수 십자가의 사랑이 담기는 것이다.

그 상처 입은 마음으로 예수님을 깊이 만나고, 그들을 기다리고 용납하며 용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 선교지에서의 삶이다.

사진: 김봄 제공

오늘도 선교지 곳곳에서 이사야들은 하던 일 팽개치고 도망가고, 라오들은 횡령하고 브랜드와 레이첼들은 선교사의 사랑을 오해하여 원망하며 짐을 싸고 있을 것이다.

그들로 인해 마음을 다치고 상처를 입지만, 그 다치고 상처 입은 마음이 십자가의 사랑으로 회복되어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삶을 통해 전해지는 복음이 언젠가는 라오와 이사야를, 브랜다와 레이첼을 돌이킬 것이다.

돌이킨 그들이 돌아온다면, 맨 발로 뛰쳐나가 맞이하여 그들을 위하여 염소를 잡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듯이 일을 맡기고, 마음을 주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 삶.

그것이 선교지의 삶이다.

도망간 이사야의 자리 위로 선교사들의 눈물이 뿌려지고, 그 뿌려진 눈물을 자양분 삼아 복음의 열매는 맺힐 것이다. [탄자니아=김봄]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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