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김봄 칼럼] 주여 나를 도우소서. 헬프 미 플리즈!

▲글로벌 프로젝트 나눔 - 풀 먹는 오남매... 사진: 유튜브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캡처

교회 리더의 먼 친척이 사는 마을로 의료 사역을 왔다.

전문 의료사역자들이 없다 보니 간단한 드레싱이나 해열제나 진통제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다.

환자 중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쳐 괴사 상태에 이른 피부질환자들이다. 가벼운 찰과상과 피부병으로 약만 먹으면 충분히 나을 수 있었을 텐데 약 한 알이 없어서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자들도 있다. 또한, 생명의 위협이 되는 말라리아. 영양실조로 인한 피부염. 안과 질환자들도 많다. 여성의 경우는 90%가 질염이다.

갈 때마다 평생 병원이나 약국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이들이 구름 같이 몰려온다. 이번에 찾아간 부족에도 무슬림 사원이 있다. 어디를 가나 무슬림 사원이 마을에서 가장 크고 좋은 건물이다. 제대로 먹지 못한 병들고 가난한 이들이 마을에서 가장 번듯한 사원 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이 마을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얹어놓은 지붕에 후~ 입김에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한 흙집들 사이에서 단단한 벽돌로 견고하게 잘 지어놓은 무슬림 사원 앞에서 첫눈에 봐도 가난에 찌들어 있는 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아이들과 여자들과 노인들이었다.

젊은 여자들은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을 홀로 키우고 있었고, 노인들은 부모 없는 손주들을 돌보고 있었으며,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친척 집에 의탁하여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있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나눠줄 사랑이 없는 어른들도 지쳐 보였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11년 내전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상에서 다이아몬드를 가장 많이 가졌지만, 그들은 불행했고, 비옥한 땅이 있음에도 그들은 굶주리고 있다.

내전 때의 소년병들은 끔찍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청년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위로하거나 치유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빠가 되었고, 그들의 아이들은 DNA를 물려받은 것처럼 절망을 유산으로 받았다. 내전의 아픈 과거는, 여전히 그들의 오늘을 지배하고 있고,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늘은 꿈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헬프 미’ ‘헬프 미'(‘Help Me’ ‘Help Me’) 여기저기에서 하소연하는 어른들 틈에 한 아이가 눈에 띈다.

오른쪽 손목이 안쪽으로 90도로 완전히 굽어 있고, 한쪽 다리를 절고 있는 서너 살 정도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다 떨어진 상의 아래로 아이의 작은 고추와 맨발이 보였다. 세상이 저 어린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저 다 떨어진 상의 한 벌 뿐이라는 생각에 콧등이 시큰했다.

아까부터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향해 팔을 벌렸더니 아이가 얼른 다가와 안긴다. 안아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에게서 떨어지면 죽기라고 할 듯. 말 그대로 영혼을 끌어모아 나에게 안긴 아이에게서 지독한 냄새가 났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씻어본 적이 없는, 가난과 절망의 냄새였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는 눈이 멀어져 가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요? 묻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차마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이 아이만 안고 있기엔 ‘Help Me Please’ 라고 외치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이를 내려놓자 아이는 온전치 못한 팔로 나를 잡으면서 자지러지게 울었다.

돌봐야 할 이들이 너무 많았던 탓에 아이의 울음소리를 외면하고 사람들을 돌봤지만 이미 나의 모든 신경은 아이를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 그 생각이 이미 머리에 가득 찼다.

“하나님은 이 땅의 모든 사람이 구원받고 회복되기를 원하시죠.”

며칠 동안 심장에 달라붙어 있는 아이를 돕기 위해 절차에 관해 물어본 나에게 선교사님은 모호하게 대답하셨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한데, 한 마을의 몫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되묻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와서 치료 받게 해주고 싶었지만, 치료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너무 많았다. 시에라리온 모든 아이가 치료와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아이에게 복음은 전했어요?”

그제야 나는 아차 싶었다. 그 아이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했다. 그 아이를 가엾게 여기느라, 그 아이를 도와줄 나만의 방법을 찾느라, 그 아이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한 것이다. 난 이곳에 약이 아닌 복음을 전하러 왔는데 말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있다.

바로 예수그리스도.

성전 미문 앞의 앉은뱅이에게 선포한 베드로처럼 나도 제발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이들에게, 선포해야 한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사도행전 3:6)

내가 복음의 능력에 의지해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면 복음은 능력이 되어 ‘뛰어 서서 걸으며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송하니’ 의 실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이 나의 실체가 되지 못했기에 나는 전하지 못했고 선포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아이를 만나지 못했고, 소식도 듣지 못했다. 실체가 되지 못한 복음은 ‘못했다’ 만을 남겼다. 여전히 나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주님 나를 도우소서. Help Me Please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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