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오영철 칼럼] 현지인들의 첫 선교후원회 조직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오늘은 나의 선교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확인하는 날이다. 선교사로서 소망하는 현지 교회의 선교 운동과 관련된 구체적인 발걸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현지 교회 지도자들이 ‘선교 후원회’를 조직한 것이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장소와 시간이었다.

카렌 총회 신학교 목회자 훈련원 6기 과정은 본래 2년 과정이지만 코로나로 4년 만에 졸업하게 되었다. 8명의 졸업생을 위하여 아내가 음식을 준비하여 집에 초대하였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난 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때 이번 기수 대표인 뚜루 목회자가 의외의 제안을 한다.

“우리 목회자 훈련 6기 졸업생들이 선교 후원회를 만들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

나는 그의 이야기를 처음에 잘못 들었나 생각하였다. 선교를 위한 후원회를 제안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차분하게 그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전에 본인이 교회에서 미얀마 선교사역의 일환으로 미얀마 난민을 도운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와서 미얀마의 ‘빠오’족들이 카렌 지역인 보깨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졸업하는 8명의 목회자가 선교사역을 같이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분들은 작정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먼저 올해 2000받을 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종이를 부탁하더니 본인이 2천받을 적는다. 이어 다른 목회자가 1000받을 적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른 목회자가 이야기한다.

“저는 1년에 최소 1500받을 하겠습니다.”

“저는 한 달에 150받, 1년에 1800받을 하겠습니다.”

나도 일 년에 3000받을 하겠다고 했고, 3000받을 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작정하는 헌금의 가치를 설명했다.

“여러분의 2000받과 저의 3000받을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헌신입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월급은 한 달에 3000받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큰 헌신이다. 작정한 액수 합이 1만 2300받(약 370불)이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사용 대상자는 미얀마에서 온 빠오족, 샨 족 등 여러 가지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같이 의논하자고 하였다.

내가 두 가지 제안을 하였다.

“첫째는 이 헌금은 모두 우리 카렌족이 아닌 타민족을 위한 헌금으로 사용하고, 둘째는 그 가운데 반은 주민족인 타이민족을 위하여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소수부족이지만 주민족인 타이인들을 위한 선교를 소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오영철 제공

지난 목요일 목회자 훈련원 강의 시간이 떠올랐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강의로 내가 요한계시록을 가르쳤다. 강의를 하기 전 약 두 시간 정도 태국 카렌교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사역을 나누었다. 그것은 선교 사역이었다.

“여러분들은 이제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는 단계가 아니라 선교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타이인들을 위한 선교는 카렌 교회가 어느 선교사들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얀마에서 카렌 마을에 들어온 타이야이와 빠오족 선교도 가능합니다.”

뚜루 목회자는 그것을 기억하고 나눈 것이다. 참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대표인 뚜루 목회자가 이끌고 다른 목회자들이 참여하는 동안 내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이미 주체적으로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빼뇨’라는 목회자가 그들이 작정한 내용을 보고 미소를 짓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주체적으로 헌신하는 그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는 ‘모꼬키’라는 태국에서 가장 오지 중에 한 지역에 있는 교회의 담임이다.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은 가난한 곳이다. 그렇지만 그도 선교 후원회에 1년에 1000받(약 30불)을 작정하였다. 가난한 사람도 선교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전에도 한국에 합법적인 노동자 신분으로 보내어 한국에 있는 타이노동자 선교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은 내가 이끈 것이 아니라 현지 지도자들이 스스로 주도한 것이다. 현지인들이 주도하는 선교 운동의 씨앗이 아름답게 뿌려지는 모습이다.

가난한 교회도 선교해야 한다. 카렌목회자 훈련원 8기 졸업생들은 그것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헌신들이 다른 곳에도 확산하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 그들의 헌신으로 타이민족이 복음을 듣고, 미얀마 이주민들이 예수님을 알기를 소망한다. 선교 역사는 주변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 교훈은 오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주변부의 작은 8명의 무명 목회자들의 선교 후원 작정이 그것이다. 그 역사적인 자리에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선교사로서 큰 축복이다. [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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